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시 쓰기에서 겨울나무와 같은 상태예요. 봄이 되면 다시 꽃이 필지, 안 필지 알 수 없죠.” 그렇게 말하고 2년 후, 이성복은 시집 <래여애반다라>를 발표했다. 그의 나무에는 다시 꽃이 피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나 이번에는 <끝나지 않은 대화>, <어둠 속의 시>, <고백의 형식들> 세 권의 책을 내놨다. 신작이라고 볼 수는 없다. 각각 대담과 미발표 시, 산문을 엮은 책이다. 특히 <어둠 속의 시>는 이성복이 등단 무렵부터 두 번째 시집 <남해 금산>을 낼 때까지 쓴 미발표작 150편을 모은 시집이다. 이성복은 산문집에 “사람은 시 없이 살 수 있는가”라는 부제를 달았다. 너무 본질적이어서 우스꽝스러울 수 있는 그의 시정신이 담긴 제목이다. 시가 모든 것의 앞이자 중심인 그에게, 이 세 권의 책은 추억이나 기록이 아닌 “이미 예술가로서 망가진 몸과 정신을 다시 소생시키기 위한 줄기세포”라고 말한다. 다시 꽃 필 “그날”을 기다린다.
- 에디터
- 정우영
- 포토그래퍼
- 정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