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나도 모르게 조금씩2

2012.06.14GQ

오디션 프로그램 첫 우승, 몇 장의 싱글 앨범으로 서인국을 가늠할 수는 없다. 그는 불안과 여유를 같이 말했고, 이제야 뭔가를 극복한 것 같았다.

회색 체크 수트는 입생로랑 by 쿤, 흰색 셔츠는 버버리 프로섬, 티셔츠는 엠시큐 by 퍼블리시드, 팔찌는 에이치 알, 반지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회색 체크 수트는 입생로랑 by 쿤, 흰색 셔츠는 버버리 프로섬, 티셔츠는 엠시큐 by 퍼블리시드, 팔찌는 에이치 알, 반지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마음 가는 대로, 그냥 막 지르고 싶은 마음은 안 드나?
후회 없이 질러놓고 안 되면 ‘그래, 다음부터 안 하면 되지’ 하는 마음을 솔직히 좀 갖고 싶다. 옛날엔 그런 게 있었다. 다짜고짜 서울 올라오고. 지금은 약간 어렵다. 어린 건 인정하는데, 남들한테 어리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서.

서인국의 자존심이란.
있다. 욕심도, 뚝심도 있다. 그래서 누군가 나를 가르치려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한다. 애매한데,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면 쫓아가서 한없이 배우려고 한다. 가르쳐달라고 솔직히 말한다. 근데 말을 섞다 보면 내가 어리기 때문에 가르치려는 게 버릇인 사람들이 있다. 그건 스트레스다. 미묘한 차이다.

‘밀고 당겨줘’는 세련된 음악이다. 하지만 제목에서 느껴지는 어떤 진부함을 부정할 순 없다.
우선 음악적 성향을 띠려고 노력하고 있다. 제목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약간의 신선함과 자극. 이번 앨범은 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음악이었다. “노래가 좋다. 진짜 서인국 음악 같다”는 얘길 들을 때 제일 좋았다. 갑자기 색깔을 확 바꿔서 낯선 느낌보다는 좀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가는 느낌을 주고 싶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행보를 생각해보면 그런 것 같다.

사실 한 곡으로 확 뜨는 것보단 섬세하게 만들어가는 쪽이 더 재미있지 않나?
재미있는 것 같다, 진짜. 그게 서인국인 거고. 오히려 지금은 많이 여유로워졌다. 무대에서 뿐 아니라 인생에 여유가 생겼다.

지금 상황에 꽤 만족하는 것 같다.
내 인생이 만족스럽다. 힘들기도 하고 욕심도 많지만 지금은 정말 꿈꿔왔던 일을 하고 있으니까.

연애 안 하나?
하고 싶다.

아니, 그 청춘에 시간이 없나? 주변에 예쁜 사람 많지 않나?
많다. 많이 있다. 서울에는 정말 예쁜 사람이 많다.

하하, 연예계가 아니라 서울?
예쁜 분들이 성공하려고 서울로 많이 올라오는 것 같다. 나도 그래서 서울로 올라왔고. 일단 연예계는 서울에서 기회가 많으니까. 그래서 서울에 예쁜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연애는 하고 싶지만 아직 때가 아니라고 느낀다.

통제하는 건가? 서인국을 미치게 만드는 여자가 아직 안 나타났나?
둘 다. 미치게 만드는 사람이 없어서 통제할 수 있는 것 같다. 가만 있어도 그 사람 생각 때문에 아무것도 안 잡히면 정말 문제가 있는 거다. 그랬다면 어떻게든 했겠지만….

어떤 여자들이 서인국을 좋아하나?
딱히 없었다.

휴, 주변에 나쁜 형 없나?
하하, 많다. 나를 막 악의 구렁텅이로…. 근데 성격 자체가 밖에 잘 안 돌아다니고, 해봤자 포장마차에서 술 먹는 정도 좋아하니까. 나름 재미있게 산다.

하하, 좀 깨는 거 없나?
긍정적인 생각을 좀 많이 하는 편이긴 한데…. 긍정은 하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당신이 긍정적인 사람인 거지. 진짜 힘들 때는 말도 안 되는 상상도 한다. 그냥, 무책임하게 도망가 버릴까? 나를 바라봐 주는 팬, 회사를 다 등지고 도망가버리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한번은 너무 힘들어서 술을 일부러 안 먹은 적이 있다. 약간 욱하는 성격이 있고 기분파라서. 혹시나 술 먹고 스스로를 다 놓아버릴까 봐. 스스로 너무 만족을 못해서 그랬던 것 같다.

술이 사람을 부정적인 쪽으로 끌어내리긴 하지만.
상황이 너무 답답하니까 생각이 끝까지 간 거다. 좀 겁이 났다. 어떻게 이겨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다 <사랑비>를 만났다.

외로움 때문이었을까? 그건 누가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니까.
여자친구 없어서, 친구가 없어서가 아니었다. 사람은 항상 있었다. 그런데 누구 하나 정말 내 얘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던 때가 있었다.

그럴 땐 낯선 사람이 도움이 되긴 한다.
낯선 사람한테 인생 얘기하는 것도 좀….

전화하면, 낯선 사람들 여럿 데리고 방법을 강구해보겠다.
하하. 지금은 다 이겨냈지만 많이 답답했다. 이렇게 얘기하는 것도 조금 힘들다.

어느 정도 이겨내고 잘 여문 후, 꽤 좋은 시기에 당신을 만난 것 같다.
그래서 지금 내 인생에 만족스러운 거다. 지금은 다른 사람한테 거짓말을 안 한다.

자, 그래서 지금 서인국은 어떤 가수가 되고자 하나?
내가 가수가 됐던 계기, <슈퍼스타K>는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준 프로그램이다. 연기를 하면서 내 감정을 다 해소할 수 있게 된 일종의 대리만족처럼, ‘어! 쟤도 할 수 있는데, 나도 한번 해보자’라는 식으로 끝까지 어떤 희망을 주고 싶다. 남보다 좋은 환경도 아니었는데 가수가 돼서 노래하고 있으니까. 내가 완전히 어른이 되고, 할아버지가 돼서도 내 음악을 고집하고 싶다. 그때 내 노래를 부르는 모습으로 ‘멋있다’는 말을 듣고 싶다. 장기간, 계속해서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그런 가수? 하하, 좀 유치할 수도 있는데. 현실적으로는 누군가의 재능을 발굴해서 그 가능성의 최대치를 보여주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기도 하다.

음악적으로는 뭐가 가장 아쉽나?
아쉬운 걸 따지자면 밤을 샐 수 있다. 죽기 직전에 노래를 해도 그럴 것 같다. 노래에 정점은 없는 것 같다. 죽을 순간에도 아쉬울 정도로 그 위, 더 위에 뭔가 있는 것 같다.

아까, 좀 걸었는데 옷에 땀이 뱄다. 딱 오늘부터 여름 같았다. 오늘은 어떤 날이었나?
나는 하루하루가 너무 새롭다. 기억력이 안 좋은 게 도움이 되는 걸까? <첫 키스만 50번째>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딱 하루만 기억할 수 있어서 매일이 새로운 남자 얘기였다. 굉장히 부러웠다. 짜증났던 일, 상처받았던 거 다 잊고 다시 새로운 하루를 살 수 있다니. 만약 어떤 일이 너무 힘들어도 내일이면 모든 게 새로울 거 아닌가.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게 노력으로 되나?
그냥 지나가게 두는 거 아닌가? 근데 그 노력하는 것도 재미있어서.

이 인터뷰, 너무 착하지 않나?
하하, 그랬나?

    에디터
    정우성
    포토그래퍼
    박세준
    스탭
    스타일리스트 / 박지석, 헤어 / 윤지(스와브17), 헤어&메이크업 | 이가빈 (스와브17), 어시스턴트 / 정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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