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바리스타들의 모닝 커피.
모카 포트 커피 & 카페 라테

로라 & 엄폴 at 로앤엄 성수
아침 8시. 카페 문을 열고 엄폴 바리스타가 모닝커피를 내어주려 준비하는 사이, 10여 분이 흘렀을까, 그 잠깐 동안에도 출근하는 직장인, 털북숭이 강아지, 그 친구들과 함께 산책하는 반려인, 새 하루를 맞은 여러 형상이 아침 인사를 건네고 커피를 받아간다. 익숙한 활기인 듯 분주한 틈에도 다감하게 내려준 커피 한 잔은 라테. “아침에 다양한 커피를 즐기지만 테스트할 겸 습관처럼 마시는 건 미지근한 라테예요. 40~50도 정도의 온도로 마시면 체온과 비슷해서 술술 넘어가요. 오늘 커피가 잘 뽑아졌다, 그러면 라테가 엄청 부드러워요. 입안에 머금고 있으면 동글동글한 느낌이 나요.” 그사이 로라 바리스타가 즐겨 마시는 커피가 모카 포트에서 구르릉 끓어오르고, 라테 아트를 좋아해서 시작한 일이지만 카페인에는 약한 그녀가 그럼에도 하루 두세 잔씩 술술 마실 수 있다는 모닝커피 이야기를 건넨다. “커피로 연결된 이탈리아 가족에게서 배웠어요. 처음엔 차인 줄 알았어요. 속이 너무 편한 거예요.” 비법은 굵게 간 원두, 대충 후루룩 채워 넣는 물. “모카 포트를 쓴다 하면 곱게 간 가루를 써라, 밸브 밑 선까지 물을 부어라 그러는데 이탈리아에서는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아요. 그냥 툭툭, 본인 손맛대로. 저희는 편함을 가장 선호해요. 커피는 결국 개인 취향이잖아요.”
TIP “브루잉 커피나 핸드 드립 커피용이라 하면 원두를 굵게 갈아줘요. 추출 전에는 잔에 설탕을 살짝 넣어보세요. 첫 입에는 오리지널 커피 맛을 느끼고 두 번째에 확 털어 넣으면 단맛이 은은하게 감싸주면서 너무 맛있어요.” 로라(라테 아트 월드 챔피언)“집에서 만들어 마실 때, 내게 맛있는 맛을 찾고 싶을 때, 이걸 상상해보세요. 카페(Cafe, 커피), 라테(Latte, 우유). 글자 크기가 똑같잖아요. 커피 맛보다 우유 맛이 많이 나는 커피는 ‘카페<라테’이고, ‘카페>라테’라면 커피 맛이 더 나겠죠. 그렇게 ‘카페’와 ‘라테’의 크기를 키우고 줄여나가면서 내 카페라테를 만들어보면 좋겠어요.” 엄폴(라테 아트 월드 챔피언)
카푸치노

김현섭 at 메쉬커피
시침이 9와 10 사이를 향하고 출근길의 분주하던 분위기가 한산해질 때 김현섭 바리스타의 시간은 시작된다. “9시 30분에서 10시 사이에 카푸치노를 한 잔 마셔요. 매일. 아침 8시에 밥 먹고 점심 사이에 출출하니까 이때 카푸치노 한 잔 마시면 컨디션이 좋아져요.” 가장 좋아하는 형태와 크기라는 이탈리아 안캅 Ancap의 카푸치노 잔을 한 손에 그러쥐고 그가 커피를 내린다. “매일 마시니까 이 정도 잔 크기가 딱 좋아요. 150밀리리터 정도 들어가서 싱글 샷에 우유 130밀리리터를 넣어요. 부담없이 마실 수 있는. 클래식 카푸치노예요.” 친구들(직원들)에게 카푸치노 한 잔 만들어달라 하면 싫어할 수도 있다고, 추출 기술, 스티밍 스킬, 푸어링, 모든 면을 다 볼 수 있는, 칵테일로 치자면 설탕, 술, 레몬주스, 세 가지로만 만들어 셰이킹 실력이 그대로 드러나는 다이키리 같은 존재라고, 폭신해 보이는 우유 거품을 잔에 슥슥 부으며 웃는다. “매장 밖에서 마셔요. 쉬어야 하니까. 카페 안에서 마시면 휴식이 아니라 자꾸 평가하게 되고 업무의 연속 같아서, 바깥 자리에 앉아서 마셔요. 메쉬커피 오픈하고 나서 가장 만들고 싶었던 문화도 그거예요. 바깥에 앉아 그냥 동네 구경하고 풍경 구경하면서 커피 마시는.” 직장인들이 한소끔 지나간 자리, 창밖 벤치에 앉아 저마다의 커피 휴가를 즐기고 있는 이들의 등이 보인다. “오늘 아침에 제주도에서 왔는데, 제주 메쉬커피에서는 아침에 밖에 앉아 있으면 해무가 싹 지나가요. 서울이나 제주나 10시 정도의 그 조용함이 있어요. 그 시간에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차 소리, 새소리, 그런 일상적인 소리 들으면 좋죠. 그런데 이 카푸치노, 제가 마실 거라 대충 만들었는데 괜찮아요? 쉬기 위한 거니까. 열심히 말고 대충.”
TIP “집에서 직접 카푸치노를 만들고 싶다면 전자동 머신을 추천합니다. 저도 집에서 30만원짜리 필립스 것 써요. 스팀을 치는 게 기술적으로 어려울 수도 있지만, 스티밍과 푸어링은 사람 손으로 집중해서 해야 하니까, 그 정성에 빠져서 만들면 퀄리티가 나빠도 맛있게 먹을 수 있죠.” 김현섭(메쉬커피 대표·<오예! 스페셜티 커피!> 저자)
스페셜티 커피 – 정글

정경우 at 미켈레커피
“식품은 시간이 지나면 퀄리티가 떨어지잖아요. 그걸 방지하고자 지금 가장 안 나가는 커피를 제가 마시고 있습니다.” 요즘 즐기고 있는 모닝 커피와 함께 건넨 정경우 바리스타의 우스갯소리가 그렇다고 완전히 농담도 아닌 것이, 스페셜티 커피는 늘 높은 퀄리티와 그만큼 높은 가격, 때문에 소비자의 선택에서 까다로워지는 지점에 놓인다. 그러한 위험부담에도 정경우 바리스타가 직접 산지를 찾아다니고, 좋은 생두를 찾고, 괜찮은 가공소를 수색하는 이유는 하나다. 훌륭한 한 잔의 커피. “이 커피는 파나마 바리스타 대표가 설립한 가공소 TNT 커피랩에서 만들었는데 ‘정글’이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비가 오고, 마르고, 다시 비가 오다 건조해지는, 그런 정글의 모습을 닮은 프로세싱을 거치기 때문이에요. 그런 스토리를 들으면 궁금해지죠. 어, 이 한 잔 마셔보고 싶다.” 그가 중요시 여기는 세 가지 요소, 스토리, 프로세스, 맛의 명확성에 매료되어 들여온 스페셜티 커피 정글에서 세차게 비가 쏟아졌다 개고 난 후의 오렌지 나무, 재스민 꽃 향이 피어오르는 것 같다. “거기에 몽글몽글한 텍스처까지 느껴지면 최고죠.” 이 한 잔의 커피를 아침에 즐기는 그의 방법은 따뜻하게, 편히 머그잔에 즐기는 것이지만 손님에게는 기꺼이 와인 잔에 내어준다. 특히 림이 얇고 입구가 좁은 디자인으로. “소비자에게는 1만5천원짜리 커피예요. 그러면 그만큼의 경험을 드려야죠. 머그에 드리는 한 잔과 별개로 풍성히 향을 느껴보시라는 의미로 함께 드려요. 이렇게 입구가 좁은 와인 잔은 커피의 향을 온전히 느껴볼 수 있어요.”
TIP “저는 커피를 따뜻하게 즐깁니다. 얼음을 넣으면 향과 풍미가 적게 느껴져요. 그리고 ‘나는 산미 없는 커피가 좋아’처럼 선을 긋는 분들도 있지만 여러 가지 즐겨보시면 좋겠어요. 커피가 더 재밌어질 거예요.” 정경우(월드 바리스타 챔피언)
에스프레소

위승찬 at 이디야커피랩
2024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WCIGS(World Coffee In Good Sprits Championship) 대회, 즉 커피와 주류로 새로운 레시피의 음료를 선보이는 세계 바리스타 경연에서 우승한 위승찬 바리스타를 만나기 전에 술이 슬쩍 든 모닝커피, 그 작고 소중한 일탈을 꿈꿨다. “바리스타이자 직장인으로서 저도 여느 직장인과 마찬가지로 아메리카노를 즐깁니다.” ‘아아’, 아침을 깨워주는 아이스아메리카노의 경건함은 바리스타 회사원에게도 적용되는 언어였다. “다만 저는 오랫동안 바리스타 생활을 하다 보니 에스프레소도 즐기게 됐는데요, ‘익스프레스 Express’를 이탈리아어로 치환한 에스프레소는 굉장히 빠르게 추출하고, 빠르게 털어 마시는 형태의 커피인 만큼 바쁜 시간에 잠깐잠깐, 카페인 섭취가 빠르게 필요할 때 즐기기 좋아요.” 위승찬 바리스타가 에스프레소를 즐기는 법은 이러하다. 에스프레소 30밀리리터에 5그램짜리 백설탕 스틱을 털어 넣는다. 설탕이 다 녹을 때까지 열심히 젓는다. 이를 세 모금에 나눠 마신다. “사람들이 단순히 단맛을 위해 설탕을 넣는다고 여기기도 하는데, 설탕이 가진 기능적인 부분 중 또 다른 역할은 향미를 증폭시켜주는 겁니다.” 커피의 향미를 풍성하게 이끌어내기 위해 한국 전통주의 발효와 누룩에서 힌트를 얻은 새로운 시도로 WCIGS 우승을 차지한 그에게 설탕은 에스프레소를 즐길 때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커피 자체가 굉장히 많은 향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무 향미가 없는 순수한 백설탕을 넣어 커피의 향과 맛, 풍미를 이끌어 올려주면 좋아요.”
TIP “커피가 가진 향미를 고르고 균형감 있게 느껴보고 싶다면 사이폰 커피를 찾아 즐겨보세요. 사이폰은 일본에서 더 많이 알려져 있는 추출 도구인데 하단은 둥근 플라스크, 상단은 길쭉한 로드로 이뤄져 있어요. 이 도구를 통해 우려내는 형식의 침출식으로 추출하면 커피 향과 맛의 강도나 깊이감, 부조감이 훨씬 훌륭해져요.” 위승찬(WCIGS 챔피언)
- 포토그래퍼
- 김민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