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G식 백과’에서 꼽은 베스트 댓글

2019.02.11GQ

영상이 올라오면 댓글창이 달아오른다. ‘게임 잡지식 채널’을 표방하는 ‘G식 백과’에서 뽑은 가장 인상적인 댓글 10개.

“옛날 : 문상을 사러 간다 > 사러 가면서 고민한다 > 도착해서도 돈을 보면서 고민한다 > 차라리 치킨 살까? > 산다 or 그만둔다. 요즘 : 오, 이거 뭐지 살까? > 클릭 or 검지 슥슥 > 결제가 완료되었습니다.”
↳ 모바일 게임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 중 하나가 ‘가챠’라고 하는 ‘확률형 아이템’이에요. 어떤 물건이 나올지 모르는 박스를 돈을 지불하고 여는 식이죠. 게임을 하는 사람의 선택에 달린 거지만, 중독되면 도박에 빠져드는 과정과 비슷해요. 장삿속이 너무 심한 것 아니냐며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도 많아요. 게다가 요즘엔 결제 과정도 간편해져서 유저 입장에선 더욱 흔들리기 쉽다는 걸 표현했더라고요.

“이브 온라인은 전설이 하나 이미 있음. 최대 전략 요충지인 행성 차지하려고 대규모 연합끼리 몇 달 동안 전쟁했다는….”
북한 및 제3세계의 게임을 다룬 영상에 달린 댓글이에요. ‘발할라’가 벨라루스, ‘아크 서바이벌 이볼브드’가 이집트 게임이라는 걸 알고 많이 놀라더라고요. 영상에서 ‘이브 온라인’이 아이슬란드 회사의 게임이라는 말도 했는데, 엉뚱하게도 해당 게임에서 있었던 유명한 사건을 기억하는 사람이 꽤 많았어요. 게임 내에서의 전쟁 때문에 현실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뛰어들었고, 돈이 얼마나 투입됐고, 전쟁이 왜 났는지에 대한 댓글이 계속 이어지더라고요.

“즐거웠다 블리자드…. 이제 내 인생에서 놓아줄까 합니다.”
 ‘G식 채널’의 이용자 연령이 생각보다 높아요. 대부분이 ‘워크래프트’와 ‘스타크래프트’를 경험한 세대죠. 블리자드에서 만든 게임을 즐겨 한 사람들은 ‘연대 의식’ 같은 감정이 있는 것 같아요. CD 하나만 사면 돈을 추가로 들이지 않고 ‘배틀넷’을 즐길 수 있었고, 게임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이 개발한다는 인식 때문에 팬도 많았어요. 그런데 블리자드가 중국의 게임사 넷이즈가 만든 ‘디아블로 이모탈’로 모바일 게임 시장에 뛰어드니까 섭섭한 것 같아요. 팬들은 대부분 걸작 PC 게임을 만들던 블리자드를 기억하거든요.

“인싸들이 이제 아싸 어휘도 뺏어간다.”
게임 용어가 현실에서도 쓰이게 된 예가 몇 개 있어요.
 ‘신박하다’라는 말도 게임에서 나왔어요. ‘쌈박하다’가 변형된 말일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던데, 사실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성기사’라는 캐릭터 때문에 생긴 말이거든요. 온라인에서 게이머들 사이에 쓰던 말이 일상생활에서도 흔히 사용하는 말이 되었다는 댓글에서 유저로서의 자부심이 은근히 느껴졌어요. ‘아싸’라고 빗댄 것도 귀여웠고요.

“사라고 강요했나? 사지 않으면 안 되는 필수품인가? 어디에 쓰이는 건지 모르는 건가? 사회에 부정적인 제품인가?”
고전 게임 마니아들이 80년대 게임기인 ‘재믹스 미니’ 복각판을 만들어 5백 대만 한정 출시했어요. 그런데 말이 많았어요. 가격이 28만5천원이었거든요. 옛날 게임기가 너무 비싸다는 거죠. 개발자와 제작 과정을 취재해서 영상을 만들었어요. 결론은 제작 단가 때문에 가격이 비싸졌다는 거였는데, 제작 원가를 떠나서 개인의 기호에 따라 살 수 있는 물건이라는 걸 말하려는 것 같아 와 닿았어요.

“게임은 밸런스 패치나 신규 캐릭터 패치 등이 매우 짧은 간격으로 이루어진다. 대회 시즌에 맞춰 자국에 유리한 밸런스로 패치를 해버릴 위험이 있다.”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이 끝나고 시범 종목이었던 e스포츠의 앞날에 대해 다룬 콘텐츠가 있어요. 전통적인 체육과 다르다는 인식, 폭력성에 대한 우려를 이야기했죠. 거의 다 해결된 문제지만요. 지금 당면한 이슈로는 스포츠와 달리 게임이 사기업에 속해서 생길 수 있는 문제를 들었어요. 그런데 e스포츠를 사회적 환경에서 벗어나 ‘프로그램’ 안에서 벌이는 경쟁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본 댓글이 있더라고요.

“욕을 많이 먹고는 있지만, 업계에서 처음 시도한 창의적인 발상이 많이 나온 회사이기도 하죠.”
코나미가 게임을 개발하고 난 후 아주 세세한 요소까지 특허를 얻어놓는 전략을 다룬 영상이 있어요. 너무 심하게 특허권을 취득해 다른 게임이 발전할 기회를 원천 봉쇄한다며 게이머들 사이에서 인식이 썩 좋지 않아요. ‘특허 지뢰’를 깐다며 비판적인 댓글이 대부분이었지만, 이 댓글도 분명 일리 있는 말을 하고 있어요. ‘비트매니아’로 리듬 액션 게임의 시대를 열었고, ‘메탈 기어 솔리드’로 잠입 액션 게임이라는 장르를 개척한 것도 코나미거든요.

“중국발 콘솔 게임이 뜨겠네요.”
중국이 해외 온라인 게임을 규제하고 있어요. 가장 큰 시장이기 때문에 전 세계 게임 산업이 당황했고, 대비책을 세우고 있죠. 국내 게임 산업과도 직결될 수 있는 문제라서 중국이 규제하려고 하는 내막을 영상으로 만들었어요. 중국에 대한 비판이 주로 달리고, 차라리 잘됐다는 의견도 있었고. 그런데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는 댓글이 눈에 띄었어요. 온라인 게임을 막으면 개인용 게임기를 TV에 연결해 즐기는 콘솔 게임이 성장할 거라는 건 생각 못 한 관점이거든요. 이런 의견에는 추가로 답글을 달지 않을 수가 없어요.

“눈타녀는 인정.”
연예인이 모델로 나오는 게임이 어떤 게 있는지, 어떤 에피소드가 있는지 다뤘어요. ‘검은 사막’ 이야기가 빠지지 않더라고요. 눈타녀는 모델의 눈이 불꽃으로 활활 타오른다는 뜻이에요. 다들 광고 속에서 예쁘고 멋있게만 나오는데, 기존 광고와 달리 재미있는 콘셉트여서 신선했나 봐요. 당시 연예인이 광고 모델로 등장하는 걸 게임 마니아들은 그다지 호의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였는데도요.

“임요환보다 뛰어난 게이머는 얼마든지 나올 수 있지만, 임요환 같은 게이머는 두 번 다시 나올 수 없다.”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였던 임요환과 ‘리그 오브 레전드’의 페이커 이야기가 나오면 댓글창이 항상 떠들썩해요. ‘임요환 vs 페이커’ 편에선 게이머로서의 능력보단 e스포츠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에 무게를 뒀어요. 임요환은 게이머뿐만 아니라 개척자로서도 중요한 사람이었어요. 공군에 프로 게이머 팀이 생긴 것도 임요환 덕이었고, 스포츠로 인정받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데 이견이 거의 없더라고요.

    에디터
    이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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