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W TIME.


2026년 F1 그리드에는 반가운 이름 하나가 새로 올라왔다. 바로 캐딜락. 10개 팀 체제에 익숙해져 있던 팬들에게 11번째 팀의 등장은 숫자 이상의 의미로 다가온다. 그만큼 새로운 서사와 새로운 라이벌 구도, 그리고 응원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는 뜻이니까. 무엇보다 캐딜락은 F1에 보기 드문 방식으로 등장했다. 레이싱 헤리티지와 미국적 자신감을 전면에 내세우며, 아주 선명한 캐릭터를 가지고 반가운 여정에 탑승했다.
그 길에 짐빔이 함께한다는 사실은 그래서 더욱 자연스럽다. 캐딜락과 짐빔의 공통점을 한 단어로 정리하자면 결국 ‘뿌리’다. 미국이라는 뿌리, 그리고 그 뿌리에서 길어 올린 특유의 정서. 한쪽은 도로 위의 스피드로, 다른 한쪽은 잔 안의 스피릿으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증명해온 브랜드다.

상하이 그랑프리에서 만난 짐빔은 즐거웠다. 짐빔이 함께한 패독 스위트에 들어서자마자 바텐더가 자연스럽게 잔을 건넸다. 취향이 어떤지, 오늘은 어떤 무드로 경기를 즐기고 싶은지 묻는 태도까지 무척 다정했다. 3일 동안 하루에 하나씩 천천히 즐겨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계획은 너무 순진했다. 바깥에서는 캐딜락 머신이 천둥처럼 우렁찬 소리를 내며 트랙을 가르고 있었고, 그런 소리를 들으면서 차분하게 한 잔만 마신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잔 안의 얼음이 부딪치는 소리와 서킷 위 엔진음이 묘하게 같은 박자로 들리는 순간도 있었다. 주말의 짐빔은 ‘드링크’가 아니라 현장을 더 진하게 체감하도록 만드는 도파민 그 자체였다.
새로운 팀 캐딜락의 얼굴들을 직접 마주한 순간 역시 인상적이었다. 모든 것이 막 시작되는 단계의 팀에게는 특유의 공기가 있다.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기대하게 만드는 에너지, ‘우리가 지금 뭔가를 새로 만들고 있다’는 감각 같은 것. 캐딜락 드라이버 발테리 보타스, 체코 페레즈와 마주했을 때도 그 분위기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이미 오래된 명문 팀들이 주는 안정감과는 다른 종류의 설렘이었다. F1이 왜 여전히 새로운 팬을 만들어내는지, 왜 새로운 팀 하나의 등장이 이렇게 흥미로운 이벤트가 되는지 이해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패독의 재미는 이런 데에도 있다. 생각지도 못한 사람과 같은 팀을 응원하게 된다는 것. 캐딜락의 패독에서 짐빔 하이볼을 만들던 몬스타엑스 기현과 형원을 만났을 때도 그랬다. 인사를 나누고 나니 대화는 금세 차 이야기로 넘어갔다. 누가 더 팬인지 겨룰 필요도 없이, 폭발하는 머신 소리와 좋은 술 앞에서는 금방 같은 편이 된다.

결국 그 주말 내내 가장 많이 했던 말은 아마 “건배”였을 것이다. 캐딜락의 완주를 기념하며, 그저 이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수도 없이 잔을 부딪쳤다. 때로는 바이킹처럼 호쾌하게, 때로는 정말 그 팀의 일원이 된 것처럼 자연스럽게. 그날의 건배사는 유난히 쉬웠다. 미국의 스피릿을 가진 두 이름이 F1이라는 무대 위에서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첫 장면을 상하이에서 직접 목격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