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해 놓고 연습은 뒷전이었을 당신을 위해 최소한으로 준비했다.

한 시간이면 뛰는 거 아니야? 마라톤 풀코스의 4/1도 안되는데 10K는 마라톤이라고 부르기 좀 그렇지. 이건 세 달 전 내 생각이었다. 지난 주 10km에 가까운 거리를 실제로 뛰어 보기 전까지는.
첫 1km는 축제였다. 더위가 가신 자리에는 신선하고 차가운 공기가 가득했고, 함께 달리는 러너들은 에너지가 넘쳤다. 천천히 달리는 러너들을 하나 둘 재치고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5분 초반 페이스로 달리다가 가속이 붙었다. 와, 나 잘 뛰는데?
2km 구간이 지났다. 다리가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심박수는 190에 달했다.
3km 구간에 겨우 도착했다. 다리가 풀렸다. 폐가 이미 찢어진 건지 피맛이 나기 시작했다. 6분 페이스 구역까지 뒤쳐졌다. 내가 재친 사람들이 나를 재치고 힘차게 뛰어나가는 것을 보면서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생각보다 훨씬 이른 시간에 고비가 찾아왔다. 지금 뛴 것의 세 배는 더 해야 끝나는데, 할 수 있을까? 오른발 새끼발가락이 아프다. 발바닥엔 물집이 잡힌 것 같다. 곧 무릎도 아플 것 같다. 무릎 인대는 고쳐 쓸 수도 없다던데. 그만둘까?
그 뒤는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다. 걷다가 뛰기를 반복했고 그 와중에 물 마실 시간은 아끼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이번 주말에 있을 대회는 또 어떻게 뛰지? 10K 마라톤 대회를 축제처럼 50번 이상 완주한 러너 김환진에게 조언을 구했다.
러닝화 준비하기
대회 날 박스에서 꺼내어 택을 자르고 처음 신을 완전 새 것의 러닝화를 준비하라는 말이 아니다. 대회 때 신고 안전하게 뛸 수 있을만큼 익숙해진 러닝화가 있는지 묻는 것이다. 마라톤은 거대한 파티와도 같지만, 파티 때 잘 손질된 새 옷을 꺼내 입듯 해서는 안된다. 집에 있던 아무 운동화를 신고 가거나, 처음 개시한 신발을 신는 것은 피하자. 물집이 잡히고 발바닥이 타는 듯하고 심하면 발톱이 뽑히는 수가 있다. 신발을 신고 최소 10번은 뛰어 봐야 한다. 발등이나 새끼발가락에 간섭이 없는지, 끈 조절은 어떻게 할 때 가장 편안한지 미리 살피며 익숙해 진다. 숙련자 대회용 카본화를 사서 신고 가는 것만은 정말 하지 말자. 부상의 위험이 크다.

일주일에 3번 달리기
김환진은 10km부터는 벼락치기가 통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누구나 완주를 할 수 있지만, 몇 번을 쉬어가거나 대회 후 심한 근육통에 시달리거나 부상을 당할 수도 있다. ‘대회 분위기를 타고 어떻게든 되겠지’ 생각하기 쉽다. 내가 그랬으니까. 앞 사람 등만 보고 어떻게 뛰어보려고 하는 것도 3km까지다. 일주일에 한 번 몰아서 뛰기보다 정해진 요일 무조건 뛰는 방법이 낫다. 월, 수, 금은 뛴다! 또는 평일에 한 번, 주말에 한 번 뛴다! 같은 루틴과 패턴을 가진다. 요즘은 AI에게 훈련법을 물어보면 상냥하게 알려준다.

5km 달려 보기
목표가 완주라면, 적어도 그 절반에 해당하는 거리를 쉬지 않고 달려본 경험이 필요하다. ‘5,000m는 학교 다닐 때도 뛰어 본 적 있으니, 당연히 할 수 있지 않을까? 지각해서 회사 맨날 뛰어가는데?’ 싶지만 초심자라면 의외로 이 거리를 한번에 뛰기가 어렵다. 강인한 체력과 지구력, 멘탈까지 필요한 문제다. 뛸 수 있는 거리를 500m씩 늘려 5km는 뛰어 보고 대회에 참가한다. 마찰이 적은 러닝복과 물집을 예방하는 양말을 고를 수 있게 된다. 선글라스, 러닝벨트, 모자 등이 필요한지 여부도 스스로 파악할 수 있다. 4km를 편하게 뛰려면 평소에 10km를 뛰라는 달리기 선수의 조언을 생각해보자. 대회 날 좋은 성적을 내려면, 평소 15km를 편안하게 달려본 경험이 필요하다.
컨디션 관리
이래저래 훈련이 잘 되지 못했다면 가진 역량이라도 끌어 올려보자. 대회 전날은 7시간 정도 푹 잔다. 긴장해서 잠이 안 온다면 수면 시간에 집착하지 말고 편히 휴식을 취한다. 수분은 전날부터 조금씩 충분히 마셔두는 것이 좋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식사. 초보자일수록 먹는 게 중요하다. 진짜 먹은 만큼 갈 수 있다. 전날 저녁은 평소와 같은 한식, 파스타 같은 소화 잘 되는 탄수화물 위주 식사를 한다. 아침은 뛰기 2시간 정도 전에 가볍게 먹는다. 토스트도 좋고 간단히 바나나를 먹는 것도 좋다. 여의치 않다면 에너지바나 에너지젤도 괜찮다.
대회 당일 시뮬레이션
대회 자체가 처음이라면, 그 분위기에 압도되어 성적을 내기 어려울 수도 있다. 헤매는 시간을 감안해 대회장에 미리 도착할 것을 추천한다. 20분 전에 도착하면 스트레칭과 조깅으로 몸을 미리 데워 놓을 수 있다. 화장실은 미리 다녀오고 스마트워치나 앱도 설정해 둔다. 초반엔 아무리 신나도 전력질주는 안 된다. 오히려 목표 페이스보다 약간 느리게 시작하라고 전문가는 조언한다. 급수대가 나오면 목이 마르지 않아도 물을 마신다. 후반 2km까지 흥분하지 말자. 힘이 남았다면 8-9km 지점에서 속도를 올려도 된다. 완주 후에는 바로 멈추지 말고 천천히 걷는다. 물과 바나나, 빵 같은 당분을 섭취하며 완주의 기쁨을 만끽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