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의 모나미

펜이라는 말, 정갈하다. 그걸로 뭔가 쓰는 일, 참 풍요롭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엔 유난히 누군가 뭘 쓰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편지를 쓰든, 일기를 쓰든, 메모를 전하든, 벽에 낙서를 하든, 심지어 타이틀이나 크레딧도 펜으로 쓴 필기체를 그대로 사용한다. 언젠가 홍상수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답한 적이 있다. “일상에서 누군가 뭔가를 쓰고 있거나, 읽고 있으면 거기로 눈이 갑니다. 왠지 모르지만 그게 예뻐 보이고 보고 있는 게 좋습니다, 그냥. 도시에 살면서 눈 둘 곳이 별로 없다고 항상 생각하는데, 카페 같은 데서 뭔가를 쓰고 있는 사람을 보면 괜히 기특해 보입니다.” 확실히 그렇다. 굳이 스마트폰을 열고 으다다 손가락을 움직이는 모습과 비교하지 않아도 좋겠다. 펜을 들고 뭔가를 쓰는 일은 고스란히 마음으로 다가서기 때문이다. 어울리는, 좋은 펜을 갖는 건 그래서 중요하다. 한국 사람이라면 한 번쯤 손에 들어봤을 펜. 노트에 필기하고, 엽서에 사연을 쓰고, 주문서에 사인하고, 일기장에 일상을 담았을 펜. 바로 모나미 153이다. 50여 년 전, 단 5개의 부품으로 만든 펜. 이름 자체로, 모습 하나로 어떤 상징이 된 펜. 클래식이라는 표현에 손색이 없는 모나미 153. 그 모나미 153이 새로운 진화를 시작했으니 바로 ‘153 리스펙트’다. 모나미 ‘153 리스펙트’는 한 번 기념으로 나온 것이 아니라, 매년 새로운 제품을 발표하는 시리즈다. 매년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은 인물을 선정해 그에게 보내는 존경을 담는데, 첫 번째 ‘153 리스펙트’는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헌정한 ‘153 피셔맨’에서 모티브를 얻어 디자인했다. 손에 쥐면 금속 특유의 차갑고 묵직한 기운이 대번 전해지는데, 경험으로부터 아는 일, 펜이 묵직하면 확실히 말을 다듬게 된다.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을 들일 수밖에 없다. 그렇게 쓰면, 역시 묵직하다. 그리고 부드럽다. 기존 153 볼펜의 노트 방식이 아니라, 회전식 심 유출 방식을 사용해 잉크가 새어 나오는 일도 없으니 글씨에 품위가 더해진다. 모나미 ‘153 리스펙트’는 출시를 기념해 밴드가 달린 작은 하드커버 노트와 함께 패키지로 판매한다. 가격은 3만5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