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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아이템 2

2012.09.07GQ

아는만큼 탐구한 이 달의 테크 제품.

조본 빅잼박스
김애란의 단편소설집<비행운>에 실린 ‘호텔 니약 따’에서, 주인공 서윤과 은지의 갈등은 도킹스피커에서 시작한다. 둘은 함께 방콕으로 여행을 가는데 은지는 <우리말대사전>이 양쪽에 달린 듯한 스피커를 낑낑대며 가지고 다닌다. 반면 서윤은 음악 없이도 살 수 있는 여자다. 은지는 그런 서윤을 고생대 파충류 취급한다. 만약 은지처럼 어딜 가든 음악이 중요하다면, 빅잼박스는 유효한 후보다. 무게는 1.2킬로그램밖에 나가지 않고, 어디 하나 튀어나오지 않은 각티슈 모양이다. 블루투스로 연결이 가능하며, 한 번 완전하게 충전하면 열다섯 시간 동안 재생할 수 있다. 언뜻 은지가 찾던 그 제품 같지만, 고민 되는 건 가격이다. 출시가 44만9천원으론 괜찮은 도킹스피커들을 수두룩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여행 중 방 안에서만 사용하길 바란다면, 좀 작은 크기의 잼박스가 더 유용해 보인다. 빅잼박스의 큰 출력이 꼭 필요한 부류는 자연에게 음악으로 이야기 하고픈 캠퍼 쪽이다.

RATING ★★★★☆
FOR 캠퍼.
AGAINST 방‘ 콕 ’여행객.

닉슨 TPS 모바일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닉슨이 진작에 헤드폰을 만들었을 때 그 방점은 패션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그래서 모바일 스피커를 내놓았을 때도 좋은 성능이 기대되지 않는, 액세서리의 범주 안에 있을 것 같았다. 실제 제품을 써보니 사실이었다. 블루투스로 연결이 안 되고, 출력은 4와트에 불과하다. 다른 건 차치하더라도 음각으로 새겨진 닉슨 마크를 보면 입고 있는 옷이 스트리트 패션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불편함이 생긴다. 크루저보드를 타고 산을 내려오다 멈춰, TPS 모바일을 꺼내 나스의 신곡을 트는 풍경이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한편으론 TPS 모바일이 반가운 이유다. 이 제품이 누구에게 기능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짚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작정하고 만들어도 동의를 얻는 건 쉽지 않다. 스테인리스로 스피커 전체를 매조지은 본새하며, 제품을 켜는 방식마저 투박해 닉슨이 이해하는 스트리트가 무언인지 단박에 알 수 있다. 물론 그런 문화에 동의하지 못하는 사람에겐 가을 부채일 뿐이겠지만 말이다.

RATING ★★★★☆
FOR 보더.
AGAINST 신사.

젠하이저 HD700
이전에 출시된 HD800의 경우 더넘스러웠다. 도를 넘는 해상력에 귀는 따끔거리고, 소리와 소리 사이 사춤에 소름이 돋았다. 음악을 듣기보단 완벽하게 분리된 결을 헤아리는 데 급급했다. 광활한 공간 속에 수많은 소리는 소백산의 밤하늘 별처럼 수없이 박혀 있었다. 이렇게 결기에 찬 헤드폰을 감당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HD700은 HD800의 사실적인 표현과는 궤를 달리하는 헤드폰이다. 너무 넓었던 소리의 공간을 좁혀 안락하게 만들었고, 소리를 살짝 구부려 의자를 만든 셈이다. 중저음은 조금 부풀려 폭신함을 더했다. 그래서 HD800과 HD700은 BMW 7시리즈와 BMW 5시리즈의 차이가 아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F1머신과 세단의 차이다. 둘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호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하지만 최고급 헤드폰에 어떤 왜곡이 필요한 가치인지 의문스럽다. 단지 HD800과의 차별화를 위해서 HD700에 조미료를 쳤다면, 좋은 의도는 아닌 것 같다. 1백만원이 훌쩍 넘는 헤드폰을 사는 대부분의 이유는 담백한 소리가 듣고 싶기 때문이다. 그걸 아는지 HD800의 가격은 30만원 정도 올랐다. 항상 정점은 순수한 쪽일까? 최저가 1백50만원대.

RATING ★★★★☆
FOR <상실의 시대>
AGAINST <순수의 시대>

    에디터
    양승철
    포토그래퍼
    김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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