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신양은 길게 말했고, 말이 끝날 때마다 지그시 웃었다. 때론 환했고, 때론 압정을 누르는 듯한 압력이 함께였다. 1년여의 공백을 지나는 중이지만, 그는 조급해하지 않은 채, 어떤 소신과 원칙으로부터 스스로의 배우됨을 단련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프리카에 다녀온 애기를 들려주었다.
어떻게 지냈나? 아, 뭐했지?
사진 촬영하면서는 ‘10년 만인 것 같다’ 고도 했다. 시간이 흘러갔다. 여전히 드라마와 영화를 검토하고 있는데, 맘에 드는 건 하나도 없었고, 그동안 나왔던 드라마들, 최근에 준비되어 방송됐던 것 중에 내가 나올 만한 드라마가, 그런 프로젝트가 있었나 하면, 그것도 별로 없었던 것 같다.
하던 일을 안 하고 있으면 여러모로 불편하지 않나? 그런 거 없다. 사람들은 불편할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표정에서 읽을 수 있다. 자기들이 만들어놓고 자기네들이 상처받고 그러는 것 같다. 그게 재밌는 것 같다.
어디 다녀왔다고 들었다. 뭐 여기저기 자주 다닌다. 미국도 가고 일본도 가고.
아프리카에도 오래 갔었다고 들었다. 아, 아프리카에 다녀온 거? KBS에서 아프리카를 다녀오지 않겠느냐, 되게 힘든 곳이다, 그러기에 왜 나를 생각했냐 그러니까, 어울릴 것 같다고. 그래서 왜 어울릴 것 같냐 그랬더니, 다이아몬드 때문에 내전을 오래 겪어서 사람들 팔다리가 잘린 그런 나라가 있는데, 내가 뭔가 극한적인 것에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했다. 아프리카도 안 가봤고, 뭔가 새로웠다. 섭외하는 분들이 많이 순수한 의도로 하셨고, 이유도 분명했고, 되게 적극적이었다. 난 적극적인 사람이 좋다. 그래서 오케이, 가자고 했다. 고생 엄청 했다. 그런데 정말로 좋았다. 생전 처음 가본 아프리카, 전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거기에만 존재하는 순수, 퓨어, 나이브, 클리어한, 깨끗하고 순수하고 완전하게 깨끗한 눈빛들, 영혼들. 거기서밖에 볼 수 없는.
다녀온 후 정리된 느낌으로는 그럴 수 있지만, 막상 그곳에 도착했을 때는 달랐을 것 같다. 일단 너무 덥지 않을까? 어떤 순수를 생각하기 전에 “더워!” 가 먼저 나올 것 같다. 맞다. 너무덥다. 세상에, 이런 나라에서 어떻게 살까? 정말 그렇다. ‘어떻게 살까’ 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땀, 더위, 냄새, 불편함, 물 마시면 배 아프고, 음식도 안 맞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좋았다” 라고 얘기하는 건 뭘까? 사실 많은 사람이 아프리카를 얘기하지만, 난 아프리카에 대한 정서가, 필링이 하나도 없었다. 가본 적도 없고 아프리카를 돕는 일에 참여하지도 못해봤다. 흑인 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뭔가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굉장히 모르는 것일 수 있다. 그래서 알고 싶었던 거다. 왜 사람들이 아프리카를 얘기하는지. 내가 아프리카 갔다 온 일이 특이한 건 아닐 거다. 하지만 이상하게 아프리카에 다녀온 사람에겐 정이 생기는 것 같다. 누구를 도와서 우월감을 느끼는 그런 종류의 뭔가가 아니라, 뭐랄까, 어렸을 때 친구 얘기하는 듯한, 첫사랑의 느낌을 간직할 수밖에 없는 것처럼 그런 게 아닐까 싶다. 또한 이런 생각도 했다. 내가 저 뜨겁고 힘들고 열악한 환경 속에 있는 사람보다 과연 행복한 사람일까? 난 그렇게 생각 안 한다.
유명인들이 가끔 아프리카 어린아이를 안고 찍은 사진을 보게 된다. 가만히 생각할 때도 있다. 저게 뭘까? 나도 그랬다. 이거 설명하기 되게 어렵다. 나는 그런 사람들과 뭐가 다르지? 별로 다를 거 없나? 내가 다르다면, 나는 도움을 준다는 의미에 대해서 조금 더 스스로 생각하고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건 뭐냐 하면 도움을 준다는 건 잘난 척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들에게 어떤 물질적인 풍요와 현대사회의 물질적인 면에 좀 더 가까워지게 하려고 간 게 아니라, 그 행위만이…. 사실은 좀 더 재밌는 방법은 거기에 여행을 가는 것일 수도 있다. 관심부터 가져야 할 것 같다. 우리가 잘 모르는 것들을. 왜냐면 거긴 좋은 게 있기 때문에. 우리가 절대로 한국에선 얻을 수 없는 것들이 있기 때문에. 돕는다는 건 그 사람들을 도움으로써 자기 스스로를 돕는 것 같다. 나는 분명히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돕는다는 행위는 한 번도 스스로를 배신하지 않는다. 불교에서 보면 소아, 대아적인 얘기라고 볼 수 있다. 나를 위한 건가, 사람들을 위한 건가. 사실 지금까지 연기자로서 나를 위한 어떤 것들을 했을 거다. 연기자들은 모두 다 에고이스트들이니까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 이제부터는, 남아 있는 인생 동안은, 적극적으로 남을 위하는 방법으로 나를 위하는 길을 가면서 의미를 찾으려고 한다.
그래서 좀 더 행복에 가까워졌나? 그렇다. 사실 돌파구를 못 찾고 있었다. <바람의 화원> 때쯤에 굉장한…. 스스로의….
촬영하면서? 그때 장학회를 만들었다. 도대체 언제까지 뭔가 꽉 막힌 상태로 똑같은 느낌의 소통 불가능한 상태에 있는 듯한…. 누구나 다 경력이 있지만, 나는 동국대학교에서 공부를 했고 러시아에서 공부를 했다. 의사로 치면 10년 동안 정확하게 코스를 밟은 사람이 병원에 간 거다. 그런데 거기에 99퍼센트 의사 공부를 안 한 사람만 있다고 치면, 할 말이 없어진다. 점점 더. 농담으로는 어디서나 통할 수 있지만 어떻게 농담만 하고 사나? 여기서는 농담만 하고 사나? 여기 스튜디오도 전문 스태프들이 전문 용어를 쓰면서 일하는데, 우리가 하는 일은 그렇지 않다. 연극이나 영화나 드라마. 특히 영화나 드라마. 특히 드라마. 거기는 어떻게 그렇게 눈을 씻고 봐도 전공자들을 찾아볼 수 없는지 참으로 신기한 판이다. 십몇 년 동안 내가 일하면서 점점 더 극단적으로 느끼게 된 외로움이다. 병원에서 농담만 하면 병원이 굴러갈 것 같나? 사람을 다 죽이게 된다. 실제로 TV를 보면서 ‘저 감정은 사람을 다 죽일 텐데?’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 살리는 게 아니라, 기분 좋게가 아니라, 기분 나쁘게 하는데, 보는 사람을 기분 나쁘게 해놓고 자기 스스로는 상업적으로 성공하는 게 과연 가능한 얘길까? 그런 생각 많이 한다. 지금, 내 말이 너무 심각하게 가나?
심각하면 어떤가, 그게 당신 생각이라면. 그렇게 생각한다. <바람의 화원> 이후엔 일본 팬미팅 같은 거 자주 했다. 굉장히 깍듯한 팬들이다.
일본사람들의 특별한 점이지 않나? 가족 같은 개념이랄까?. 정말 그렇다. 좋을 때만 좋아하는 게 아니다. 모든 걸 다 공유하려고 한다.
그런가 하면 한국 팬들은 간섭하려는 경향이 있지 않나? 그저 스타를 좋아한다기보다 자기 틀에 맞추려는 뉘앙스가 있다. 내가 러시아나 일본에서 느끼는 감정들, 정말 온화한 감정들을 좋아하지만, 좋아한다는 게 짐이 되면 안 되지 않나? 나도 내가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게 짐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난감한데, 일본 분들이 많이 그런 건 사실이다. 평생 동안 그걸 정말로 실현시키고 지키는 사람들.
평생이라니, 그게 뭘까? 사실 잘 모르겠다. 나는 일본 팬미팅에 한국사람들과 한국의 매니지먼트와 아티스트와 배우들이 가서 배우고 견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걸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좋은 걸 배우기 위해서. 좋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을 거다.
그게 배운다고 배울 수 있는 걸까? 일본 사람과 한국 사람은 그냥 다른 것 같다. 노력하면 배울 수 있다. 배워야 된다. 노력하면서. 10년 넘게 걸릴 거다. 우린 견학해야 한다. 장학회 멤버들을 일본 팬미팅에 참여시킨다. 그 사람들의 눈빛에서 읽은 것을 나중에 토론시킨다. 뭘 봤니? 그래서 넌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니? 이런 얘기들을 한다. 이게 내가 하고 있는 일을 20년이나 30년 후배들에게 가르쳐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다. 아무도 가르쳐줄 수 없지만 정말 배워야 하는 것들을 가르쳐주는 것.
당신의 장학회는 그저 장학금을 주는 정도가 아닌 것 같다. <바람의 화원> 때 결심했다. 나는 굉장히 정상적인 사람이다. 내가 의사소통을 못 한다고 하는 건 그게 비정상이다. 지금 내가 있는 판은 대다수가 그렇다고 해도, 이게 과연 정상일까? 어느 나라, 어느 시대에도 이런 게 정상이었던 적은 없다. 병원에 의학 공부를 하지 않은 사람들이 100퍼센트를 차지하는 비정상적인 상황과 시기는 없었다. 있더라도 잠깐밖에 지속되지 못한다. 왜냐면 비정상이기 때문에. 그렇다면 앞으로는 정상적으로 변해갈 건데, 정말로 연기를 전공한 사람이 연기를 하고, 경영이나 서비스를 전공한 사람이 매니지먼트를 하고, 뭐 이런 정상적인 것들. 사람들이 나를 많이 비웃겠지만 나는 사람들을 비웃는다. 사람들은 그렇게 해서 그게 되겠니, 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너는 얼마 못 간다고 얘기한다.
유명하다면 뭐든 해도 되는 시대다. 책을 쓰든 사진을 찍든 뭘 하든 유명하기만 하다면 대중은 일단 환영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다. 아, 그건 틀렸다고 보지 않는다. 그거는 브랜드, 유명인사들의 파워니까. 그걸 얘기하는 게 아니다. 산업의 기형적인 면을 말하는 거다. 미국에도 훌륭한 배우 많다. 훌륭한 배우들이 책임지는 산업이다. 한국은? 그런 면에서 이런 면이 너무 없다. 연기를 가르치지도 못하고 연기를 유지시키지도 못하고, 연기 산업이 존재한다고 보기 힘들다. 엔터테인먼트와 셀레브리티 산업만 존재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까 다들 착각을 한다. 배우 산업은 불가능하거나 없거나 희박한 걸로 생각한다. 하지만 배우 산업이 무너지면 모두 다 무너질 거다. 엔터테인먼트 사업만 있는 나라가 과연…. 어디까지나 본질은 배우 산업이다.
그런데 불거진 문제는 하필 돈이었다. 그런 얘기가 제일 흥미로울 테니까.
<쩐의 전쟁> 출연료 관련 소송에서 최근 승소했다. 그걸 보면서 원칙에 관한 당신의 소신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당신이 보이지 않는 것을 많이 잃었을 거란 생각도 든다. 꼭 그렇게 해야하는 이유가 있나? 후배들한테 30년 후에 할 말이 없을 것 같아서다. 난 30년 후에 정확하게 이 일을 얘기하겠다. 장학회 후배들한테, 너희들 뭐든지 질문해라, TV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질문해라.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대답해줄게. 만약에 이걸 그냥 지나갔으면, 이런 일은 한국에선 많이 일어나는 일들이라고 한다. 이미 많이 들었을 거다. 나도 많이 듣는다. 근데 이런 일은 일어나면 안 된다. 약속을 지키는 세상에서 살아야 하지 않나? 아니면 약속을 왜 하나? 10원의 약속이라도 지키면서 사는 게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거 아닌가? 근데 내가 그걸 그냥 지나간다? 나중에 후배들한테 뭐라고 하나? 너희들 연기 열심히 해라, 하지만 돈은 못 받을 거야. 그래서 너희들은 굉장히 실망하고 어쩌면 나중에 자살을 하게 될지도 몰라. 하지만 그런 일은 예술이니까 열심히 해야 돼. 이런 얘기를 하라고? 난 못한다. 그래서 했다. 그냥 지나가지 말자. 내가 이걸 못 받아도 죽진 않는다. 근데 그냥 지나가면 내 영혼이 죽을 것 같았다.
당신의 그런 면이 어딘지 폐쇄적인 이미지를 만들기도 했다. 그렇게 보일 수 있다.
동료 배우들과의 친분이라든지, 어디 행사장 같은 곳에서 보이지도 않고. 맞다. 내가 그런다.
실제로 누군가와 사적으로 친해지기 힘든 편인가? 아니면 일하는 사람끼리 굳이 사적으로 친해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나. 100여 명에 가까운 장학회 멤버와 굉장한 친분과 신뢰와 우정과 인생을 나누고 있다. 그들이 영화배우가 아니어서 그렇지. 아, 연기자들도 이제 들어오기 시작했다. 김윤진 씨도 우리 멤버고, 피디, 작가님들도 많다. 좀 있으면 유명한 가수와 배우들도 들어올 거고.
언젠가 쇼 프로그램에 나온 당신을 봤는데, 뭔가 일부러 모르는 척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지만 말할 필요가 없다는 식이랄까? 별로 얘기할 필요가 없으니까. 내가 약간 무심해 보이나?
꼭 그렇진 않은데, 말투가 어눌할 거라는 생각은 했다. 그런데 아니다. 생각이 똑바르면 말이 어눌하게 나오지 않는다.
사람들이 기억하는 박신양은 <파리의 연인>이 압도적이다. 오, 나도 좋아한다.
상관없나? 상관없다. 사람들은 자기 받아들이고 싶은대로 받아들이는 거지, 내가 원하는 대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다. 그리고 나는 <파리의 연인>을 좋아한다. 좋은 감정이고, 좋은 앙상블이었다. 드라마로 치면 너무 좋은 프로젝트였다.
드라마 제작자 협회가 무기한 출연 정지라는 조치를 취했다. 그런데 그게 무슨 효과가 있긴 있는 건가? 그 사람들이 누굴 출연시킬 권리나 제명시킬 권리가 있는 사람들인가? 그런 짓 하기 전에 좋은 드라마 만들 궁리나 했으면. 아이고 웃겨라. 그 사람들이 그런 거 신경 쓸 만큼 그렇게 한가한 사람들 아닐 거다. 드라마제작자협회든 다른 무슨 협회든 요즘 힘들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최근 2~3년간은 모두 힘들었다. 하지만 그들은 힘든 것을 어떻게 표출해야 하는지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상대방을 무조건 그렇게 나쁘게 말하는 식으로 자기들의 이익을 위하는 방식을 굉장히 싫어한다. 나는 다른 사람들 욕하지 않았다. 내 자신을 지키거나 우리 배우들의 이익, 우리 아티스트들의 이익, 우리 팀의 이익을 위해서 다른 사람들을 욕하는 방식은 평생토록 취한 적이 없다. 그런 사람을 되게 얄밉게 생각한다.
출연료 자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당신이 새로운 작품을 시작하면 보나마나 그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오를 것이다. 글쎄, 그건 나한테 물어보는 것보다 매니저들, 다른 매니저들, 다른 배우들, 더 많이 받는 배우들한테 물어보라. 왜 이렇게 많이 받냐고(웃음).
다른 배우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다 중요한 사람들이다. 당연히 모든 사람이 모든 프로젝트에서 최선을 다하고 최선의 효과를 나타내야 한다. 그게 진짜 내가 원하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그런 세상을 만들어놓고 죽을 거다. 이게 우리 직업의 ‘善’ 이다. 남들에 대해 못되게 말하는 것이 연기자들이 가져야 할 덕목이 아니라, 남들이 잘되기를 1번으로 삼고 그 다음에 자기도 잘되어야 한다. 그런데 안 배우고 이 일을 하면, 남은 어떻게 되든지 자기만 잘되길 바란다. 다들 그렇기 때문에 되게 힘들다. ‘선’ 을 배우지 않았다. 도덕을 배우지 않았다. 질서를 지키지 않으면 사회가 어떻게 되나? 연기에도 질서라는 게 있고 앙상블이라는 게 있고 정확한 논리가 있다. 그걸 배워야 한다.
나이가 드는 건? 대학생 역은 이제 안 어울릴 거다. 아니, 그래도 해봐야지. 재밌을 것 같다.
뜬금없이 묻는다. 연기를 하면 순수하게 그 사람이 되는 걸까? 그 시추에이션 속에 들어가는 거다. 그 사람이 된다는 말을 한국에선 많이 쓰는데, 역에 몰입하냐, 그러면 그 캐릭터는 그 배우가 아닌 다른 사람이냐 아니면 배우와 비슷한 사람이냐 아니면 배우 안에 있는 거냐, 이런 얘기 많이 하지 않나? 그거 다 헛소리다(웃음). 모두 판명 불가능한 지점에 있는 얘기들이다. 자기스럽지 않은 것이 감동을 줄 수 없다. 자기가 아는 걸 표현하는 거다. 뭔가 사람들은 변신 같은 것에 대해 열광하거나 얘기하는데 사실은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게 성공하지는 않는다. 이럴 땐 이렇게 얘기하고 저럴 땐 저렇게 얘기하는 거다. 그건 절묘하게 혼합돼서 나오는 거다. 물론 연기론에도 다 그렇게 나와 있다.
당신은 어떤가? 100퍼센트 몰아 넣는다. 눈앞에 아무것도 안 보인다. 그런 식으로 한다.
그런데 마음에 드는 작품을 못 골랐다니. 지금 검토하고 있다. 열심히. 이것저것.
올해 안에 하고 싶나? 그런 거 없다. 맘에 안 들면 안 할 거다.
드라마에서 언제 보나? 좋은 드라마가 있으면 해야 하는데, 좋지 않은 드라마에는 절대로 출
연하지 않을 거다.
그럼 당신이 나온다고 하면 일단 좋은 드라마라고 생각하면 될까? 그래서 항상 어렵다.
가구를 만드는 취미가 있다고 들었다. 최근에 만든 가구는 뭔가? 최근엔 못 만들고 계속 디자인 공부만 하고 있다.
디자인 공부? 이런저런 디자인 관련 세미나와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여기저기 다닌다. 디자인과 관련된 드라마를 작가와 함께 의논하고 있다. 이렇게 얘기해도 아무도 못 따라 할 거다. 머릿 속에 굉장히 여러 가지가 있기 때문에, 재밌는 게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또 무슨 생각하나? 다음에 어떤 영화를 만들어야 할지, 어떤 드라마를 만들어야 할지, 이 영화를 드라마로 각색하면 이런 느낌이겠구나, 이런 저런 생각을 한다. 10년 안에 만들 우글우글한 프로젝트를 계속 인큐베이팅하고 있다. 10년 안에 드라마 제작사를 직접 만들거나, 아예 사거나 할 것 같다. 생각하고 말하는 것보다는 실천이 문제다.
아, 아프리카에 다녀온 일이 어떤 앨범으로 이어졌다고 들었다. 디렉터를 맡았다고? 아프리카를 간다는 얘기를 듣고 처음에 한 생각이, 왜 촬영하는 것만으로 끝내지? 이건 되게 쉽게 할 수 있는 일이야. 사실은 나한텐 별 게 아니야. 나한테 좀 더 어려운 일을 시켜주면 안 되나? 그랬다. 내가 받은 느낌을 거기서 끝내지 말고 사람들한테 전하고 싶다. 음악을 듣고 흥미가 생긴다면 아프리카를 이미 다시 생각하게 된 거라고 본다.
노래도 직접 할 건가? 오, 물론. 기꺼이. 열심히.
- 에디터
- 장우철
- 포토그래퍼
- 보리
- 스탭
- 스타일리스트/ 김봉법, 헤어&메이크업/ 정애라, 성민정(The 0809), 스타일리스트 / 지경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