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오피스 친화적인 룩에 홀딱 반한 적은 없었다. 다시 말해, 나는 조너선 베일리가 쿼터 집을 입은 걸 본 적이 없었다.

다시 출근할 생각하며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느릿느릿 구경한다. 커피는 별로 에너지를 주지 못하고, 일에 대한 압박이 나를 짓누른다. 그리고 그 먹구름 사이로 내 영혼을 지켜줄 한 줄기 빛, 완벽한 조너선 베일리의 스타일링이 나타났다. 파리의 디올에서 조너선 앤더슨이 데뷔했다.
그가 지나가는 순간, 사무실에서 누군가에게 첫눈에 반하는 상상을 했다. 손가락은 키보드를 가로질러 날아가며, 간결하고 우아한 문장을 입력했다. “오 대박, 그래! 이거야.” 베일리는 내가 깊이 신봉하는 무언가를 해냈다. 오피스 핏을 섹슈얼하게 만들어낸 것이다.
회사에서 기본으로 지급되는 것 같은 블루 셔츠와 줄무늬 넥타이 위에, 베일리는 디올 프린트 네이비 쿼터 집업을 걸쳤다. 넥타이가 드러낼 만큼 지퍼를 내려 입었다. 하의로는 스트레이트 레그 블루 진을 입었고, 브라운 뮬 슈즈를 신었다. 감히 말하자면, ‘언섹시 슈즈’ 트렌드에 딱 들어맞는 차림이다. 반짝이는 가죽 로퍼는 없고 대신 브라운 스웨이드와 다소 촌스러운 둥근 앞코가 있다.
각 요소만 놓고 보면 그다지 근사할 것도 없다. 중간 관리자풍의 프로페셔널한 직장인 분위기가 전부여야 맞다. 하지만, 이상하고 놀랍게도 베일리는 해냈다. 당장 쿼터 집업을 하나 사고 싶게 만들었으니까.
아마도 이는 바지가 만들어낸 형태일 수도 있다. 바지 통이 넓고 약간 릴랙스한 핏이기 때문이다. 아니면 집업의 헐렁함과 후디 같은 포켓의 느낌일 수도 있다. 재무팀의 출세 지향적이고 욕심 많은 직원이 아닌, 불만 많고 젊은 팀원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아니면, 그냥 조너선 베일리가 입어서일 수도 있고. 아무튼 최종적인 효과로 이 사진 한 장에서는 쿨워터 향이 풍기고, 슬랙에서 몰래 잡담을 나누고 퇴근 후 술자리를 상상하게 한다. 쿼터 집업이 다시 부흥할까? 나는 그럴 수도 있다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