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90년대생 100명과의 인터뷰 – 4

2015.01.09장우철

취향, 세대, 아이콘, 대중문화, 힙스터, 서울, 유행, 정치, 돈, 주거… 2015년을 맞는 90년대생 20대 100명에게 물었다.

김정은
사진학과 학생. 내년부터는 다른 공부를 하려고 한다. 요즘 좋아하는 것들 화가 노은, 린 램지의 <쥐잡이꾼>, 사진가 폴 나이트, 화요일. 진짜 진짜 믿는 것은? 운運. 결과의 정수다. 지금 자신을 표현하는 말 무제無題. 주제랑 소재, 장르도 있는데 제목을 뭐로 해야 할지 모르겠다. 좋아라 즐기는 가장 오래된 한국 대중문화 신중현과 엽전들 ‘빗속의 여인’ (1964).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 여성복의 프리 사이즈, 젊은이들의 “나는 정치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서” 라는 말, 전시를 보러 온 건지 인증샷을 찍으러 온 건지. 누가 섹시한가? 자비에 돌란. 동세대를 상징하는 인물을 뽑는다면? 구혜선. 자고로 만능 엔터테이너의 시대. 그런데 세대란 과연 뭘까? 우리는 스스로 주체의 자리를 넘기고 ‘아프니까 청춘이다’로 대표되는 기득권 세대의 소비체로 전락했다. 취준생? 소셜 네트워커? 우리 세대를 정의하는 괜찮은 단어 하나가 없다. 다음 대통령으로 뽑고 싶은 인물은? 김어준?ㅋㅋ. (당신의 뜻과 같든 다르든) 대통령이 될 것 같은 인물은? 박근혜?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생각한다. 지속적으로 지켜보는 사회적 사안은? 세월호. 벌써 지겨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약자가 약자를 혐오하는 사회가 되어선 안 된다. 이 사진을 찍던 날의 기억 내가 먼저 제안한 촬영이었다. 스물한 살 내 모습을 가장 아름답게 찍어줄 사람이기에 믿음이 갔다. 과대평가된 것은? 프랑스 문화. 과소평가된 것은? 중2병으로 묶이는 청소년들. 2015년 1월 1일 오후 1시 침대 위.

박윤서 
대기업 계약직. 장그래와 같은 처지. 요즘 좋아하는 것들 우리 집 고양이 달이, 비스트 ‘12시 30분’, 변함 없는 내 사랑 동방신기. 진짜 진짜 믿는 것은? 걱정할 시간이 아깝다는 사실. 지금 나를 가장 잘 표현하는 말 그래 그래 장그래. 좋아라 즐기는 가장 오래된 한국 대중문화 출퇴근길에 듣는 동방신기 전곡.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 길고양이한테 밥주는 걸 반대하는 사람.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세 가지 2호선(이왕이면 텅텅 비어 있는), 서울이 아니어도 좋은 내 사랑 맥도날드, 퇴근하고 나왔는데도 해가 지지 않은 회사 앞 풍경. 서울에서 가장 끔찍한 세 가지 바글바글한 지하철 술 냄새, 앞에 걸어가면서 뱉는 담배 냄새, 땅값마다 차이나는 옷값. 누가 섹시한가?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주인공 하울. 2015년을 보낼 최적의 주거 환경 우리나라 소식이 들리지 않는 멀고 따뜻한 나라.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은? 핸드폰. 서른 살? 멀었다고 생각하는데, 곧이겠지. 꼭 배워서 익히고픈 우리 집 음식 여러 가지 과일에 재어놨다 만드는 갈비찜. 지금 당신의 꿈 멋진 내 사진 앞에 서 있는 평범한 나. 2015년을 기다리는 혹은 기다리지 않는 이유 기다리지 않아. 2015년과 함께 반오십도 오니까. 2015년 1월 1일 오후 1시 여행 준비. 올겨울 처음 스키장에 가는 날이 될 것 같은 기분!

문영일 
원래는 대학생, 지금은 군인. 요즘 좋아하는 것 입에 넣으면 상큼한 거. 진짜 진짜 믿는 것은? 제가 진짜 진짜 믿는 건요, 시간이에요. 지금 자신을 표현하는 말 물음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 한낱 여론몰이에 휘둘리는 사람들. 누가 섹시한가? 모르는 어떤 여자. 2015년을 보낼 최적의 주거 환경 연천이겠지만, 내 맘대로 상상은 일본. 서른 살? 선명한 그림자를 가진 나. 당장 무엇이든 살 수 있다면? 엄마를 위한 큰 부엌이 있는 집.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는 사회적 사안은? 인종차별, 그리고 계속해서 저항하는 것. 과소평가된 것은? 우리나라 소방관. 꼭 배워서 익히고픈 우리 집 음식 김치칼국수. 멸치 육수에 면, 대파, 신김치 넣고, 그리고 엄마손으로 마무리. 지금 당신의 꿈 우리 아버지 같은 아버지. 2015년을 기다리는 혹은 기다리지 않는 이유 달라질 나를 기다려본다. 2015년 1월 1일 오후 1시 눈 쓸고 있겠지.

 

전미애 
미국 미시간주립대 학생. 요즘 좋아하는 것 장미, 첼로, 파랑색. 지금 자신을 표현하는 말 괜찮아 잘 될거야. 진짜 진짜 믿는 것은? 운명.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 나팔바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별로다.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 여름의 청계천, 지하철, 센트럴시티 터미널. 2015년을 보낼 최적의 주거 환경 호주. 누가 섹시한가? 다니엘 헤니.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은? 냉장고. 서른 살? 시집가야 할 나이. 누구의 팬인가? 아빠 팬. 당장 무엇이든 살 수 있다면? UFO. 동세대를 상징하는 인물을 뽑는다면? 박근혜. 다음 대통령으로 뽑고 싶은 인물은? 노무현 전 대통령. (당신의 뜻과 같든 다르든) 대통령이 될 것 같은 인물은? 문재인. 지속적으로 지켜보는 사회적 사안은? 친일파 청산. 과대평가된 것은? 디지털 세상. 과소평가된 것은? NASA. 꼭 배워서 익히고픈 우리 집 음식 만두. 만두피부터 속까지 다 손으로 만든 만두. 지금 당신의 꿈 광고마케팅 이사. 2015년 1월 1일 오후 1시 항상 1월 1일에는 할머니댁에 간다.

윤진영 
입시 미술학원 전임 1년 차. 강사로는 5년 차. 요즘 좋아하는 것 어떤 건물이나 공간이 갖고 있는 특이한 점을 찾아내는걸 좋아한다. 전혀 자연스럽지 않은 곳에 달려 있는 문이라든지, 어중간한 위치에 튀어나온 기둥이나 벽으로 인해 생긴 잔여 공간의 모양이라든지 일반적으로 정형화되고 규격화된 틀에서 살짝 벗어난 포인트 같은 것들. 진짜 진짜 믿는 것은?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 좋아라 즐기는 가장 오래된 한국 대중문화 김광진의 ‘편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 대세에 속하기 위해 하는 행동들. 서울에서 가장 끔찍한 것 주말 홍대입구역 9번 출구. 누가 섹시한가? ‘Partition’ 뮤직비디오 속 비욘세. 2015년을 보낼 최적의 주거 환경 시골에 살고 싶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은? 네트워크 환경. 서른 살? 빨리 상자를 열어보고 싶다. 당장 무엇이든 살 수 있다면? 건강한 몸. 뭐든 살 수 있다면 돈으로 살 수 없는 걸 사야 하지 않을까. 지속적으로 지켜보는 사회적 사안은? 도덕적 문제로 일어나는, 사람이 사람에게 해하는 모든 범죄들. 만약 내가 애를 낳는다면 도덕책을 통째로 외우게 할 거다. 이 사진을 찍던 날의 기억 찍는 친구도 나도, 둘 다 머릿속에 “촬영!”만 외쳤을 정도로 집중한 시간이었다. 2015년 1월 1일 오후 1시 미대 입시는 2월에야 끝난다. 1월 1일은 별로 감흥이 없다 ㅎ.

서예슬
한양대학교 커뮤니케이션디자인 1학년을 마무리하고 있다. 요즘 가장 좋아하는 것 요즘 캐럴이 참 좋다. 진짜 진짜 믿는 것은? 하나님. 지금 자신을 표현하는 말 야심성유휘. 밤이 깊으면 별은 더욱 빛난다. 좋아라 즐기는 가장 오래된 한국 대중문화 한영애의 노래를 생각날 때마다 듣는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 갑의 횡포. 누가 섹시한가? 인스타그램 속 자아도취한 누군가. 서른살? 시대의 여성상. 지금 서울에서 힙스터란? 서울의 빠른 흐름에 따르지 않고, 느리게 걷는 사람들. 당장 무엇이든 살 수 있다면? 새하얀 신발이 갖고 싶다. 스스로에게 선물하려고 했는데 아직 못 했다. 이 사진을 찍던 날의 기억 하늘을 보고 눕는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었다. 야외 촬영 중에 바닥에 눕는 컷이 있었는데, 누워보니 옆에 개미가 지나가고, 풀들이 내 살을 스쳤다. 살짝 신경이 쓰였지만, 이내 다시 하늘을 바라보니 두 눈에 담기는 어려운 크고 넓은 모습이 있었다. 내 위에 항상 있는 것이었지만, 하루에 얼마나 고개를 뒤로 젖히고 하늘을 볼까? 싶었다. 사방이 뚫려 있는 곳에서 편하게 누워 있었던 기억이 좋았는지, 생활을 하다가도 떠오른다. 멋지다고 생각하는 브랜드 자크 뮈스를 떠올렸다. 자유롭고 평범한 것도 센스로 특별하게 나타내는 그가 멋지다고 생각되었다. 어떤 형식에 박혀 있지 않은 브랜드라고 생각한다. 과대평가된 것은? 프랜차이즈. 꼭 배워서 익히고픈 우리 집 음식 카레 떡볶이. 엄마표 카레 떡볶이는 다른 음식보다는 단순하지만 많은 스토리가 담겨 있어서 애착이 간다. 지금 당신의 꿈 영향력 있는 사람,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사람. 2015년을 기다리는 혹은 기다리지 않는 이유 새로운 시작에는 항상 기대와 더불어 실망도 온다. 하지만 더 괜찮은 2015년이 될 것이라고 믿으며 기다린다.

 

 

*90년대생 100명의 대답은 특유의 말과 멋을 살리기 위해 최대한 유연하게 교정을 봤습니다.

    에디터
    장우철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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