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지금도 입는 밴드 티셔츠 10선

2014.10.13정우영

01 1993년, 휴대용 시디플레이어를 샀다. 함께 게임하던 친구들이 어디다 쓰려고 샀냐고 묻는데 대답을 못했다. 당시 한국에서 살 수 있는 밴드 티셔츠는 (아마도 라이선스 안 받고 만들었던) 한국 회사 제제 제품밖에 없었다. 사실 처음 산 밴드 티셔츠는 제제에서 만든 판테라였다. 네이팜 데스를 좋아한 건 이때지만 티셔츠는 몇 년 지나 타워레코드에서 샀다.

02 1996년, 비스티 보이즈는 소장하고 있는 가장 오래된 티셔츠다. 다들 타워레코드에서 샀냐고 묻는데, 집 근처에 족발 팔고 껍데기 파는 시장 옷가게에 걸려 있었다. 엑스라지 정품이었다. 이때부터 몇 년간 옷을 크게 입었다.

03 2002년, 피시만즈를 좋아하는 친구들의 모임 ‘공중캠프’에서 제작한 티셔츠다. 무슨 공식 티셔츠를 다 포함해도 제일 예쁘다고 생각한다.

04 2004년, 스튜디오 원에서 나온 음악을 들으며 울고 웃던 날들을 기리며 티셔츠 전사업체에 맡겨 소량 제작했다.

05 2005년, 칼립소 밴드 카세트-콘-로스의 티셔츠다. 후쿠오카 선셋 페스티벌에 놀러 갔다가 공연을 보고 반해서 샀다.

06 2006년, 덥 밴드 드라이 앤 헤비의 티셔츠다. 당시 동거하던 재일교포 친구가, 자기가 입던 걸 선물이라며 줬다. 구멍 난 티셔츠를 선물로 받아도 기쁠 수 있단 걸 알았다.

07 2010년, 콴틱의 믹스 시디와 이 티셔츠를 묶어서 판 적이 있다. 믹스 시디는 아직도 끝까지 못 들어봤다. 티셔츠는 자주 입는다.

08 2011년, 록커스 NYC에서 만드는 티셔츠는 지금도 좋아한다. 이른바 ‘뮤직웨어’를 파는 친구들 가운데 취향이 제일 닮아서.

09 2013년, 빈티지 밴드 티셔츠 수집가인 한 영국인 친구가 만들었다. 티셔츠 제목은 ‘(아서 러셀의) 해피 첼로’라고.

10 2014년, 도쿄 여행길에 사왔다. 와타나베 토시미 티셔츠를 입고 도아랫 매장에 갔더니 점원이 알아보고 내일 발매할 도쿄 넘버원 소울셋 티셔츠가 있는데 한번 보겠냐고 했다. ‘최악의 핏’을 지녔지만 안 입고 다닐 수가 없다. ‘핏’으로 말하자면 여기서 입고 싶은 티셔츠는 없다.

    에디터
    정우영
    포토그래퍼
    이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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