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한 달이 지난 지금, 오데마 피게 × 스와치 ‘로열 펍’은?

2026.06.30.조서형, Adam Cheung

출시 당시의 논란과 소동이 가라앉고 나니, 화려한 회중시계를 내놓겠다는 두 브랜드의 선택은 오히려 완벽하게 설득력을 얻었다. 더 멋있게 느껴진다.

우리 할아버지는 어디를 가든 회중시계를 들고 다녔다. 특별히 비싼 제품도 아니었고, 유명한 스위스 시계 브랜드 제품도 아니었다. 아마 1940년대쯤 시장 노점에서 산 것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도 할아버지는 그 시계를 무척 아꼈다. 은색 케이스는 여기저기 찍혀 있었고 체인도 세월의 흔적이 역력했다. 내가 장난감처럼 만질 수 있을 만큼 자랐을 때는 이미 골동품처럼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아무리 부딪히고 흠집이 나도 시간만큼은 정확하게 알려줬다. 트위드 뉴스보이 캡과 함께 집을 나설 때 절대 빼놓지 않는 물건이었다.

그 회중시계를 까맣게 잊고 살다가 오데마 피게와 스와치의 협업 모델 ‘로열 펍’ 소문을 들으면서 다시 떠올렸다. 출시 전, GQ 시계 담당 기자인 마이크 크리스텐슨에게 DM을 보내 혹시 들은 얘기가 있느냐고 물었다. 돌아온 답장은 눈동자 이모지 하나였다. 보통 이런 답은 “알지만 말할 수 없다”는 뜻이다. 공식 이미지가 공개됐을 때 솔직히 큰 감흥은 없었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2026년에 대체 왜 회중시계를 만드는 거지?”라는 생각부터 했다.

처음에는 현실과 동떨어진 제품처럼 보였다. 현대 사회는 스마트 링이 나오고, 자율주행차가 달리고, 기상천외한 웨어러블 기기가 쏟아지는 시대다. 심지어 우리 집 커피머신도 와이파이에 연결된다. 모든 기술 기업이 더 똑똑하고, 더 연결되고, 항상 온라인 상태인 미래를 만들겠다며 경쟁하는 상황에서 컬러풀한 바이오세라믹 회중시계는 너무 엉뚱한 방향처럼 느껴졌다.

인터넷 반응도 비슷했다. 로열 팝이 공개된 지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인스타그램에는 이 제품을 손목시계로 개조하는 방법이 넘쳐났다. 애프터마켓 스트랩 브랜드들도 앞다퉈 전용 스트랩을 만들기 시작했고, 모두가 회중시계라는 점을 ‘고쳐야 할 문제’처럼 받아들였다. 그러다 실제 제품을 보기 시작했다.

처음 본 건 파리였다. 가장 예쁜 컬러라는 평가를 받는 ‘위트 블랑’ 모델이었는데, 한 패션 피플의 아크네 스튜디오 카메로 백에 형광 핑크 라부부 인형과 함께 매달려 있었다. 솔직히 처음엔 눈부터 굴렸다. 그런데 낯선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고 그 시계가 무엇인지 묻기 시작했다. 사진을 찍고 싶어 했고, 가까이서 구경하려 했고, 대체 어떤 제품인지 궁금해했다.

몇 주 뒤 홍콩에서는 스와치 매장에서 실물을 다시 만났다. 직원이 만지는 건 안 되지만 보는 건 괜찮다고 해서 유리 너머로 바라봤다. 그 순간 아주 잠깐, 여덟 살 때 할아버지 회중시계를 만지던 기억이 떠올랐다. 계속 보고 있으니 깨달았다. 이 시계는 시간을 알려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제야 모든 것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물론 화려하고 과감하다. 오래된 오데마 피게 컬렉터라면 잠을 설칠 만큼 파격적인 디자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재미있었다.

인생을 바꿔주겠다는 앱도 아니고, 새로운 전자기기도 아니고,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겠다는 약속도 하지 않는다. 그저 누군가 ‘이거 멋질 것 같은데?’라는 생각으로 만든 이상하고 귀여운 물건일 뿐이다. 점점 더 디지털화되는 세상에서 아주 뻔뻔할 정도로 아날로그적인 존재다. 생각해보니 로열 팝은 처음 느꼈던 것만큼 뜬금없는 제품도 아니었다. 내 주변에도 다시 유선 이어폰을 쓰는 친구들이 있다. 필름카메라는 다시 유행하고 있고, 어떤 사람들은 아이폰 17 대신 모토로라 레이저를 선택한다.

사실 실용성만 따진다면 기계식 시계 자체도 설명하기 어렵다. 시간은 스마트폰도 알려주고, 노트북도 알려주고, 전자레인지도 알려준다. 사람들은 필요해서 이런 물건을 사는 게 아니다. 그 물건이 어떤 감정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에 산다. 그래서 나도 결국 로열 팝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홍콩, 선전, 서울의 스와치 매장을 거의 모두 돌아다녔다. 돌아오는 대답은 늘 같았다. “품절입니다.”

아내에게는 여행하면서 회중시계를 찾아다니고 있다고 설명해야 했다. 운동화를 모으던 시절도 묵묵히 견뎌준 사람이지만, 이번만큼은 정말 내가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쳐다봤다.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파리에서 가방에 매달린 로열 팝을 처음 봤던 순간부터 “죄송합니다. 품절입니다”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듣는 동안 깨달았다. 나는 처음부터 잘못된 기준으로 이 시계를 평가하고 있었다. 오데마 피게와 스와치가 또 하나의 스마트워치를 만들었다면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을 것이다. 대신 두 브랜드는 일부러 불편한 물건을 만들었다.

스마트폰과 연결되지도 않고, 수면을 기록하지도 않고, 이메일을 요약해주지도 않고, 물 마시라고 알려주지도 않는다. 그저 회중시계일 뿐이다. AI와 스마트 안경, 가정용 로봇이 넘쳐나는 2026년, 이런 물건이 오히려 새로운 화면 하나를 더 만드는 것보다 훨씬 흥미롭게 느껴진다. 어쩌면 미래란 기술을 계속 덧붙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었던 것들로 다시 돌아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할아버지는 아마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이걸 깨닫는 데 왜 이렇게 오래 걸렸냐.”

조서형

조서형

디지털 에디터

조서형은 아웃도어와 건강, 기후 위기, 인물 등을 다루며 웹 콘텐츠를 만드는 'GQ KOREA' 디지털 에디터입니다. 경희대학교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일본의 데이터 분석 회사에서 근무했으며 'GO OUT KOREA', '볼드저널', '일점오도씨' 및 브랜드 매거진을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2년간 한겨레신문 토요판 커버스토리를 작성하며 사회 문제와 트렌드 등을 취재했고, 2024년에는 사계절 시리즈 에세이 '여름이 너무해'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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