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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가치 상승! 숨겨진 모델 포함, 지금 알아야 할 파텍 필립 시계 15

2026.03.18.조서형, Vivian Morelli, James Lamburn

파텍 필립하면 뭐가 생각나는가. 노틸러스, 아쿠아넛, 큐비투스가 떠오른다면, 이외에도 이 브랜드에 황금 라인업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모두를 위해 정리했다. 지금 시점 특히 주목할 만한 파텍 필립.

시계 세계에서 파텍 필립보다 더 높은 위치에 있는 브랜드를 떠올리기는 어렵다. 1839년에 설립된 이 스위스 제조사는 거의 두 세기에 걸쳐 세계에서 가장 정교하고, 가장 탐나는 시계를 만들어왔다. 단순히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 아니라, 기술력과 장인정신, 그리고 브랜드가 지닌 상징성 때문이다.

파텍 필립은 단순한 시계 브랜드가 아니다. 그것은 일종의 기준이다. 다른 모든 하이엔드 워치메이커들이 스스로를 비교하게 되는 대상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한 가지 아이디어가 있다. 바로 ‘영원성’이다. 이 브랜드의 유명한 광고 문구가 있다. “당신은 결코 파텍 필립을 소유하지 않는다. 단지 다음 세대를 위해 잠시 보관할 뿐이다” 이건 단순한 마케팅 카피가 아니다. 실제로 파텍 필립 시계는 세대를 넘어 전해지는 물건이며,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상승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지금 시점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파텍 필립 모델은 무엇일까?

파텍 필립 곤돌로

노틸러스가 파텍 필립의 ‘맨 앞줄 셀럽’이라면, 곤돌로는 진짜 수집가들만 아는 컬트 인디 밴드 같은 존재다. 브라질 리테일러 곤돌로 앤 라부리오의 이름에서 따온 이 라인은 강렬한 아르데코 감성을 담고 있다. 직사각형 케이스, 기하학적인 라인, 그리고 끝없이 쏟아지는 스포츠 워치 시대 속에서 오히려 더 신선하게 느껴지는 빈티지한 우아함까지. “곤돌로라는 이름을 달고 있거나 곤돌로 컬렉션에 속한 파텍 필립 시계들은 매우 니치한 영역에 속해 있어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이 라인에서 파텍은 역사에 남을 클래식한 타임피스를 여럿 선보였습니다. 예를 들어 놀라운 아르데코 스타일의 직사각형 케이스를 가진 곤돌로 8 데이즈 데이 앤 데이트 인디케이션 같은 모델이 있죠.” 시계 전문 필자 토마스 브레히텔은 이렇게 말한다.

그는 Ref. 5124G-011도 언급하며 “케이스뿐 아니라 무브먼트 구조 자체도 직사각형입니다. 케이스에 완벽하게 들어맞죠. 이런 점을 수집가들은 특히 좋아합니다. 케이스와 무브먼트가 하나의 유기적인 통일체를 이루기 때문이죠”라고 덧붙인다. 하지만 브레히텔의 개인적인 최애는 조금 더 은근한 선택이다. “정말 멋진 곤돌로 5101P-010 투르비용이죠. 시계를 뒤집어야만 투르비용을 볼 수 있는 모델입니다. 이게 바로 쿨함의 정의죠.” 절제된 디자인, 건축적인 아름다움, 그리고 살짝 비주류적인 태도. 이것이 바로 곤돌로의 정체성이다.

파텍 필립 투르비용 Ref. 6002R-001

파텍 필립이 완전히 다른 차원의 게임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시계를 하나 꼽자면, 바로 스카이 문 투르비용이다. 이 모델은 기계적 걸작이자 장식 예술 작품이기도 한 이 모델은 브랜드 시계 제작 피라미드의 정점에 자리한다. 타임 텔링 매거진의 창립자 왈리드 벤라는 그 매력을 이렇게 설명한다. “가장 뛰어난 파텍 필립은 세 가지를 지배합니다. 기술적인 측면의 시계 제작, 장식적인 측면의 장인정신, 그리고 이야기로서의 맥락입니다. 파텍 필립 스카이 문 투르비용 6002R-001은 이 세 가지를 모두 갖춘 모델입니다.”

이 모델은 2001년 파텍 필립 역사상 가장 복잡한 손목시계로 등장한 전설적인 스카이 문 투르비용 Ref. 5002의 현대적인 진화형이다. “6002는 동일한 기계적 서사를 유지하면서 총 12개의 컴플리케이션을 담고 있습니다. 캐시드럴 공을 사용한 미니트 리피터, 투르비용, 퍼페추얼 캘린더는 물론, 시계 제작에서 가장 시적인 디스플레이 중 하나인 북반구의 천체 움직임을 보여주는 회전식 별자리 차트와 항성시 표시까지 포함되어 있죠.”

하지만 이 시계의 이야기는 단순히 복잡한 기능에만 머물지 않는다. “제가 가장 매료되는 지점은 이 시계가 기계적인 요소에서 멈추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여기서부터는 파텍 필립의 ‘레어 핸드크래프트’ 철학이 시작됩니다. 케이스 전체가 수작업으로 인그레이빙되어 있고, 마치 바로크 조각처럼 모든 밀리미터가 조각되어 있습니다. 다이얼은 클루아조네 에나멜 기법으로 제작되며, 약 100시간에 달하는 순수한 장인 작업이 들어갑니다. 그리고 시계를 뒤집는 순간, 과학과 예술이 끊임없이 교차하는, 일종의 ‘시계식 플라네타리움’에 빠져들게 됩니다.”

파텍 필립 퍼페추얼 캘린더 Ref.3940

컬렉터들이 파텍 필립의 현대 시대를 이야기할 때, 반복해서 등장하는 레퍼런스가 하나 있다. 바로 Ref. 3940이다. 1985년에 처음 등장해 20년 넘게 생산된 이 모델은 브랜드의 시계 제작 철학을 가장 순수하게 구현한 작품으로 널리 평가받는다. 우아하고, 균형 잡혀 있으며, 조용하게 복잡하다. 브레히텔에게도 이 모델은 최고의 시계 중 하나다. “역대급 클래식이자, 어쩌면 회사 CEO들의 관점에서 가장 뛰어난 파텍일지도 모릅니다. 옐로 골드 퍼페추얼 캘린더 Ref. 3940이죠. 정말 아름답고, 우아하며, 완벽한 퍼페추얼 캘린더입니다.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당한 찬사지만, 대부분의 컬렉터들도 여기에 동의할 것이다.

퍼페추얼 캘린더는 윤년과 각 달의 날짜 수 차이까지 자동으로 계산하는 파텍 필립의 대표적인 컴플리케이션이다. 그리고 3940은 그 복잡한 기능을 놀라울 정도로 절제된 36mm 케이스에 담아냈다. 대칭적으로 배치된 다이얼 디자인까지 더해져, 진정한 시계 기술은 반드시 과시적일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퍼페추얼 캘린더의 세계를 더 깊이 파고들 생각이라면, 브레히텔이 하나 더 추천한다. “쿠션형 혹은 TV 형태 케이스를 가진 퍼페추얼 캘린더 Ref. 5040이나 Ref. 5940 같은 아주 독특한 모델도 있습니다. 굉장히 과감한 시도죠.” 파텍 필립에도 때로는 실험적인 순간이 존재한다.

큐비투스

이 시계가 리스트에 포함된 것 자체가 의외라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큐비투스는 파텍 필립이 25년 만에 선보인 완전히 새로운 컬렉션이며, 이 브랜드는 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옳은 방향을 선택해왔다는 전례를 가지고 있다. 2024년, 무려 45mm에 달하는 정사각형 케이스로 처음 출시됐고, 올해는 보다 현실적인 40mm 사이즈로 새로운 버전이 이어졌다. 이 새로운 사이즈는 이미 회의적이던 사람들 일부의 평가를 빠르게 뒤집고 있다. 중고 시계 플랫폼 서브다이얼의 공동 창립자 크리스티 데이비스는 이렇게 말한다. “큐비투스는 처음엔 조롱을 받았지만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는 디자인 덕분이겠죠. 2025년에 나온 40mm 모델은 훨씬 더 균형 잡힌 느낌이에요.”

이게 바로 파텍 필립이 가장 잘하는 방식이다. 급격하고 성급한 변화를 주기보다, 시간을 두고 모델을 점진적으로 발전시키고 혁신해 나간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모두가 ‘이거 정말 좋은 시계다, 또 해냈네’라고 말하게 되는 순간이 온다. 지금은 이 사각 케이스가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몇십 년이 지난 뒤 큐비투스가 이 리스트의 ‘후보 선수’에서 얼마나 올라설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볼 일이다. 크리스티는 이렇게 덧붙인다. “결국 가장 인기 있는 빈티지 시계들도 출시 당시에는 완전히 실패작으로 여겨졌던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셀레스티얼

파텍 필립 라인업 중에서도 가장 복잡하면서 동시에 시각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시계 중 하나다. 본햄스 글로벌 시계 부문 총괄 조너선 다라콧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모델은 별이 흩뿌려진 미드나이트 블루 다이얼의 셀레스티얼”이라며, 이 시계가 “스타일과 고도로 복잡한 무브먼트를 완벽하게 결합한 작품”이라고 말한다. 실용성이 어떠냐고? 솔직히 그게 뭐가 중요할까. 손목 위에 밤하늘이 펼쳐지고, 그 자체로 압도적으로 멋지다는 사실이면 충분하다.

현대적인 셀레스티얼은 2002년 Ref. 5102로 처음 등장했으며, 이후 플래티넘과 로즈 골드 버전으로 발전해왔다. 이 모델은 한쪽에는 천체 차트가, 다른 쪽에는 미니트 리피터, 퍼페추얼 캘린더, 투르비용이 담긴 극도로 복잡한 양면 시계인 스카이 문 투르비용과 가까운 계보를 공유한다. 극히 제한된 수량으로 생산되는 이 셀레스티얼은, 파텍 필립이 다른 브랜드와 무엇이 다른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그랜드 마스터 차임

하이 컴플리케이션 라인을 계속해서 이야기하자면, 왜 그랜드 마스터 차임이 더 높은 순위에 있지 않은지 궁금할 수도 있다. 나 역시 그 점을 고민하긴 했다. 하지만 매년 정확히 몇 점이 생산되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더라도, 한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라는 것은 분명하다. 이 사실만으로도 단 한 점을 만들어내기 위해 얼마나 엄청난 헌신과 시계 제작 기술이 필요한지를 보여준다. 거기에 7자리 숫자에 이르는 가격까지 더해진다. 그런 이유로 이 리스트에서는 현재 위치에 두기로 했다.

“그랜드 마스터 차임은 파텍 필립이 만든 가장 복잡한 손목시계로, 디자인과 기술 모두에서 경이로운 작품입니다.” 다라콧은 이렇게 말한다. 이 시계는 파텍 필립 창립 17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처음 등장했으며, 당시에는 단 7점만 제작됐다. 이후 2016년, 파텍 필립은 그랜드 마스터 차임을 정규 컬렉션에 포함시켰다. 총 20개의 컴플리케이션을 담고 있으며 제작에 약 10만 시간이 소요되는,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양산 시계 중 하나다.

파일럿 트래블 타임

여러 면에서 파일럿 워치는 ‘파텍답지 않은 파텍’이다. 전통적인 의미의 우아함이나 럭셔리한 분위기를 강하게 풍기지는 않는데, 어쩌면 바로 그 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 모델을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파일럿 라인은 더 견고한 인상을 주며, 큼직한 아라비아 숫자 인덱스와 돌출된 푸셔가 특징이다. 파텍 필립과 파일럿 워치의 관계는 꽤 흥미롭다. 1930년대에 이 브랜드는 파일럿용 시계를 순수한 툴 워치로만 제작했을 뿐, 메인 컬렉션에 포함시키지는 않았다. 그러다 2015년에 파일럿 워치를 다시 선보였는데, 외형은 1930년대 모델과 거의 닮지 않은 새로운 모습이었다.

그 결과, 전통주의자들 사이에서는 논란이 많은 출시로 받아들여졌다. 이 이야기, 큐비투스를 떠올리게 하지 않는가?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파일럿 컬렉션의 평가는 점점 높아졌다. 뛰어난 가독성과 트래블 타임 기능의 실용성을 소비자들이 이해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라인업의 핵심 모델은 파일럿 트래블 타임 크로노그래프로, 읽기 쉬운 다이얼, 듀얼 타임존 기능, 플라이백 크로노그래프를 갖춘 궁극의 파일럿 워치라 할 수 있다.

골든 엘립스

직사각형도 아니고 원형도 아닌 골든 엘립스는 그리스 수학과 ‘황금비’ 1대 1.6181에서 영감을 받은 모델이다. 바로 이 개념이 독특한 형태를 만들어냈다. 오늘날 기준으로 보면 골든 엘립스는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고, 만약 2025년에 처음 출시됐다면 과연 성공했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솔직히 확신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델은 파텍 필립에서 가장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시계 중 하나다.

1968년에 처음 공개된 이 시계는 당시에도 상당히 대담한 디자인이었다. 하지만 1960년대는 미니멀리즘과 창의적인 차별성이 강조되던 시대였다. 결국 골든 엘립스는 아이콘이 되었고, 은근한 ‘플렉스’의 정석 같은 시계로 자리 잡았다. 단순하면서도 분명히 알아볼 수 있는 디자인 덕분에, 누가 봐도 파텍 필립을 차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쿠아넛

노틸러스의 동생격인 이 모델은 파텍 필립 라인업에서는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모델. 등장과 동시에 강렬한 존재감을 남겼다. 타임+타이드의 창립자 앤드류 맥어천은 이를 이렇게 표현한다. “노틸러스의 반항적인 동생으로 시작했지만, 조용히,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더 이상 조용하지 않게, 완전히 새로운 럭셔리의 상징이 됐습니다.” 아쿠아넛은 파텍 필립 최초로 ‘트로피컬’ 스트랩, 우리가 흔히 말하는 러버 스트랩을 적용한 시계였다. 1997년 출시 당시에도 적잖은 놀라움을 안겼다. “제네바에서 온 정교한 타임피스라기보다, 마치 휴가 중인 본드 빌런이 찰 법한 시계처럼 보였죠. 하지만 몇십 년이 흐른 지금, 아쿠아넛은 더 이상 누구의 그림자 속에 있지 않습니다.” 맥어천의 말이다.

파텍 필립이 러버 스트랩을 채택한 것은 단순한 변화가 아니었다. 이는 스포츠 워치 흐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음을 보여주는 마지막 단계 중 하나였고, 동시에 업계 전반에 러버 스트랩이 인정받았다는 신호이기도 했다. 아쿠아넛이 특히 큰 성공을 거둔 지점은 젊은 세대였다. 40대 이하, 그리고 닷컴 시대의 테크 업계 인물들을 겨냥한 첫 번째 파텍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으로 치면 크립토 세대에 해당할 것이다. 내가 맥어천에게 가장 좋아하는 파텍 모델을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아쿠아넛이어야죠. 그런데 어떤 모델이냐고요? 5167A? 아이코닉하죠. 5164 트래블 타임? 컬렉터들이 열광하는 모델이고요. 하지만 밝은 오렌지 러버 스트랩이 들어간 화이트 골드 5968G라면? 그건 파텍이 ‘우리가 다 보고 있다, 리차드 밀. 하지만 이 게임은 여전히 우리가 운영한다, 단지 더 조용하게’라고 말하는 것 같아요. 저는 그게 마음에 듭니다.”

컴플리케이션 월드 타임

월드 타임은 파텍 애호가 커뮤니티에서 특히 사랑받는 모델로, 몇 가지 주목할 만한 업적을 가지고 있다. 파텍 필립은 1939년 세계 주요 도시를 내부 회전 베젤에 배치하는 방식을 처음 도입했는데, 이 시스템은 오늘날 거의 모든 브랜드가 사용하는 표준이 되었다. 또한 최초의 플래티넘 월드 타임 모델은 2002년 660만 스위스프랑에 낙찰되며, 당시 손목시계 최고가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파일럿 컬렉션과 마찬가지로, 월드 타임 역시 한동안 주목에서 벗어났던 시기들이 있었다. 1937년부터 1965년까지 컬렉션에 포함되어 있다가 이후 35년간 자취를 감췄고, 2000년에 다시 등장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이후 이 모델은 제이지에드 시런 같은 셀럽들의 사랑을 받으며 꾸준히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에드 시런의 컴플리케이션 월드 타임은 GMT 기준 도시인 런던 대신 그의 고향인 프램링엄이 들어간 개인화 모델로도 잘 알려져 있다.

월드 타임은 파텍 필립에서 기대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요소를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클래식한 드레스 워치의 외형에, 하이엔드 시계 제작 기술을 상징하는 복잡한 기능까지 결합되어 있다. 맥어천은 이렇게 말한다. “크로노그래프가 아드레날린을 위한 것이라면, 퍼페추얼 캘린더는 인내를 위한 기능이고, 월드 타임은 시야를 넓혀주는 기능입니다. 도하 공항 라운지에서 이탈리아어로 에스프레소를 주문하는 것과 같은 시계적 경험이죠. 일종의 과시이긴 하지만, 매우 세련된 방식의 과시입니다.”

컴플리케이션 애뉴얼 캘린더

날짜 기능이 있는 시계를 써본 사람이라면 거의 두 달에 한 번씩 날짜를 다시 맞춰야 하는 번거로움을 잘 알 것이다. 그런 점에서 파텍 필립이 1996년에 컴플리케이션 애뉴얼 캘린더로 해결책을 내놓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는 사실은 조금 의외이기도 하다. 이미 퍼페추얼 캘린더는 그보다 70년 넘게 존재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뉴얼 캘린더는 현실적인 두 가지 문제를 해결했다. 퍼페추얼 캘린더는 여전히 매우 비싼 가격대에 속하고, 단순한 날짜 기능은 정확성이 지속적으로 유지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계 업계는 반드시 문제 해결을 위한 방향으로 나아가지는 않는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애뉴얼 캘린더는 더욱 중요하다. 실제로 유용한 기능이기 때문이다. 바크 앤 잭의 창립자 아드리안 바커는 이렇게 말한다. “컴플리케이션은 파텍이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마감은 물론 인상적이지만, 결국 기술을 배우고 시간을 들이면 구현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저는 디자인과 컴플리케이션이 더 인상적이라고 봅니다.” 오늘날 애뉴얼 캘린더는 문페이즈, 플라이백 크로노그래프, 스틸 브레이슬릿, 다이아몬드 세팅 등 다양한 변주로 확장되며, 누구에게나 맞는 선택지를 제공하는 유연한 컬렉션으로 자리 잡았다.

노틸러스 트래블 타임 크로노그래프

이미 월드 타임과 파일럿 트래블 타임을 통해 파텍 필립에서 듀얼 타임존 컴플리케이션이 얼마나 중요한지 언급했으니, 같은 설명을 세 번째로 반복하지는 않겠다. 이 노틸러스 하위 모델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그 인기에 있다. 노틸러스는 이제 완전한 아이콘이 되었고, 단순한 스포츠 워치로 시작했던 이 모델은 2014년 트래블 타임 크로노그래프가 등장하면서 파텍 특유의 ‘풀 패키지’로 확장됐다. 스틸 케이스에 두 가지 컴플리케이션을 동시에 담아낸 것은 파텍의 스포츠 워치가 얼마나 다재다능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였다.

노틸러스 트래블 타임 크로노그래프는 디자인적으로도 뛰어난 작품이다. 서브다이얼과 타임존 인디케이터의 배치 덕분에 다이얼은 거의 완벽에 가까운 대칭을 이루고 있다. 또한 파텍은 케이스 형태를 해치지 않기 위해 9시 방향의 타임존 조정 푸셔를 케이스에 자연스럽게 통합했다. 오늘날 기준으로 보면, 5990 플라이백 크로노그래프 트래블 타임은 시장에서 가장 매력적인 노틸러스 중 하나라고 충분히 주장할 수 있다.

노틸러스 트래블 타임 크로노그래프

드디어 스크롤의 압박을 이겨내고 상위권, 이른바 ‘포디움’에 도달했다. 3위는 특정 칼라트라바 모델, 이른바 호브네일 베젤, 좀 더 세련되게 말하면 클루 드 파리다. “칼라트라바는 드레스 워치 그 자체입니다. 단순한 모델이 아니라 하나의 장르를 정의했죠.” 크리스티는 이렇게 말한다. 노틸러스나 아쿠아넛이 인스타그램을 장식하고 있는 동안에도, “칼라트라바를 탐구하는 건 정말 큰 즐거움이에요. 몰랐던 새로운 디자인과 구성을 계속 발견하게 되거든요.” 칼라트라바 컬렉션과 그 역사 속에는 수많은 훌륭한 모델이 있지만, 호브네일 베젤은 그중에서도 한층 특별한 존재다.

대부분의 주요 브랜드는 자신들만의 시그니처 디자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파텍 필립에게 그것이 바로 호브네일이다. 로고를 지워도 한눈에 파텍이라는 걸 알아볼 수 있다. 호브네일은 기요셰 기법의 한 형태로, 1930년대 초 일부 칼라트라바 모델에 처음 등장했지만, 본격적으로 인기를 얻은 것은 1970년대 Ref. 3520D부터였다. 여기서 ‘D’는 데코레이션을 의미한다. 케이스 형태, 크기, 다이얼 컬러는 시대에 따라 변할 수 있지만, 클루 드 파리는 변하지 않는 상징이다.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퍼페추얼 캘린더 크로노그래프

이 모델은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설명이 된다. 퍼페추얼 캘린더 크로노그래프는 시계 역사에서 손꼽히는 걸작 중 하나로, 이 정도 수준의 시계를 완성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브랜드는 극히 드물다. 파텍 필립은 이미 1941년부터 이 영역을 개척해왔다. 그리고 빠른 변화를 추구하지 않는 브랜드답게, 초기 퍼페추얼 캘린더 크로노그래프의 다이얼 레이아웃은 무려 70년 넘게 거의 그대로 유지됐다. 고장 나지 않았다면 굳이 바꿀 이유가 없다는 말이 딱 맞는 셈이다.

이 모델에 가장 큰 변화가 있었던 시점은 2011년, 파텍이 무브먼트를 완전히 자체 제작 칼리버로 전환했을 때다. 새로운 무브먼트는 현대적인 기술과 업데이트를 더했지만, 오히려 빈티지 모델의 인기와 수집 가치를 더욱 끌어올리는 결과를 낳았다. 경매 시장을 보면 그 흐름이 분명하다. 다라콧에 따르면 “칼라트라바 다음으로 가장 수요가 높은 모델은 Ref. 1518이나 2499 같은 퍼페추얼 캘린더 크로노그래프”다. 그중 2499는 파텍 필립의 두 번째 퍼페추얼 캘린더 크로노그래프로, 37mm 케이스를 갖춘 이 모델은 역대 가장 매력적인 파텍 시계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실제 경매가를 보면 그 이유를 단번에 이해할 수 있다.

노틸러스

1976년에 처음 등장한 노틸러스는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럭셔리 스포츠 워치’라는 개념을 사실상 정의한 모델이다. 디자이너 제랄드 젠타가 단 하룻밤 만에 스케치를 완성했다는 전설적인 이야기도 있다. 이 시계는 선박의 창문에서 영감을 받은 독특한 케이스 디자인과, 스틸 소재를 사용한 점에서 당시로서는 매우 파격적이었다. 이전까지 고급 시계는 주로 금이나 귀금속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노틸러스가 처음부터 큰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며 점점 그 가치를 인정받았고, 현재는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시계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특히 블루 다이얼을 가진 스틸 모델은 구매 자체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수요가 높다.

Vivian Morelli, James Lamburn
출처
www.gq-magazine.co.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