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TIME GOES BY.


올해도 어김없이 4월의 시곗바늘은 제네바를 가리켰다. 시계 업계의 최대 축제이자 박람회인 워치스 앤 원더스가 오픈했으니까. 각각의 워치메이커들이 새로운 기술력과 디자인을 뽐내며 시계 애호가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을 준비를 마쳤다.
아트 & 마스터피스ㅣART & MASTERPIECE
올해 워치스 앤 원더스에선 시계를 단순히 시간을 확인하는 물성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하나의 예술품이자 오브제로 구현한 브랜드가 여럿 존재했다. 샤넬 워치는 체스보드를 만들었는데, 체스 말을 형상화한 오브제들이 화려하게 보드를 채웠고, 퀸으로 분한 가브리엘 샤넬이 시계를 은밀히 감췄다. 에르메스는 익살스러운 사자를 표현한 포켓 워치를 공개했고, 쇼파드는 벌집 모양 시계를, 예거 르쿨트르는 리베르소의 뒷면에 예술 작품을 비밀스럽게 새겼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다이얼에 고대 로마 제국과 이집트 등을 마르퀘트리와 에나멜링 기법 등으로 생동감 넘치게 담으며 루브르 박물관을 고스란히 재현했다.
스톤 & 스톤 다이얼ㅣSTONE & STONE DIAL
워치메이커들은 각기 다른 질감과 컬러를 지닌 스톤을 활용해 시계를 만들기도 한다. 타이거 아이를 비롯해 튀르쿠아즈, 말라카이트, 운석, 카넬리안, 흑요석, 오닉스까지. 대표 브랜드로는 피아제가 있다. 워치 제작자이자 보석상이었던 창립자 조르주 피아제는 일찍이 광물을 활용한 시계를 만들었고, 스톤 다이얼 시계는 피아제의 유산 속에 언제나 존재해왔다. 올해는 피아제의 대표 워치인 폴로 79에 블루 소달라이트 다이얼을 활용했다. 작년부터 새롭게 라인업에 추가한 앤디 워홀 워치에도 역시 타이거 아이를 비롯해 다양한 광물과 컬러로 색채의 예술을 뽐냈다. 롤렉스도 작년에 이어 스톤 다이얼 워치를 공개했다. 골드 케이스의 데이-데이트 40에 오묘한 라이트 그린 어벤추린을 올려 우아함과 화려함을 강조했다. 불가리는 세르펜티 컬렉션에 각기 다른 네 개의 광물을 더했고, 제니스는 G.F.J. 워치에 짙은 그린 컬러의 블러드스톤을 올려 신비로운 다이얼의 세계로 게스트를 초대했다.
그린 파노라마ㅣGREEN PANORAMA
매년 초, ‘팬톤’이 올해의 컬러 트렌드를 알려주듯 워치스 앤 원더스에서도 한 해의 시계 컬러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다. 2024년에는 다채로운 파스텔 컬러가 팔레트를 물들였고, 작년에는 푸른 물결이 다이얼을 채웠다. 올해는 어떤 컬러가 다이얼 위를 덮었을까? 메이커들은 산과 초원으로 눈길을 돌렸다. 시계 애호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컬러인 그린 컬러를 택한 것인데, 롤렉스는 대표 라인업 데이 저스트에 짙은 그린 컬러를 그러데이션 기법으로 올렸고, 동생인 튜더는 로열 워치에 조금 옅은 늪지대의 컬러를 떨어뜨렸다. 쇼파드 역시 알프스를 활보하는 독수리의 초록색 눈을 다이얼에 재현했고, 그랜드 세이코는 그린 컬러의 파도 패턴을 넣었다. 위블로와 태그호이어는 각각 브랜드의 대표 스포츠 워치에 넘실거리는 초록빛 그러데이션을 자유롭게 입혔고, 랑에 운트 죄네와 파텍필립은 진하거나 옅은 그린 컬러를 워치 곳곳에 자연스럽게 녹아내며 올해의 컬러 트렌드에 동참했다.
클래식 & 빈티지ㅣCLASSIC & VINTAGE
팔렉스포에는 익숙하지만 그래도 자주 보고 싶은 오랜 친구 같은 시계들도 있었다. 까르띠에는 2002년 자동차 문화에서 영감 받아 출시했던 대담한 디자인의 로드스터 워치를 오랜만에 소환하며 빈티지한 매력을 드러냈고, 롤렉스의 오이스터 탄생 100주년과 파텍필립의 노틸러스 워치 50주년을 기념한 모델을 선보이며 올드팬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었다. 바쉐론 콘스탄틴도 1920년대로 돌아갔는데, 1921년 미국 시장을 겨냥해 탄생한 이래 메종의 아이코닉한 워치로 자리 잡은 히스토릭 아메리칸 1921을 오리지널 모델과 흡사한 비주얼로 구현했다. 튜더는 100번째 생일을 자축하기 위해 모나크 워치를 출시했다. 튜더의 초장기 워치에서 착안한 빈티지한 핸즈와 인덱스를 올렸고, 파피루스에서 영감 받은 다이얼로 변하지 않는 시간을 표현했다. 태그호이어도 오랜만에 대표 워치인 모나코를 라인업에 추가했다. 오리지널 모델처럼 크라운을 왼쪽으로 옮기며 스티브 맥퀸의 향수를 자극했다.
밤하늘 & 별자리ㅣSTARRY STARRY NIGHT
고대부터 밤하늘과 별자리는 인류가 꿈꾸는 동경의 대상이었고, 별자리를 통해 운세를 점치거나 시간을 측정하며 시계를 만들었다. 어두운 밤하늘과 반짝이는 달과 별은 시계와 공존 관계였고, 이는 현대의 제네바에서도 반영됐다. 로저드뷔는 엑스칼리버 바이레트로그레이드 퍼페추얼 캘린더 안에 하늘의 움직임을 반영했다. 핑크 골드 케이스에 122년 동안 정확한 문페이즈를 올렸다. 날짜와 요일은 바이레트로그레이드 디스플레이로, 달의 흐름은 아스트랄 블루 오픈워크 위에 입체적으로 펼쳐진다. 반클리프 아펠은 낮과 밤 그리고 달의 변화가 하나의 다이얼 안에서 유기적으로 맞물리는 미드나잇 주르 뉘 페이즈 드 룬 워치를 내놓았고, IWC는 실제 우주에서 작전 수행이 가능한 시계를 제작했다. 파텍필립도 천체를 뜻하는 ‘셀레스티얼’이라는 워치 안에 제네바의 밤하늘을 구현하며 시간의 근간이라 부르는 낭만적인 별들에게 찬사를 보냈다.
다이내믹 스포츠ㅣDYNAMIC SPORTS
정확도를 다루는 스포츠는 시계와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워치메이커들은 항상 스포츠 워치에 대한 갈망을 드러냈고, 여러 종목에 든든한 지원자로 나선다. 매해 새로운 스포츠 워치가 폭포처럼 쏟아지는데 이번 제네바에선 어떤 시계들이 등장했을까? 스포츠 워치의 대표주자 위블로는 앰배서더 킬리안 음바페, 우사인 볼트와 협업한 빅뱅 리로디드를 공개했다. 음바페 에디션은 그의 이니셜 ‘KM’을 넣은 초침과 등번호 10을 강조한 인덱스가 돋보이고, 볼트 버전은 그의 상징인 번개 초침과 세계 신기록 9.58이 도드라지는 인덱스가 눈길을 끈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여행과 스포츠의 경계를 유연하게 엮고 네 방위를 상징하는 컬러를 오버시즈 듀얼 타임 카디널 포인트에 녹였으며, 샤넬 워치는 레이싱의 정체성을 곳곳에 넣은 슈퍼레제라를 선보였다. 쇼파드와 롤렉스도 브랜드의 대표 스포츠 워치인 밀레밀리아와 요트 마스터로 돌아왔다.
시간의 노래ㅣSONG OF TIME
소리를 통해 시간을 알리는 미닛 리피터와 차임 시계는 수많은 메커니즘이 복잡하고 정교하게 맞물리며 한 치의 오차 없이 작동한다. 그래서 예술 작품이라는 별칭과 함께 컴플리케이션의 정수라고 불린다. 모저앤씨는 해머와 차임을 다이얼 앞에 전면 배치한 과감한 스켈레톤 워치로 기술력을 뽐냈다. 예거 르쿨트르 역시 마스터 히브리스 메카니카 울트라 씬 미닛 리피터 투르비옹의 오픈워크 다이얼 사이로 플라잉 투르비옹과 미닛 리피터를 스켈레톤 무브먼트와 함께 드러내 기계적인 위용을 자랑한다. 파텍필립은 톡톡 튀는 오렌지와 블루를 혼합한 경쾌한 스포츠 콘셉트의 미닛 리피터 모델을, 바쉐론 콘스탄틴은 무브먼트를 과감하게 비우고 정교하게 맞물리는 기술력을 고스란히 볼 수 있는 캐비노티에 미닛 리피터 투르비옹 스켈레톤으로 컴플리케이션 유산을 이어간다. 쇼파드는 쿼터나 분 단위까지 타종하는 미닛 리피터가 아닌, 매 정시에만 울리는 L.U.C 스트라이크 원 티타늄을 선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