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엑소와 존박의 작곡가 혹은 보컬리스트, 딘

2015.10.07유지성

딘의 데뷔 싱글 ‘I’m Not Sorry’는 미국과 영국에서 먼저 나왔다. 서울에서 그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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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1일, 케이크숍에서 예고 없이 무대에 섰어요. 인스타그램에 온통 딘 공연 영상이 올라왔죠. 저도 봤어요. 제 이름 찾아보는 거 좋아해서. 하하. 공연도, 이후 반응도 재미있었어요.

안정적이란 인상이었어요. 무대에 올라가면 대개 흥분하기 마련인데. 처음이니 시뮬레이션을 많이 해봤어요. 최대한 흥분하지 말자. 보완할 점도 많이 느꼈어요. 제가 구상하고 있는 퍼포먼스가 있거든요.

무대에선 춤도 추나요? 그렇진 않아요. 이번에 미국 다녀와서 영감을 많이 얻었어요. 로우 엔드 씨어리나 소울렉션 파티에 서는 가수들의 표정이나 동작이 멋지더라고요. 계산되지 않은 자연스러움?

“내일의 사운드”를 자칭하는 레이블 소울렉션의 에스타가 ‘Here & Now’ 리믹스를, 그야말로 거물인 에릭 벨린저는 ‘I’m Not Sorry’에 피처링을 했어요. 자신의 음악이 어떤 식으로 소비됐으면 하나요? 에릭 벨린저와의 협업과 소울렉션과의 작업 노선이 서로 좀 다른 건 맞아요. 그 사이의 뭔가를 내놓고 싶었어요. 두 쪽 다 조금씩 자극해보고 싶은 느낌도 있었고요. 카니예 웨스트나 드레이크는 팝이지만 굉장히 실험적인 곡들을 만들잖아요. 이것저것 섞으면서.

활동 영역은 한국 너머를 고려하나요? 두 곡 모두 해외에서 먼저 공개했죠. 영어로 불렀고. 동양인 팝스타를 꿈꾸며 미국에 건너갔다가 좌절하는 경우가 꽤 있잖아요. ‘아시아의 누구’ 같은 느낌. 저는 그냥 저로 승부를 보고 싶은 맘이 있어요. 그래서 레퍼런스를 찾기가 좀 힘들 거예요. 일단은 퓨처 알앤비, 비트 신에서 인정을 받았으면 하고. 곧 한국어 싱글도 낼 거예요.

한국에서라면 오히려 엑소의 ‘Black Pearl’과 존 박의 ‘U’를 작곡했다, 는 프로모션이 더 파괴력이 클 텐데 그보단 다른 이름을 먼저 내세우고 있어요. 의도한 건 아니에요. 그런데 일단 지금 저를 알고 계신 분들은 서브컬처에 관심이 많은 분들인 것 같아요. 에스타 같은 이름에 더 흥미를 느낄 수 있죠.

레퍼런스라 말하긴 어렵지만, 90년대 알앤비의 여러 요소를 적극적으로 차용하는 인상이에요. 90년대 알앤비를 제일 많이 들었어요. 뉴 잭 스윙도 그렇고. 제가 한창 음악에 빠진 2000년대쯤, 당시 곡들의 기본이 되는 것들이었으니까요. 오리지널의 냄새를 한번 맡고 나니 계속 찾게 되더라고요. 특히 그 시기는 보컬이 뛰어났던 것 같아요. 감성적이라 말할 수도 있을 듯하고.

한편 ‘Here & Now’와 ‘I’m Not Sorry’ 모두 육중한 베이스가 도드라져요. 제가 공략하고자 하는, 사운드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신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니까요. 아무리 다른 요소를 팝적으로 풀어낸다 해도 드럼이나 서브 베이스가 저한텐 굉장히 중요해요. 공간감이랄지.

영어 이름, 영어 보컬, 데뷔곡 해외 선공개, 해외 뮤지션의 피처링. 사람들은 지레짐작하기 마련이죠. 교포인가? 홈페이지의 ‘바이오그래피’나 보도자료에도 어디서 자랐고 어떻게 음악을 시작했다, 는 소개가 하나도 없어요. 아니에요. 한국에서 자랐고, 작곡가로 먼저 시작했어요. (작곡가 신혁의) 줌바스에 들어가게 되면서. 그때부터 한국이랑 미국을 오가면서 작업했어요.

알앤비는 보컬도 작곡도 기술적인 숙련도가 꽤 필요한 장르고, 그래서 뮤지션에겐 대개 ‘성장’이란 단서가 붙기 마련이에요. 팬들은 그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기도 하죠. 하지만 딘의 음악엔 이미 별 빈틈이 없어 보여요. 독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키워가는 재미보다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재미가 있지 않을까요? 좋아하는 장르가 많거든요. 괜찮은 알앤비 뮤지션이 나왔다는 얘기가 들릴 때쯤 다른 걸 선보이고 싶어요. 퍼렐도 N.E.R.D. 할 때는 의외의 면모를 보여주잖아요.

목표로 삼는 뮤지션이 있나요? 카니예 웨스트요. 매 음반이 달라서 다음엔 대체 뭘까, 어떻게 변해서 우리의 뒤통수를 칠까, 하는 기대가 생기잖아요. 미구엘도 진짜 좋아해요. 노래하는 걸 보면 온 세상이 그 사람 것 같아요. 주변을 장악하는 느낌.

요즘 가장 전력투구하는 부분은 뭔가요? 이 말이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는데, 음악을 보이게 만드는 거요. 친구랑 전화하다 보면 웃으면서 얘기하는지, 우는지 알잖아요. 그 사람의 목소리를 통해서. 그걸 완벽히 조절하고 싶은 거예요. 예를 들어 숨소리 하나라도 꼭 필요한 자리에 넣고. 야한 노래라면 실제 상황에서 나는 그런 숨소리 같은 거 있잖아요.

    에디터
    유지성
    포토그래퍼
    이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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