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오즈의 흑백

2014.01.27GQ

오즈 야스지로의 110주년을 기념함.

오즈 야스지로는 1903년 12월 12일에 태어나, 1963년 같은 날 죽었다. 오즈 탄생 110주년을 맞아 지난 12월부터 도쿄 국립현대미술관 내 국립영화센터에서 [conography of Yasujiro Ozu]전이 열리고 있다. 오즈가 영화 제작 과정에서 직접 쓴 필기와 스토리보드, 간판 등을 모았다. [Brutus]는 이 전시를 맞아 12월 1호에 오즈 야스지로에 대한 헌사를 담았다. ‘오즈의 입구’라는 제목으로, 다카시 혼마가 오즈의 구도를 재현한 사진을 찍었다. 예컨대,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을 보여주는 구도.하스미 시게히코가 쓰고 진즉에 국내에도 번역된 [감독 오즈 야스지로]에도 “나란히 자리 잡는 것”의 의미를 쓴 대목이 나온다. “오즈에게 있어서 긴장이 갑자기 누그러지는 것은 눈동자를 향하면서도 시선을 주고받지 않았던 두 사람의 인물이 그 시선을 완전히 동시에 다른 방향으로 움직여 그 순간에 화면에는 나타나지 않은 대상을 갑자기 시계에 들여 놓을 때다.” 이를테면 [만춘]에서 딸을 시집보내기로 한 아버지가 딸은 독신이어도 걱정이고, 결혼을 해도 마음이 상한다는 이야길 하자, “나란히 앉은” 친구가 “우리도 다른 남자의 딸과 결혼했잖아”라고 말하고 같이 웃는다. 그리고 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마당의 바위를 바라본다. 흑백의 바위는 커다랗고 모호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던진다. 오즈 야스지로는 남들보다 늦게 컬러영화에 뛰어든데다 컬러영화의 제작 편수도 많지 않다. 오즈는 흑백으로 충분했고, 컬러영화를 통제할 수 있게 되자 필름을 바꿨다. [만춘]의 아버지와 친구는 일전에 다다미방에 앉아 바다가 어느 방향에 있는지 따진 적이 있다. 오즈는 딸과 달리 아버지에게 바다를 마주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마당엔 움직이지 않는 바위가 있다.

    에디터
    정우영
    포토그래퍼
    정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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