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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볼 한 잔의 계절

2019.06.03GQ

소주는 텁텁하고, 위스키도 부대끼는 계절. 맥주마저 지겨워졌다면 위스키 하이볼을 마실 때다. 몇 가지만 더 알아두면 위스키 하이볼이 훨씬 맛있어진다.

1 ‘위스키 하이볼’이지 ‘하이볼’이 아니다.
하이볼 칵테일은 하나의 칵테일을 일컫는 말이 아니다. 하이볼은 소량의 술과 그보다 더 많은 양의 탄산을 섞어 키가 큰 잔에 서브하는 술을 두루두루 일컫는 용어다. 400ml 남짓의 음료가 들어가는 길쭉한 잔을 ‘하이볼 글라스’라고 부르고 이러한 모양의 잔에 어울리는 칵테일이라면 모두 ‘하이볼’이라고 부를 수 있다. 그러니 우리가 이자카야나 바에서 흔히 주문하는 ‘하이볼’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클래식 위스키 하이볼’이다. 서구권에서 주문할 땐 ‘위스키 앤 소다’ 혹은 ‘스카치 앤 소다’라고 해야 우리가 원하는 그 위스키 하이볼을 내줄 때도 있다.

2 클래식 위스키 하이볼에 넣는 것은 소다(탄산수)이지 토닉워터가 아니다.
클래식 위스키 하이볼의 기본은 위스키와 소다다. 레몬 껍질 트위스트나 레몬 조각이 들어가기도 한다. 간혹 토닉워터를 섞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면 토닉워터의 들큰하고 쌉쌀한 맛이 클래식 위스키 하이볼의 맛을 완전히 다른 맛으로 만들어버린다. 위스키의 맛을 깨끗하게 살리려면 소다가 답이다. 만약 소다만 넣었을 때 너무 드라이해서 맛이 없다고 느껴진다면, 위스키와 소다의 비율을 1:3.5 혹은 1:4 정도로 다시 맞춰본다. 탄산기포가 강력한 탄산수를 사용하고 신선한 레몬껍질을 접어 스프레이처럼 오일을 뿌리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래야 맛이 완성된다.

3. 위스키 하이볼의 종주국은 일본이다.
전세계적으로 위스키 하이볼을 이렇게 많이 소비하는 나라도 없을 정도로, 일본은 위스키 하이볼 강국이다. 손잡이가 달린 거북이 등껍질 같은 글라스에 마시는 캐주얼한 위스키 하이볼부터 흰색 수트를 빼입은 바텐더가 만들어주는 공들인 위스키 하이볼까지, 스타일과 가격대도 다채롭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일본 위스키 증류소들이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맥주를 대체할만한 음용법으로 위스키 하이볼을 마케팅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위스키 하이볼 캔 음료 시장까지 폭발하며 ‘국민 음료’로 등극했다. 생맥주처럼 바로 뽑아 마실 수 있는 위스키 하이볼 디스팬서도 국내에 선을 보이기 시작했다. 최근 일본 위스키의 세계적인 인기에 힘입어 위스키 하이볼용으로 사랑받는 일본의 ‘산토리 가쿠빈 위스키’마저 품절대열에 올라설 기미가 보이자, 산토리는 지난 2014년 인수한 미국의 버번 위스키 ‘짐빔’으로 만든 ‘짐빔 하이볼’을 적극적으로 밀기 시작했다. 최근 일본 이자카야에 가면 짐빔 하이볼이 많이 보이는 이유다.

4. 베이스와 레시피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위스키 하이볼이 워낙 심플한 칵테일이다보니 작은 것 하나만 바꿔도 칵테일의 표정이 확 변신한다. 베이스 위스키를 피트 향 강한(일명 소독약 냄새) 아일라 지역 위스키로 쓸 경우엔 검은 후추를 갈아 올려 스모키한 향을 더 강조하기도 한다. 보통은 블렌디드 위스키로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특색있는 향을 품은 싱글 몰트위스키로 만든 위스키 하이볼도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자몽껍질과 시소잎을 넣어서 클래식 칵테일에 신선한 재미를 더하기도 하고, 끝을 으깬 레몬그라스를 꽂아 향을 더하거나 민트나 로즈마리로 허브 향을 입히는 독특한 위스키 하이볼도 있다. 칵테일바를 방문해 바텐더마다 조금씩 재미를 더한 위스키 하이볼을 즐겨보는 것도 재미다.

5. 결코 만만한 칵테일이 아니다.
위스키 하이볼은 단순한 칵테일처럼 보이지만, 잘 만든 위스키 하이볼 한잔을 완성하기란 의외로 쉽지 않다. 잔과 술의 온도가 모두 차가워야 하고, 얼음도 단단하고 투명한 것을 써야 마실 때는 물론이고 바라볼 때도 좋다. 탄산은 부을 때 얼음에 부딪히지 않게 유의하고 너무 많이 저어서 기포가 날아가지 않게 해야 한다. 특히 집에서 위스키 하이볼을 만들어 마실 때 가장 어려운 점은 괜찮은 얼음을 구하는 것이다. 냉동실 냄새가 흠뻑 스며든 얼음이나 금새 줄줄 녹아버리는 작은 얼음은 피하는 게 좋다. 일본식 위스키바에 가면 팔뚝과 팔목의 각도마저 계산한 듯한 단정한 자세로 위스키 하이볼을 만드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작은 차이가 실제로 위스키 하이볼 한 잔에선 큰 차이를 만들기도 한다.

    에디터
    글 / 손기은(프리랜스 에디터)
    사진
    정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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