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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 오만과 편견

2014.07.02GQ

마르세유에서 완벽하게 새로운 C클래스를 만났다. 그건 오만하면서 작은 S클래스에 가까웠다.

프랑스에 간다고 말하면, 열이면 아홉은 파리에 가느냐고 묻는다. 아니면 묻지도 않고 파리이거니 단정 짓는 쪽일까? 16세기 프랑스 국왕 프랑수아 1세는 “파리는 도시가 아니라 국가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진짜 프랑스는 어디에 있을까? 제대로 프랑스를 알고 싶으면 프랑스 남부로 가라고 누가 말했나?

프랑스 남동부에 있는 마르세유는 항상 궁금했다. 진짜 프랑스를 기대해서가 아니다. 단지 한 개인의 역사 때문이다. 프랑스를 월드컵과 유로에서 우승시킨 지네딘 지단은 마르세유에서 태어났다. 그는 고향 축구팀 올림피크 마르세유에서 아름답고 유려하게 한 바퀴 빙그르 돌며 새로운 축구 기술을 선보였다. 생전 처음 보는 방식으로 수비수를 농락했다. 사람들은 그 기술을 지단의 이름 대신 그의 고향 이름을 따서 ‘마르세유 턴’이라 불렀다. 네덜란드의 전설의 축구선수 요한 크루이프가 즐겨 쓰는 턴을 크루이프 턴이라고 부르고 체조선수 양학선의 엄청난 회전 기술도 그의 이름인데 말이다. 아마도 지명이 이름이 된 유일한 운동 기술. 한편 메르세데스-벤츠는 7년 만에 새로운 C클래스를 보여주기 위해 마르세유를 선택했다. 도대체 왜? 적어도 지네딘 지단 때문은 아니었다.

마르세유에 도착해 공항 주차장에서 처음으로 C클래스를 만났다. 주차장에 서 있는 그 모습을 보고 놀랐다. 아니 착각했다. 그 형태가 S클래스를 꽤 닮아서. 콤팩트한 모습 대신 풍성한 양감이 생겼다. 허리는 바람이 깎은 듯 날렵했다. 옆에서 보면 완만한 곡선이었지만, 앞에서 보면 파도처럼 굴곡이 선명했다. 밋밋하던 이전 C클래스의 외관과 전혀 달랐다. 누군가 말했다. “벤츠가 작정했구나.”

S클래스와 닮은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차에 타자 차 문 안쪽의 쟁반같이 반짝이는 동그란 스피커가 눈에 띄었다. 부메스터였다. 부메스터가 처음으로 자동차에 장착된 건 부가티 베이론이었다. 완벽한 데뷔. 이후 포르쉐에서 고급 옵션 사양으로 등장했다. 작년부터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신형 S클래스에도 옵션으로 선보이면서 부메스터가 여전히 최고를 고집하고 있다고 확인할 수 있었다. 한데 C클래스, 말하자면 메르세데스-벤츠에서 두 번째로 작은 세단에 부메스터가 장착된 것이다. 게다가 약 1백70만원대 옵션 사양. 결코 싼 가격은 아니지만 기존의 포르쉐에서 6백만원이 넘는 옵션이었고, S클래스에선 1천만원이 넘는 옵션임을 떠올리면 의외였다. 작년에 출시한 새로운 E클래스엔 뱅앤올룹슨이 장착된 점까지 생각하면 더욱 놀라운 일이다. 음악을 켰다. 소리는 아주 선명했다. 가공되지 않은 쪽, 그러니까 저음이 강하다거나 고음이 찌릿하진 않았다. 균형에 신경을 많이 쓴 소리. 본래의 부메스터 소리 그대로였다. 꼭 음악 소리가 C클래스를 소개하는 암시처럼 들렸다면, 비약일까?

하지만 ‘균형’은 C클래스를 정의할 수 있는 첫 번째 단어다. 여전히 메르세데스-벤츠를 보수적인 브랜드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 자동차 기본에 집중하며, 품위를 지키는 회사. 만약 사람들의 편견이 정확하다면 그 정점엔 S클래스가 있다. 세단이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에 대한 완강한 대답. 한편으론 가장 큰 세단이라는 점도 중요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커다란 자동차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부피를 통해 느끼는 기품이 있으니까. S클래스는 크기와 디자인, 성능과 인테리어 모두 우아하다. 메르세데스-벤츠도 자신들의 가장 큰 장점이 우아함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 않을까? D세그먼트, 즉 준중형에서도 그런 품위를 지키려는 노력의 결과가 바로 새로운 C클래스다. 이미 많은 사람이 ‘베이비 S클래스’라는 별명으로도 부르지만, 그건 비단 생김새 때문만이 아니다. 운전석과 조수석에 앉으면 꼭 C클래스보다 한 단계 윗급의 차, E클래스를 타고 있는 기분이다. 정갈한 대시보드와 나무로 만든 센터페시아가 고급스럽기도 하지만, 인테리어의 선이 간결해서인지 굉장히 넓게 느껴진다. 동급의 어떤 자동차보다 큰 느낌이다. 실제로 커지기도 했다. 지난 구형 C클래스보다 길이는 95밀리미터, 넓이는 40밀리미터, 휠베이스는 80밀리미터 늘렸다. 커다란 크기가 주는 우아함을 C클래스에서도 느낄 수 있다. 그 때문에 E클래스와도 많은 차이가 나지 않는다. 앞좌석의 경우 헤드룸은 9밀리미터, 레그룸은 5밀리미터 정도 E클래스가 넓을 뿐이다. 뒷좌석의 경우 헤드룸은 30밀리미터로 좀 차이가 나는 편이지만 앞뒤 공간은 15밀리미터 정도밖에 크지 않다. 덕분에 C클래스 뒷좌석에 앉았을 때도 꽤 편하다.

메르세데스-벤츠에 대한 또 다른 편견이 있다면, 세단형 엔트리 모델에서 다른 경쟁 브랜드에 비해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S클래스와 같은 대형 세단에선 독보적인 반면, 작은 차에선 선뜻 메르세데스-벤츠를 선택하기 쉽지 않았다. 작은 차에서 기대하는 날렵함과 C클래스는 어딘가 멀어 보였다. 새로운 C클래스도 마찬가지다. 마르세유 공항을 빠져나와 고속도로에서 달리자, 긴장보단 이완, 스릴보단 편안함이 엉덩이에 느껴졌다. 운전 모드를 스포트 모드나 스포트 플러스 모드로 바꿔도 A클래스와 같이 날카로운 인상은 아니었다. 어쩐지 배려 받고 있는 기분이랄까? 새롭게 개발된 서스펜션인 어질리티 컨트롤은 노면 상태에 따라 충격 흡수 장치의 강도가 변한다. 역동적인 운전을 할 땐 댐핑의 압력을 높이고, 반대일 땐 압력을 낮춰서 어떤 도로의 조건에도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 완벽하게 통제된 세단일까? 물론 인디비주얼 모드를 통해 운전자만의 세팅도 가능하지만 C클래스가 주는 작지만 완고한 세단의 느낌을 버리고 스포츠카와 비슷하게 세팅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추측하자면 그건 C클래스를 운전하는 사람들에 대한 메르세데스-벤츠의 해석 같기도 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줄줄이 출시하고 있는 라인업을 보면 조금은 이해가 될까? 이를테면 A클래스와 CLA를 날렵한 쪽으로 출시하고 B클래스는 작지만 안정을 도모하는 인상을 주며, C클래스는 작지만 완벽한 세단으로 추구했을지도 모른다. C클래스는 세단의 문이 되고, ‘스포티’한 의무는 A클래스에게 물려준 채.

마르세유에서 엑상프로방스로 가는 고속도로에서 가속페달을 밟으며 그 생각은 점점 더 확신이 되었다. C클래스가 운동성능에서 압도적으로 변했다고 판단할 순 없었다. 자동차 성능의 상향평준화 시대에서, 일명 ‘프리미엄 브랜드’ 자동차들을 비교하는 건 쉽지 않다. 어쩌면 온전히 개인의 취향에 맡겨야 할 수도 있다. 자신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조건이 어떤 것인지를 명확하게 알지 못하면 좋은 차들 사이에서 고민이 깊어질 뿐이다. 어떤 차를 사야 할지에 대한 결정은 유보된다. C클래스의 안을 찬찬히 훑어본다. 헤드업 디스플레이, 무릎 에어백, 일정한 향기를 유지시키는 에어 밸런스, 새롭게 시도한 터치 패드 컨트롤러. C클래스는 편의와 안전, 메르세데스-벤츠가 생각하는 세단이 어때야 한다는 편견을 다양한 인테리어와 외부 디자인, 편의장치를 통해 일관되게 말하고 있다. 세단에 대한 자신감으로 단호하게. 그건 오만하지만 설득당할 수밖에 없는 쪽이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세단을 산다고 말하면, 열이면 아홉은 큰 차를 산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세단은 조금은 밋밋하고, 단정하면서 안전한, 그리고 큰 차라는 편견이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새로운 C클래스를 통해 그런 편견을 파괴하는 대신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쪽을 택했다. 오히려 어떤 세그먼트든 세단이라면 이래야 한다는 엄격한 편견을 사람들에게 과시했다. 지네딘 지단이 마르세유 턴을 통해 축구가 얼마나 우아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었듯이 C클래스는 세단은 왜 우아해야 하는지를 주장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동의할 것 같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오만한 편견은 확실한 근거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새로운 C클래스의 면면

1. 부메스터 오디오가 C클래스에 장착되면서 이제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설 것 같다. 소리는 본래의 특징처럼 선명하고 균형 잡혔지만 압도할 정도로 웅장하진 않다.

2. C클래스에 장착된 프리 세이프 브레이크는 보행자를 확인하고 운전자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알아서 브레이크를 잡는 기술이다. 브레이크의 느낌은 처음부터 끝까지 부드럽다.

3. 크기는 커졌지만 무게는 100킬로그램 정도 더 가벼워졌다. 알루미늄과 스틸 하이브리드 섀시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앞문 섀시 하나의 무게가 10킬로그램에 불과하다.

4. C220 CDI 블루텍 익스클루시브 모델엔 에어패널이 옵션으로 장착되어 있다. 평상시엔 그릴을 열어서 공기 순환을 하고, 고속 주행 시엔 그릴을 완전히 닫아 공기 저항을 막고 가속을 돕는다.

    에디터
    양승철
    포토그래퍼
    양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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