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브라질에 물었다 – 2

2014.06.24유지성

2014 브라질 월드컵이 시작됐다. 경기에선 잘 안 보이지만 여전히 궁금한 질문들을 작정하고 던졌다.

Sports판형

조세 무링요 감독은 월드컵 16강 진출 예상 국가에 아시아 국가를 하나도 포함시키지 않았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선 한국과 일본이 16강에 올랐다. 냉정하게 지금 한국과 일본 대표팀의 경기력엔 어떤 차이가 있나?
한국 축구를 아시아의 맹주라 수식하는 상투적인 문구가 아직도 빈번하게 쓰인다. 많은 이들은 여전히 한국 축구가 아시아 최고라 믿는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한국 축구는 지난 54년 동안 아시아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객관적 지표라 할 수 있는 아시안컵 우승 기록을 살펴보면, 한국은 홈에서 열린 1960년 대회 우승을 마지막으로 이 대회에서 한 번도 챔피언에 오른 적이 없다. 반면 일본은 최근 네 개 대회에서 무려 세 번이나 우승을 차지했다. 이쯤 되면 한국 축구를 아시아 최고라 칭하거나 “그래도 아직 일본보다는 우리가 앞서지”라고 말하는 것은 자기기만이나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한국 축구가 아시아 최고라는 말이 온통 거짓은 아니다. 적어도 월드컵 성적에 관한 한 한국 축구는 아시아의 독보적 강호니까. 8회 연속으로 본선 진출에 성공한 나라는 아시아가 아닌 다른 대륙에도 많지 않다. 정리하면, 아시아 최강은 줄곧 일본이었지만 월드컵에서만큼은 한국이 아시아 최고였다. 두 나 라는 공동 개최한 2002년 월드컵에서 나란히 16강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축구의 선진 시장 이라 할 수 있는 유럽 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를 가장 많이 배출한 아시아 국가도 한국과 일본이다. 지난 2010년 월드컵에선 다시 한 번 나란히 16강에 올랐다. 전통적으로 한국은 공격에서, 일본은 미드필드에서 상대적 우위를 보여 왔다. 이런 경향은 최근에도 마찬가지다. 현 상태론 일본이 한국보다 좀 앞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일본은 자케로니 감독 체제에서 현 아시아 최강의 입지를 굳혔다. 2014년에 치른 네 차 례 A매치에서는 4전 전승(12득점, 7실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에는 과감히 유럽으로 원정 을 떠나 네덜란드(2 대 2 무승부)와 벨기에(3 대 2 승리)를 상대로 뛰어난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반면 한국은 최근 튀니지와 가나전에서 연달아 졌다. 게다가 한국은 최근 수년간 경기력에 기복이 있었다. 대표팀의 상황도 불안정했다. 그에 반해 일본의 준비 과정은 탄탄했다.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이 유럽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았고, 대표팀에서도 외국인 감독의 지휘 아래 빠르게 조직력을 길러왔다. 하지만 월드컵 본선은 또 다른 무대다. 여러 가지 이유로 일본이 브라질 월드컵에서 좋은 경기력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하지만, 홍명보 감독은 그동안 올림픽을 비롯한 단기전을 준비하는 데 강점을 보여 왔다. 경험은 이제 둘 다 풍부하다. 우열을 논하긴 쉽지 않다. 서형욱(MBC 축구해설위원, <풋볼리스트> 대표)

월드컵 결승에서 만났을 때, 전력 및 상성상 가장 흥미로운 ‘매치업’을 꼽는다면? 홈에서 경기를 치르는 데다, 지난해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했을 정도로 최근 브라질 대표팀은 강하다. 그렇다면 브라질과 결승에서 만났을 때 가장 흥미로운 상대는 어느 팀일까? 일단 결승 진출 가능성을 따지자면 독일과 아르헨티나가 가장 높은 듯하다. 독일이 올라온다면 남미 대 유럽의 대결구도가, 아르헨티나가 올라 온다면 남미 축구의 맹주를 가리는 싸움이 될 것이다. 또한 브라질 대 아르헨티나 전에선 네이마르 대 메시의 대결을 볼 수 있다. 그 경기가 공격수 대 공격수라는, 실제로 부딪칠 일이 드문 두 선수의 개인 기량을 가늠하는 쪽에 가깝다면, 브라질 대 독일은 좀 더 유기적인 장면을 기대할 수 있다. 과연 네이마르가 메르테자커와 필립 람을 위시한 독일의 견고한 수비벽을 뚫어 낼 수 있을 것인지, ‘첼시 듀오’ 오스카와 윌리안을 비롯한 브라질의 중원과 슈바인슈타이거, 외질, 괴체를 중심으로 한 독일 미드필더진의 맞대결은 어떤 양상으로 흐를지…. 네이마르와 메시의 대결은 분명 확실한 흥행 카드지만, 다른 대회와 달리 월드컵 결승은 어떤 팀이 맞붙어도 웬만해선 실패할 일이 없는 게임이다. 그렇다면 자잘한 볼거리가 많고, 서로의 대칭점이 도드라지는 팀의 대결이 더 기다려진다. 브라질 대 독일처럼. 정우영(SBS 아나운서)

월드컵 이후 큰 폭의 몸값 상승이 기대되는 선수는 누구인가? 1998 프랑스 월드컵 우승, 2002 한일 월드컵 조별 예선 탈락, 2006 독일 월드컵 준우승, 2010 남아공 월드컵 조별 예선 탈락. 프랑스의 최근 월드컵 성적이다. 프랑스는 대체 어떤 기록을 낼지 알 수가 없는 팀이다. 공교롭게도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절대적인 강팀이 없는 E조에 포함됐다. 폴 포그바는 프랑스 대표팀의 젊은 중앙 미드필더다. 월드컵을 기점으로 세계 축구계의 전술에 어떤 변화가 올지 정확히 예측하긴 어렵지만, 현대 축구에서 다재다능한 중앙 미드필더의 가치는 어마어마하다. 포그바는 그중에서도 ‘박스 투 박스’형 미드필더로 일컬어지는 야야 투레처럼 그라운드의 모든 부분에 관여할 수 있는 기술과 체력이 있다. 188센티미터, 80킬로그램으로 체격조건이 뛰어나 좀 더 수비적인 역할을 맡는 데도 문제가 없다. 더군다나 프랑스는 이번 월드컵에서 에이스인 리베리 없이 경기를 치러야 한다. 그의 부상이 없었다면 리베리와 벤제마가 이끌 공격진이 주목받았겠지만, 지금 프랑스는 미드필더 싸움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포그바와 함께 뛸 카바예와 마투이디는 이미 PSG에서 함께 뛰는 동료다. 서로를 잘 안다. 결국 이것저것 다 잘하는 포그바가 대표팀 중원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지에 자연스레 관심이 모인다. 그가 지금 뛰고 있는 유벤투스는 결코 약한 팀이 아니다. 세리에 A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세계에서 돈을 제일 잘 쓰는 레알 마드리드, PSG, 맨체스터 시티에서 이미 폴 포그바에 대해 공개적으로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자연히 몸값이 뛴다. 더군다나 유벤투스는 선수를 팔아 팀 재정을 유지하는 이른바 ‘셀링 클럽’이 아니다. 그런 팀에서 선수를 빼오기 위해 선 더 높은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벌써부터 폴 포그바의 이적료는 최소 4천만 유로(약 5백53억원)란 평가를 받는다.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르면 얼마까지 뛸지 종잡을 수도 없다. 레알 마드리드는 지난해 가레스 베일을 1억 유로(약 1천4백억원)에 영입했다. 과한 금액이라며 비판을 받았지만, 그는 결국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결승골을 넣으며 돈값을 확실히 했다. 폴 포그바는 이제 겨우 스물두 살이다. 실제로 CIES 유럽축구연구소는 월드컵을 앞두고 포그바의 몸값을 가레스 베일, 에딘손 카바니보다 높게 평가했다. PSG는 카바니를 영입할 때 이적료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6천3백만 유로(약 8백30억원) 정도를 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CIES의 추정 몸값 순위에서 20위 내에 든 세리에A 소속 선수는 폴 포그바가 유일하다. 달리 말하면 그도 곧 다른 리그로 떠날 가능성이 높다. 유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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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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