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워치와 문스와치 같은 예상 가능한 모델부터, 꾸준히 팔려온 기계식 명작까지. 전문가들이 꼽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시계들을 소개한다. 보면 이유는 자연스럽게 수긍하게 될 것.

가장 많이 팔린 시계를 보자. 이유는 제각각이다. 어떤 시계는 디자인 걸작이어서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고, 어떤 시계는 뛰어난 공학적 성취 덕분이며, 또 어떤 모델은 단순히 수백만 개씩 팔려나간 상업적 괴물이다. 2만 원대 카시오 F-91W부터 약 1,700만 원에 가까운 롤렉스 서브마리너까지, 이 베스트셀러들은 공통점이 거의 없다. 조부모 세대부터 생산된 시계가 판매량에서 유리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베스트셀러 시계는 결국 시대와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순간에 등장한다.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손목 위에 올리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어떤 시계가 역대 베스트셀러가 될지 예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공식 같은 것도, 며느리에게만 알려주는 비밀 재료 조합 같은 것도 없다. 이번 목록에서는 디지털, 쿼츠, 기계식 세 가지로 나눠 소개한다. 다만 반드시 짚고 넘어갈 점이 있다. 정확한 판매 순위는 아무도 모른다. 모든 브랜드가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래 리스트는 시계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한 가장 신뢰도 높은 추정치다.
디지털 시계

애플 워치
컴퓨터이자 시계인 애플 워치는 2015년 출시와 동시에 폭발적인 성공을 거뒀다. 당시 애플은 전성기였고 손대는 것마다 히트했다. 출시 첫해에만 약 1,000만~1,200만 대가 팔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롤렉스의 연간 생산량의 약 10배에 해당하는 숫자다. 웨어러블 기술 혁명은 시계 산업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전통 시계 애호가들은 기계식 기술이 없는 시계를 시계로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애플 워치 덕분에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손목에 무언가를 착용하게 된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손목 위 제품을 만드는 업계 전체에 이는 분명 좋은 일이다. 현재 애플 워치는 시리즈 11까지 출시됐고, 이 흐름이 멈출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카시오 F-91W
이 목록에서 가장 저렴한 시계다. 가격은 약 2만~3만 원 수준이지만 완성도는 대단하다. 세계 지도자의 손목에서도, 교실에서도 똑같이 어울린다. 세계 1위 시계 팟캐스트 ‘스코티시 워치스’의 진행자 리키 데이먼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디지털 시계가 해야 할 모든 기능을 정확히 수행합니다. 디지털 시계의 필수 기능을 적어보면 이 시계는 그걸 전부 합니다. 군더더기가 없습니다.” 37년 동안 이 철학은 변하지 않았다. 단순하고 가볍고 작으며 읽기 쉽고 대부분의 환경에서 작동한다. 기본적인 방수와 방진 기능도 갖췄다. 실제 착용자만 봐도 이 시계의 철학이 드러난다. 교황 프란치스코와 버락 오바마.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두 인물이다.
카시오 지샥
카시오 지샥에는 마블 영화 같은 탄생 이야기가 있다. 카시오의 한 디자이너가 아버지에게 받은 소중한 시계를 떨어뜨려 망가뜨린 사건에서 시작된다. 그 충격 이후 카시오는 절대 망가지지 않는 시계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수년 동안 실패한 프로토타입이 이어졌지만 어느 날 한 아이가 튀는 공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고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1983년 출시된 첫 모델은 DW5000C였다. 지금도 이어지는 사각 케이스 디자인을 갖췄다. 이 시계는 세 가지 기준을 충족했다. 10미터 낙하 충격 견딤, 10기압 방수, 10년 배터리 수명. 지금 기준으로도 충분히 인상적인 사양이다.
타이맥스 아이언맨
타이맥스 아이언맨은 지샥이 등장한 직후에 출시됐다. 타이맥스는 ‘깨지지 않는 시계’ 경쟁 대신 새로운 방향을 택했다. 트라이애슬론 선수들이 기록과 성능을 측정하는 스포츠 시계로 포지셔닝한 것이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러너, 사이클리스트 등 다양한 스포츠 커뮤니티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1984년 출시 이후 꾸준히 인기를 얻다가 1993년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이 취임식에서 아이언맨을 착용하면서 대중적인 히트를 기록했다.
쿼츠 시계

스와치 × 오메가 문스와치
문스와치만큼 출시 당시 큰 화제를 만든 시계는 드물다. 워치 컬렉터스 클럽 공동 창립자 해미시 로버트슨은 이렇게 설명한다. “상징적인 럭셔리 시계와 스와치의 화려한 색감이 결합됐고, 가격은 합리적인 쿼츠 모델이었습니다.” 스와치와 오메가는 이후에도 다양한 한정판을 출시하며 화제를 이어갔다. 매장 앞에서 며칠씩 줄을 서는 풍경도 등장했다. 오메가 스피드마스터와의 연결성도 매력 요소였다. 동시에 기존 시계 컬렉팅 문화의 딱딱함을 깨뜨렸다. “이 시계는 아이코닉 시계가 반드시 진지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렸습니다. 색을 이렇게 자유롭게 사용하는 시계는 이전에 거의 없었습니다.” 로버트슨은 이렇게 말한다. “이런 신선함과 마케팅 전략 덕분에 많은 새로운 사람들이 시계 세계에 들어왔습니다. 심지어 우리 아버지도 하나 샀습니다.”
티쏘 PRX
리키 데이먼은 수많은 신제품을 봐왔지만 PRX는 특별했다고 말한다. “롤렉스 오이스터쿼츠와 바쉐론 콘스탄틴 222의 디자인을 다시 대중화한 모델이었습니다.” 현대 버전은 2021년에 출시됐다. 스와치 그룹의 강력한 지원, 파워매틱 80 무브먼트,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이 성공의 핵심이었다. 초기에는 몇 가지 다이얼 옵션만 있었지만 이후 다양한 버전이 등장했다. 쿼츠 모델, 작은 케이스, 러버 스트랩, 다양한 베젤과 소재 등 수많은 변형이 출시됐다. 최근에는 카본 모델도 큰 인기를 얻었다.
카르티에 탱크 쿼츠
카르티에에서 가장 유명한 시계가 꼭 탱크라고 말할 수는 없다. 산토스가 세계 최초 손목시계라는 주장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탱크는 디자인 혁신으로 성공했다. 1919년 당시에는 다양한 케이스 형태가 많지 않았다. 사각형 디자인은 큰 도전이었다. 그리고 결정적인 무기는 남녀 모두에게 어울리는 디자인이었다. 무하마드 알리, 앤디 워홀, 다이애나 왕세자비, 킴 카다시안. 이 네 사람이 모두 같은 시계를 착용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설명이 충분하다. 1977년 탱크 머스트 모델에 쿼츠 무브먼트가 들어갔다. 1980년대에는 쿼츠 버전이 주류가 됐다. 현재 가격은 약 530만 원 정도다.
스와치 젠트
스와치 젠트는 쿼츠 위기 속에서 등장한 시계다. 당시 스위스 시계 산업은 일본 쿼츠 기술 때문에 큰 위기를 겪고 있었다.젠트는 쿼츠 기술을 받아들이면서 가격을 크게 낮췄다. 정확하면서도 저렴하고 여전히 스위스 브랜드라는 점이 강점이었다. 1983년 출시 당시 가격은 50 스위스 프랑 이하였다. 지금 가치로 약 9만 원 정도다.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여러 개를 모으기도 쉽다. 새로운 색상, 디자인, 협업 모델도 계속 출시되고 있다.
기계식 시계

롤렉스 데이트저스트
롤렉스 데이트저스트는 시계 역사에서 가장 상징적인 모델 중 하나다. 빈티지 워치 컴퍼니의 데이비드 실버는 이렇게 설명한다. “데이트 창을 최초로 적용한 롤렉스 시계였습니다. 1945년에 등장했고 즉시 인기를 얻었습니다.” 처음부터 금 모델과 스틸 모델이 함께 출시됐다. 8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생산되고 있다. 롤렉스는 다양한 다이얼 색상과 디자인을 출시하며 신선함을 유지해왔다. 실버의 개인적인 추천은 1980년대 화이트 골드 데이트저스트다. 특히 오만 술탄 문장이 빨간색으로 들어간 다이얼 모델은 매우 희귀하다.
세이코 5
이 리스트의 다른 기계식 시계들이 수천만 원 가격대까지 올라가는 것과 달리 세이코 5는 반대 방향의 철학을 보여준다. 1963년 세이코는 스위스보다 더 저렴하고 더 좋은 시계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 이후로도 세이코 5는 계속 진화했다. 초기에는 작은 드레스 스타일 시계였지만 지금은 스포츠 모델, 다이버 스타일 모델 등 다양한 디자인으로 확장됐다.
롤렉스 서브마리너
데이비드 실버는 롤렉스 서브마리너를 “시계 세계의 거인”이라고 표현한다. 강인한 다이버 시계의 매력과 제임스 본드 영화에 등장한 역사까지 갖춘 모델이다. 1962년 영화 골드핑거 촬영 당시 제작자 ‘커비’ 브로콜리가 자신이 차고 있던 서브마리너를 숀 코너리에게 건네 촬영에 사용하게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후 이 시계는 영화 역사와 시계 역사 모두에서 전설이 됐다. 현재는 오메가가 본드 시계 역할을 이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질문은 남는다. 제임스 본드는 롤렉스 사람일까, 오메가 사람일까.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전통적인 3서브다이얼 크로노그래프는 많지만 스피드마스터는 왜 이렇게 인기일까. “사람들이 우주에 집착하기 때문입니다.” 로버트슨은 이렇게 말한다. 1950년대 오메가는 NASA의 테스트를 통과한 툴 워치를 만들었다. 이후 모든 유인 우주 비행에서 백업 타이머로 사용됐다. 그리고 결국 인류 최초로 달 표면에 착용된 시계가 됐다. 하지만 인기의 이유는 그것만이 아니다. 얇은 베젤 디자인 덕분에 다이버 시계와 다른 미학을 보여준다. 많은 사람들이 바로 그 디자인 때문에 이 시계를 선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