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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차

2014.01.09GQ

이달, 보기만 해도 가슴 떨리는 자동차들. 그리고 단 한 대를 위한 영예. 1월엔 2014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S클래스다.

엔진V8 가솔린 배기량 4,663cc 변속기자동 7단 구동방식후륜구동 최고출력455마력 최대토크56kg.m 공인연비리터당 8.5킬로미터 가격2억 2천2백만원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S500L 에디션 1
밤 10시를 막 넘긴 일요일이었다. 나섰더니 땅이 젖어 있었다. 양평이든 어디든, 어디라도 혼자일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누구나, 얼마간은 그럴 필요가 있으니까. 가로등 하나 없이 어둡고, 영업 중인 곳은 편의점뿐일 거라는 예상은 적중했다. 그런데 안개까지 짙었다. 길은 예고도 없이 구불구불했다. 이런 밤, 차 안팎에서 나는 빛이 이 정도까지 절실한 위안이 될 거라고도 예측 못했다.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안팎의 모든 광원은 LED다. 전조등에는 56개, 후미등에는 35개, 실내에는 3백여 개, 총 5백여 개의 LED 전구를 썼다. 이 빛이 운전 자체의 분위기를 좌우하기까지 한다. 실내에 적용되는 빛에는 ‘앰비언트 라이팅’이라는 이름을 줬다. 글로 레드glow red로 출발해 춘천 쪽으로 질주하다가, 요금소를 빠져나와서는 잠시 멈췄다. ‘문라이트 블루moonlight blue’로 설정하고 다시 달렸다. 이번엔 좀 차분하게. 안개가 짙은 산길이었는데 핸들을 돌릴 때마다 전조등이 알아서 돌아갔다. 차가 움직여야 하는 곳을 미리 비췄다. 백미러 뒤편에 장착된 스테레오 카메라는 도로 상황을 훑는다. 그 정보를 바탕으로, 운전자가 인지하지 못한 요철을 예상치 못한 속도로 지날 땐 알아서 서스펜션을 조절한다. 그 높이와 강도를 승객의 충격을 최소화하도록 설정한다는 뜻이다. 카메라와 레이더가 수집한 데이터를 종합해 차량 전방의 보행자를 식별해내기도 한다. 운전자가 보행자를 인지하지 못하고 속도를 줄이지 않으면 알아서 브레이크를 잡는다. S클래스에 새로 적용된 기술을 모두 쓰기엔 어떤 지면이라도 부족할 것이다. 다만 그 기술과 감성의 조합은 전에 없이 탁월하다. 가질 수 있는 사람에게는 최고의 선물,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또렷하고 고급한 목표가 될 것이다.

S클래스보다 비싼 차, 물론 있다. 하지만 고급함과 균형, 단아함과 호사스러움을 이 정도로 자연스럽게 성취한 인테리어는 극히 드물다. 부메스터Burmester 사운드 시스템이 내는 소리를 들을 땐 다른 브랜드를 생각할 여지가 없다. 어떤 지하 주차장에서 S클래스의 문을 모두 활짝 열고 볼륨을 높였을 땐 거기가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같았으니까. 실내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황홀할 지경의 음악적 체험이 가능하다. 운전석과 조수석을 감싸고 돌아 나가는 선은 거대한 날개로 품는 듯 나긋하다.

촬영 차량은 벤츠 S클래스 에디션 1이다. 롱 휠 베이스 모델을 바탕으로 더 고급스러운 내부 사양, 내부 공기의 세균 번식을 억제하는 이오나이저 기능, 실내를 네 가지 향으로 채우는 액티브 퍼퓨밍 시스템 등이 장착돼 있다. 한국 1백 대 한정.

The History of Mercedes-Benz S-Class 최고라는 수식어를 흔히 쓰면 안 된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있을 때 아낄 이유도 없다. 벤츠가 S클래스라는 이름을 쓰기 시작한 건 1972년이었다. 이번에 출시한 S클래스는 6세대째다. 경쟁상대라고 묶을 수 있는 몇 개의 브랜드, 그들이 출시한 기함을 서로 비교하면서 누가 누굴 따라갔네 앞질렀네 하는 건 출시 이후의 수순 같다. 하지만 벤츠 S클래스야말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최고의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숱한 도전을 받으면서도 꼿꼿했다. 6세대 S클래스 역시 가장 높은 자리에서 도도하다.

‘앰비언트 라이팅ambient lighting’이라는 이름 이런 조명을 쓰는 차가 S클래스뿐인 건 아니다. 재미와 품위를 위한 요소로 조명을 활용한 예는 많다. 하지만 이렇게 마음이 움직인 건 처음이다. 손잡이부터 운전석, 센터페시아와 조수석으로 돌아나가는 활 같은 곡선과 조명이야말로 크리스마스이브에 내리는 눈처럼 반갑고 예쁘다. 색깔은 일곱, 밝기 정도는 다섯 가지로 조절할 수 있다. (글로 레드glow red, 던 레드dawn red, 트와일라잇 퍼플twilight purple, 문라이트 블루moonlight blue, 데이라이트 화이트daylight white, 모닝 화이트morning white, 선셋 오렌지sunset orange.)

당신이 모르는 사이에 미처 인지하지 못한 요철이 있거나 앞차가 급정거했는데 운전자가 제때 대응을 못 할 때, 혹은 갑자기 등장한 보행자에 대한 반응이 늦을 땐 차량의 상태를 스스로 바꾼다. 서스펜션을 조절해 충격을 최소화하고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를 줄인다. 시속 50킬로미터 이하일 때는 완전히 멈추고, 시속 72킬로미터까지는 사고 충격을 최소화한다. 시속 60~200킬로미터 사이에서 방향 지시등 작동 없이 차선을 벗어나면 핸들이 진동한다. 그래도 인지 못할 땐 반대편 바퀴에 브레이크를 걸어 주행차선으로 알아서 복귀한다.

벤틀리 플라잉스퍼2억 8천7백만원 아우디 A81억 2천5백20~2억 4천6백30만원 BMW 7시리즈1억 2천4백10~2억 7천5백70만원 마세라티 콰트로 포르테1억 6천9백50만~2억 4천5백만원

Your Shopping List 벤츠, BMW, 아우디를 ‘독일 프리미엄 3인방’으로 묶고 각각의 기함을 비교할 수 있다. 이 시장을 움직이는 연령대에서 벤츠의 상징성은 견고하다. 게다가 지금의 상황이라면 S클래스의 우위를 의심할 수 없다. 완전히 새롭고 자연스러운 벤츠의 디자인 언어에 S클래스라면 응당 그래야 하는 품위까지 심었다. 1억 2천9백90만원(S350 블루텍)부터 2억 2천2백만원(S클래스 L 에디션 1)까지 올라가는 S클래스의 가격대를 고려하건대, 마세라티 콰트로 포르테 혹은 벤틀리 플라잉스퍼까지 고려할 가능성도 있다. 이 두 대는, 또 다른 세계를 향한 약속일 것이다.

    에디터
    정우성
    포토그래퍼
    정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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