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5월의 전시

2021.05.10GQ

 

서울과 베를린

Arno Fischer, Műritz 1956, Gelatin Silver Print ©Estate Arno Fischer, ifa

베를린 출신 사진가 아르노 피셔가 포착한 1978년의 뉴욕에는 머리를 감싸 쥔 남자가 있다. 서울의 사진가 한영수가 기록한 1950년대 어느 날에는 비를 피한 남자와 강아지가 서 있다. 비슷한 시기, 다른 나라에서 활동한 두 사진가의 전시가 각각 서울과 부산에서 열린다. 걷고, 춤추고, 어딘가를 바라보고, 웃고. 흑백 필름에 담긴 순간에는 국경도, 시차도 없다. 서울의 사진가 한영수가 1950~1960년대 도심의 모습을 모은 사진전 <우리가 모르는 도시 Unknown City>는 5월 12일까지 라이카 스토어 신세계 본점에서, 베를린의 사진가 아르노 피셔가 바라본 1960년대 독일과 1970년대 뉴욕 풍경이 담긴 사진전 <아르노 피셔 · 포토그라피>는 6월 2일까지 고은사진미술관에서 열린다. 김은희

 

삶, 것

Gabriel Vormstein, The question, 2020, Watercolor, acrylic on newspaper, 56 x 38 cm, Courtesy of the artist, Meyer Riegger, Berlin/Karlsruhe, and PKM Gallery, Seoul

쓰레기 더미 속 고요히 잠자는 한 줄기 빛을 보는 예술가의 눈은 늘 경이롭다. 가브리엘 봄스타인은 그렇게 삶을 응시한다. 휘발되는 나날의 소식, 그러나 활자와 물질로 남은 퇴색된 뉴스 페이퍼는 그의 캔버스가 되고, 나약한 나뭇가지와 견과, 하물며 후추까지도 그의 작업 소재가 된다. 휘발하거나 분해되기 쉬운 물리적 요소를 그러모아 그의 문법대로 다시 흩트리는 작업 속에서 현재 완료된 삶의 어떤 것과 생동하는 지금의 교차점을 포착한다. 4월 22일부터 5월 22일까지, PKM 갤러리에서 열리는 개인전 <라이프>에선 그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에곤 실레 오마주 작업을 비롯해 최신 조각까지 총 20여 점의 작품을 소개한다. 전희란

FROM ART BASEL

The City as Its People, 2018, Chim ↑ Pom, Courtesy Art Basel

“팬데믹의 여파로 세상은 분열로 회귀하기 시작했습니다.” 아티스트 허샹위 He Xiangyu가 아트 바젤에 전한 말에서 자조가 묻어난다. 그러나 그는 이런 메시지도 남겼다. 이땐 아마 선명한 눈빛으로 말하지 않았을까, 모니터 너머 활자를 읽으며 상상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계속해서 표현하고, 기억하고, 저장하는 것입니다.” 미술가인 그가 만든 첫 장편 영화 <The Swim>이 아트 바젤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됐다. 지난해 선제적으로 온라인 뷰잉룸을 시작하며 코로나19에 맞서는 강렬한 대처를 보여준 아트 바젤이, 곳간 문 열 듯 가진 예술적 자산을 하나씩 풀어놓기 시작한 자취다. 아트 필름과 작가의 인터뷰가 격주로 게재된다. 4월 23일에는 아티스트 집단 Chim ↑ Pom의 영상 <Black of death>가 공개된다. 예술이 전하는 위로가 화면을 채운다. artbasel.com 김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