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같은 노래 다른 느낌

2016.04.29유지성

1 노선택과 소울소스 < Heaven is Here / Song for Rico > 카세트테이프는 꼼짝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들어야 한다. 노선택과 소울소스의 < Heaven is Here / Song for Rico >는 (다운로드 코드가 들어 있지만) 카세트테이프로 나왔다. 음반은 테이프를 좀 느리게 감는 듯한, 느슨한 ‘Heaven is Here’로 시작한다. 팀 멤버인 디제이이자 프로듀서, 스마일리 송이 매만진 같은 곡의 덥 버전은 더욱 그렇다. 그러다 아프로 훵크에 가까운 ‘Dooman River’의 라이브 버전이 나오고 나면, 확고한 어떤 분위기가 형성된다. 그것을 몰입이라 말할 수도 있다. 이제 그 ‘무드’대로 여유롭게 테이프를 뒤집을 시간. B 사이드는 ‘Song for Rico’의 세 가지 다른 버전으로 채웠다. 다 듣고 나면 더운 날 잘 짜인 한 편의 야외 공연을 본 듯한 기분이 든다. 앉아서 듣다가, 일어나서 춤추다가, 배 깔고 눕기도 했다가, 좀 취할 수도 있을 것이다. < Heaven is Here / Song for Rico >는 곧 7인치 레코드로도 발매할 예정이다.

2 룸306 < At Doors > 소리가 차츰 육박한다. 아주 먼 곳에서부터 차오르다가, 저만치 반대쪽으로 도망가기도 한다. 귀에 쏙 들어가는 이어폰을 끼고 듣는데도 그렇다. 애초에 룸306은 프로듀서 퍼스트 에이드와 보컬 홍효진의 2인조 구성이었고, 곡을 쓴 퍼스트 에이드는 운동장을 넓게 쓰는 미드필더처럼 공간 활용이라면 누구보다 자신 있다는 듯, ‘일렉트로닉’한 소리를 한 데 모으기보다 곳곳에 넓게 퍼뜨리며 운용한다. 그렇게 보컬과 보컬 이외의 소리들이 서로 피하기도 하고 마주쳐 밀어내기도 하며, 긴장감 넘치는 1:1 구도를 형성한다. 그런 룸306이 밴드로 돌아왔다. 이번엔 5인조 구성. 프로듀서와 보컬의 ‘밀당’ 대신 다섯 멤버 사이의 균형이 생겼다. 여럿이 한 소리를 내야 하는 밴드 라이브는 팽팽한 긴장만으로는 해낼 수 없는 것이므로. <At Doors>는 2CD 구성으로 첫 번째 CD는 일렉트로닉 버전, 두 번째 CD엔 라이브 밴드 버전이 들어 있다. 같은 노래가 동일한 순서대로, 하지만 완전히 다르게.

    에디터
    유지성
    포토그래퍼
    이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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