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표현들.

“아, 그렇구나”
단답형은 대화의 흐름을 끊어버리는 데 일등공신이다. 여기에 이모티콘이나 물결 등의 기호는 일절 없이 최대한 심플하고 깔끔하게 보내야만 한다. 영혼 없는 듯한 단답형의 대화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나랑 얘기하기 싫다는 건가’라는 느낌을 받게 할 정도로 대화의 맥을 확 끊어버리니 어떻게 보면 직관적인 거부의 의사보다 더 정확한 의미를 전달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 단답형의 대답과 ‘ㅋ’를 함께 써보낼 때도 있는데, 이는 여자에게는 매우 기분 나쁘게 들리지만 남자에게는 별 영향이 없으니 참조하자.
“내일 연락할게”
어느 정도 대화를 이어나가고 나서 이제는 더 이상의 대화는 감정 소비라고 생각될 때가 있다. 이때 가장 예의 바르게 할 수 있는 대화 종료의 의사 표현은 ‘내일 연락할게’다. 물론 다음 날 진짜 연락하려는 의도보다는 ‘오늘은 이쯤에서 그만 얘기하자’와 같은 의미다. 그런데 얘기 중에 뜬금없이 내일 연락한다고 하면 생뚱맞을 수 있으니 적당한 핑곗거리와 함께 말해야 한다. 밤이라면 자연스럽게 ‘피곤해서 자야 하니 내일 연락할게’라고 말할 수 있고, 낮 시간이라면 ‘중요한 미팅이 있어, 길어질 것 같으니 내일 연락할게’라고 핑계 댈 수도 있을 것이다.
“졸려서 이제 자려고”
졸리고 피곤하다는데 자꾸 대화를 이어나가려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그리고 이 말을 어떤 뉘앙스로 전달하는지에 따라서 상대방은 현재의 관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도 있다. 한창 얘기하고 있는데 아무런 대꾸 없이 ‘졸려, 피곤해, 잘 거야’라는 말만 보내고 그다음부터 카톡을 보내지도, 읽지도 않는다면 조금 미안하긴 하다. 하지만 상대방은 나와 대화하기 싫다는 느낌을 강렬하게 받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대화를 시도하는 사람에게는 대놓고 말하는 방법이 극약 처방이다.

“나 원래 폰 잘 안 보잖아”
스마트폰 없이는 단 하루도 살기 힘든 현대인들에게 ‘원래 폰 잘 안 봐’라는 핑계가 약간 티 날 수 있다. 그럼 이때는 폰보다는 ‘카톡을 잘 안 봐’라고 바꿔서 표현해도 괜찮다. 실제로 시도 때도 없이 날라 오는 광고 메시지와 무섭게 쌓이는 단체 카톡 때문에 내가 필요한 경우 빼고는 카톡을 잘 안 열게 될 때도 있기 때문에 핑곗거리로도 꽤 괜찮은 편이다. 특히 위 대화처럼 카톡은 잘 안 보지만 인스타그램 DM이나 릴스 공유를 쉴 새 없이 한다면 폰을 잘 안 본다는 말은 금세 들통나니 주의해야 한다.
“내가 요즘 모든 게 귀찮아졌어”
그런 사람들이 있다. 자꾸 얽히는 관계보다는 최대한 심플하게 유지하고 싶은데 속마음은 전혀 모르고 자꾸만 연락해 오는 사람들, 특히 얼굴을 맞댈 일이 거의 없는 경우라면 만사가 귀찮아서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뉘앙스를 풀풀 날려주면 된다. 정작 내가 뭘 하고 지내는지, 얼마나 치열하게 살고 있는지, 그 사람이 알 수 있는 확률은 적기 때문에 그 사람이 뭘 요구하든, 혹은 만나자고 하든, 귀차니즘에 빠져 세상 모든 것과 단절하고 싶다는 느낌으로 전달한다면 더 이상 매달리진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