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벌기 시작하면 어린 시절 동경했던 차를 찾게 됩니다. 지금 사람들은 1930년대 자동차보다 1980년대 모델을 원하죠. 시계도 똑같습니다.” 블랑팡이 오랫동안 숨겨온 보석 같은 컬렉션을 다시 전면에 내세웠다. 케이스는 더 작아졌고, 그와 함께 시계 업계는 새로운 네오 빈티지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드디어 새로운 블랑팡 빌레레 컬렉션이 공개됐다. 이제는 확실하다. 시계 업계는 다시 ‘네오 빈티지’ 시대로 돌아왔다. 이것은 찰리 XCX의 새로운 음악적 변신 이야기가 아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브랫 서머’를 뒤로하고 닉 케이브와 듀엣을 부르며 자기반영적인 A24 영화에 출연하는 것과 비슷한 시계 업계의 분위기 변화다.
네오 빈티지는 다소 모순적으로 들리는 표현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 제작된 시계를 뜻한다. 저널리스트이자 작가, 시계 컬렉터인 제임스 다울링의 표현을 빌리면 “6개월마다 오버홀이 필요하고 부품도 구하기 어려운 진짜 빈티지 시계”와는 다르다. 디자인은 과거의 감성을 유지하면서도 당시 최신 기술을 적용한 모델들이다. 예를 들어 레마니아 무브먼트를 사용하던 시절의 파텍 필립 크로노그래프와 퍼페추얼 캘린더, 혹은 불가리에 인수되기 전 다니엘 로스 같은 시계들이 대표적이다.
시계 전문 사진가이자 저널리스트인 팀 보는 이렇게 설명한다. “네오 빈티지가 주목받는 이유는 빈티지의 매력은 그대로 누리면서도 빈티지 특유의 부담은 덜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시 시계들은 균형 잡힌 비율과 시대 특유의 디자인을 갖고 있고, 무엇보다 박물관 유물처럼 조심스럽게 다루지 않아도 착용과 관리가 가능합니다.”
그리고 이제 네오 빈티지의 새로운 주인공이 등장했다. 바로 새로운 블랑팡 빌레레다. 최근 블랑팡은 중고 시계 거래 플랫폼 서브다이얼과 협업하며 그동안 잊혀졌던 브랜드 역사를 재조명했다. 그 직후 공개된 새로운 빌레레는 네오 빈티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결과물이다.

다울링은 이러한 흐름을 클래식카에 비유한다. “돈을 벌기 시작하면 어린 시절 동경했던 차를 찾게 됩니다. 지금 사람들은 1930년대 자동차보다 1980년대 모델을 원하죠. 시계도 똑같습니다.” 새로운 블랑팡 빌레레 캡슐 컬렉션에는 브랜드가 ‘울트라플라트’라고 부르는 3핸즈 데이트 모델이 추가됐다. 38mm 케이스로 새롭게 선보이며, 스테인리스 스틸과 18K 레드 골드 두 가지 소재를 선택할 수 있다. 특히 스틸 모델에는 빌레레 최초로 선버스트 살몬 다이얼과 18K 골드 아워 마커를 조합했다. 부티크 전용 골드 톤 오팔린 다이얼 모델도 마련됐으며, 다이아몬드 베젤과 인덱스를 적용한 29.9mm 문페이즈 모델 두 가지도 함께 출시됐다.
케이스 크기가 기존 40mm에서 38mm로 줄어든 것도 의미심장하다. 이는 최근 시계 시장 전반에서 나타나는 흐름을 반영한다. 다울링은 이를 “아는 사람만 알아보는 절제된 우아함”이라고 표현한다. 수십 년 동안 럭셔리 스포츠 워치가 점점 커져왔지만, 특히 남성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제 더 작고 단정한 시계로 관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팀 보는 작은 시계를 선택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작은 시계는 누구에게나 어울리는 건 아닙니다. 클래식한 비율의 시계를 착용한다는 생각 자체는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작은 시계는 존재감을 과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절제와 만족감을 드러내는 선택이죠. 모든 것을 과시하는 시대인 2026년에 아무것도 증명하려 하지 않는 시계는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자존심은 내려놓고 말이죠.”
올여름은 작은 다이얼과 큰 자아가 필요 없는 계절일지 모른다. 물론 손목이 굵은 사람이나 과감한 선택을 두려워하는 사람에게는 쉽지 않은 트렌드일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