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형제자매의 카톡 대화법

2023.06.09주현욱

겉보기엔 어딘가 이상하고 제대로 된 대화가 아닐지라도 나름대로의 이유와 애정이 담겨있다. 얼핏 대화창만 보아도 같은 피가 흐름을 단번에 알 수 있는 현실 형제자매들의 카톡 대화.

사실과 필요에 기반해 대화한다

밥은 먹었냐, 지금 뭐 하냐, 내일은 뭐 하냐, 영화 보냐, 오늘은 누구 만냤냐 등 형제자매에게 있어 감정을 교류로 이어질 수 있는 소소한 이야기는 필요하지 않다. 간단명료하게 사실을 전달하고 필요를 해결하는 말만 하고 끝내는 것이 진정한 형제자매의 대화라고 할 수 있다. 용건이 없으면 연락하는 일도 없어 장시간 동안 카톡을 하지 않게 되는 경우도 대다수이다. 뒤에 물음표가 없는 이상 별다른 대답도 보내지 않는다. 때로는 쿨함을 넘어선 추위가 느껴지기도 한 카톡 유형이다.

물건이 사라졌을 때 득달같이 달려든다

옷, 신발, 가방, 모자 등 사라진 물건의 범주는 넓지만 범인은 오로지 한 명, 형제자매 뿐이다. 실제로 만나서 말로 다투는 것보다 카톡 대화에서 더 신랄하고 피 터지게 다툰다. 온몸의 분노와 짜증을 담아 한 문장 한 문장 보내지만 절대 지지 않는 상대방 덕분에 대화를 할수록 스트레스 지수는 높아져만 간다.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두고 보자는 식으로 싸우지만 얼마 안 가 또 똑같은 문제로 다시 싸우게 된다는 게 함정이다.

모음 없이 자음으로만 대화한다

형제자매 사이에 굳이 모음은 필요가 없다. 마치 둘만의 암호를 주고받는 듯 자음으로만 대화해도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다. 따라서 긴 대화보다는 ‘ㅇㄷ(어디야)‘, ‘ㅁㅎ(뭐해)‘, ‘ㅇㅃㄴ?(엄마아빠는?)’ 등과 같은 아주 간단한 대화들만 오갈 때 자주 쓰인다. 남들이 보기엔 자음으로만 보낼 필요가 있나 싶을 수도 있지만, 형제자매들에게 있어서 이보다 더 편리한 대화는 없다. 효율성을 최대한으로 높여 빠르게 대화를 끝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부탁 있을 때만 친절하게 대한다

괜히 쓸데없이 친절하게 오는 카톡을 보면 의심부터 하게 된다. 그러나 백이면 백 그 의심은 틀리지 않는다. 평소에는 연락 한 통이 없다가 부탁이 있을 때만 되면 세상 다정한 형제자매로 변해 어떤 부탁을 하는 걸까 무서워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했던가. 어떤 부탁을 하더라도 형제자매는 그 일을 직접 해결해주려고 나선다. 이후 부탁을 들어주면서 다정해진 사이는 얼마 못 가 다시 원점이 된다는 게 문제지만…

주현욱

주현욱

프리랜스 에디터

주현욱은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기록하고, 문장으로 본질을 풀어내는 프리랜스 에디터입니다.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뒤 2015년 패션 에디터로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GQ KOREA'를 중심으로 'VOGUE KOREA', 'Noblesse' 등 주요 매체에서 컨트리뷰팅 에디터를 겸했으며, 네이버·신세계·한섬 등 기업 브랜디드 프로젝트에서 배우부터 작가까지 수많은 인물의 인터뷰와 화보를 기획하기도 했습니다. 극장의 불이 꺼지기 직전의 적막을 사랑하며, 희귀 영화 포스터를 수집하고 필름 스코어를 탐닉합니다. 모든 관람작에 예리한 평점과 리뷰를 남기지 않으면 잠들지 못하는, 쓸데없이 집요한 구석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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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