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몸과 마음 그리고 SNS <1>

2015.04.07GQ

요즘 SNS에는 20대의 몸과 마음이 무방비로 전시돼 있다. 그중 돋보이는 사진가 몇 명에게 왜 몸을 찍는지 물었다.

최한솔 | 29세 instagram.com/ralachoi 필름 한 롤에서 딱 한 장만 골라내는 ‘moho series’를 하고 있다. “흐트러지지 않겠다는 의지 같은 거예요.” 2년 전부턴 자신을 닮은 꽃을 가져온 사람들을 찍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Moho series’의 뜻은? 사전적 의미 그대로. 나와 내 직업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봤는데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내가 표현하려는 것이 ‘모호’ 그 자체라는 걸 깨달았다. 왜 필름 카메라로만 찍나? 디지털로 찍으면 고민을 마무리하지 않고 퇴근하는 느낌이다. 왜 몸을 찍나? 그 몸을 가진 대상이 매력적이어서. 그 대상의 몸 어디를 자주 찍나? 뒷모습, 허리, 척추뼈, 목선. 다른 사람들이 최한솔의 사진을 보고 뭐라고 했으면 좋겠나? 이 새끼 상태 안 좋네. 한번 만나보고 싶다. 어떤 사진을 찍고 싶나? 사진가가 가늠되는 사진.

 

최나랑 | 26세 instagram.com/heima 사진을 찍고 액세서리를 만든다. 스무 살 즈음부터 카메라를 만지기 시작했고, 누군가의 벗은 몸을 찍기 시작하면서 더 매료됐다. 기꺼이 여자 모델이 되어준 친구와는 벌써 1년 가까이 작업하고 있다. 남자 누드를 좋아한다.


지금 하는 일은? 브랜드 룩북 작업. 개인 작업도 계속하고 있다. 사진으로 뭔가를 본격적으로 하고 싶다는 생각은 최근에 했다. 왜 누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나? 다큐멘터리를 즐겨 본다. 어떤 무용수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몸으로 표현하는 일에 대해 본격적으로 생각하게 됐다. 지금 가장 멋지다고 생각하는 것은?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 가장 싫어하는 것은? 게으름. 지금 가장 찍고 싶은 것은? 지금도 누드를 찍고 싶다. 아, 할머니 할아버지의 잔주름을 찍고 싶다. 흰머리가 귀 옆으로 곱게 넘어간 모습.

 

권아침 | 23세 achimkwon.tumblr.com 그는 흑백을 사랑한다. 색이 빠진 자리에 힘이 생긴다고 믿는다. 언제부턴가 여자의 작은 가슴을 주로 찍었다. “남자나 여자로 확실해 보이는 건 싫어요. 중성적일수록 카메라를 대고 싶어요.” 흑백으로 몸을 찍어 빛과 선만 남기는 걸 좋아한다. 그가 주목하고 싶은 것도 그뿐이다.

추한 것과 아름다운 것은? 오만한 사람과 당당한 사람. 절대 셔터를 누르지 않는 순간은? 완성되어버린 인위적인 것들. 뭐든 완벽하게 자리 잡은 순간. SNS는? 애증. 밤을 좋아하나? 아침이 좋다. 정말로. 지금 쓰는 카메라는? 캐논 EOS-3 피사체를 평가하는 기준이 있을까? 원래의 모습인지 아닌지. 오늘 창문으로 본 것? 하늘 속의 비행기. 하늘 밑 빌딩 꼭대기. 혼자 있을 땐? 끊임없는 상상을 한다. 카메라에 쓸 수 있는 최대 금액은? 5백만원. 이성의 섹시한 부위? 발. 봄에 기대하는 건? 나를 보여줄 기회가 많았으면.

 

    에디터
    정우성, 손기은, 정우영, 유지성, 양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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