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 어폰 어 타임> 논란 앞의 쿠엔틴 타란티노 vs. 이소룡 | 지큐 코리아 (GQ Korea)

<원스 어폰 어 타임> 논란 앞의 쿠엔틴 타란티노 vs. 이소룡

2019-08-28T19:23:53+00:00 |movie|

국내 개봉을 앞둔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가 동양인 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왜 싸우고 있는지 들어봤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신작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1969년을 배경으로, 한물 간 액션 스타 릭 달튼(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과 그의 대역 배우인 클리프 부스(브래드 피트 분)이 할리우드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칸 영화제에서 <기생충>과 함께 황금종려상을 두고 경쟁할만큼 영화 관계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는 가운데 영화의 등장 인물인 이소룡에 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영화 속 결투 장면에서 이소룡이 허풍을 떨다 클리프 부스에게 당하고 마는 건방진 캐릭터로 묘사되었고, 이는 전설적인 아시아계 배우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이에 이소룡의 딸은 언론을 통해 쿠엔틴 타란티노에게 항의해고, 쿠엔틴 타란티노도 오랜 침묵 끝에 해명을 내놨지만 논란의 불씨는 쉽게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소룡을 둘러싼 이들의 입장 차이를 정리했다.

이소룡의 딸, 섀넌 리의 입장
“조롱할 필요는 없지 않나”

섀넌 리가 처음으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에게 불만을 털어놓은 것은 지난 6월이다. <데드라인>과의 인터뷰를 통해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을 만드는 동안 이소룡의 유족과 허락을 받거나 상의하지 않았다고 밝힌 것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또 다른 실존 인물인 샤론 테이트(마고 로비 분)에 대해서 샤론 테이트의 동생에게 사전에 허락을 받은 것과는 차이가 있었다. <더 랩>과의 인터뷰에서 “영화 속 브래드 피트가 맡은 캐릭터가 이소룡을 거뜬히 상대할 수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은 것은 이해하지만, 이소룡이 살아있을 때 인종 차별이 만연했던 할리우드가 그에게 배척했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조롱할 필요는 없었다”고 말하며, “극장에 앉아 영화를 보는데 사람들이 아버지를 보고 깔깔거리고 웃는 것을 보기 힘들었다. 아버지는 항상 도전을 받았지만, 언제나 싸움을 피하려고 했다. 영화에서 아버지가 브래드 피트에게 싸움을 거는 모습은 모든 게 과장됐다. 이 영화의 많은 캐릭터들이 어느 정도 희화화된 것을 알지만 데이미언 루이스가 연기하는 스티브 매퀸을 그렇게 우습게 그리지는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쿠엔틴 타란티노의 답변을 듣고 나서도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를 통해 불쾌함을 다시 한번 표시했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입을 다물고 있거나, 사과를 할 수도 있었다. 타란티노가 쿵푸의 팬인지조차 의심스럽다. 인간 이소룡에 대해 정말 알고 있는지, 인간 이소룡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관심이 있는지, 인간 이소룡에 대한 존경심이 있는지 정말 모르겠다. 영화를 위해 시나리오를 썼지만 영화 속 모습과 실제는 다르다고 언급할 수도 있었을텐데.”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의 입장
“이소룡은 실제로 거만한 사람이었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섀논 리의 인터뷰를 접하고 한참 침묵한 후에야 러시아 언론 시사회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이소룡은 실제로 거만한 사람이었다. 영화 속 이소룡의 모습은 많은 부분 내가 만들어 낸 게 아니다. 그의 아내가 쓴 자서전에 ‘이소룡은 무하마드 알리를 때려주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는 내용이 적혀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클리프 부스와 이소룡이 싸우는 장면에 대해서 이런 말을 덧붙였다. “클리프가 이소룡을 이길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은 만약 이소룡과 드라큘라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라고 묻는 것과 같다. 클리프는 허구의 인물이기 때문이다. 클리프라는 인물 설정은 한 때 군인이었고 2차 세계 대전에서 사람들을 죽인 경험이 있다. 만약 클리프가 뉴욕의 경기장에서 열리는 무술 대회에서 이소룡과 싸우고 있다면 이소룡이 이기겠지만, 필리핀 정글에서 대결을 벌인다면 클리프가 그를 죽일 것이다.”

이소룡 역의 배우, 마이크 모의 입장
“타란티노는 이소룡을 좋아하고 존경한다.”

이 영화에서 이소룡 역을 연기한 마이크 모는 곤란한 입장에 처했다. 그는 온라인 영화 매체 <벌스. 무비. 데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중립적인 입장을 밝혔다. “원래 대본이 정확히 무엇이었는지 밝힐 순 없지만, 처음 읽었을 때 갈등을 겪었다. 내 마음 속의 브루스는 말 그대로 신, 사람이 아니라 슈퍼히어로였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쿠엔틴 타란티노를 두둔하기도 했다. “타란티노는 이소룡을 좋아하고 존경한다. 영화 속에서 이소룡이 점프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영화 속에선 삼세판 중 두 번의 싸움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밝히고 싶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이소룡이 차에 부딪혀 맥을 못 출거라 생각하겠지만, 5초만 더 주면 이소룡이 이겼을 것이다.” 영화 속에선 첫번째 판에서 이소룡이 클리프를 즉시 쓰러뜨렸고, 다음 판에선 클리프가 이소룡을 차에 던져버린 후 장면이 끝난다.

이소룡의 제자, 댄 이노산토의 입장
“이소룡은 모든 아시아계 미국인과 액션 스타를 위한 길을 열었다.”

댄 이노산토는 이소룡의 제자이자 무술인으로, 이소룡과 함께 1960년대 다수의 TV 쇼와 영화에 함께 출연했던 절친한 사이다. 그는 <버라이어티>와 인터뷰에서 타란티노의 영화 속 이소룡 묘사가 사실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특히 영화 속 이소룡이 전설의 권투 선수, 무하마드 알리를 불구로 만들 수 있다고 허풍을 떨며 영화 세트장에서 자신의 격투 실력을 자화자찬하는 장면을 비판했다. “스승님은 생전 무하마드 알리를 존경했다. 사실 무술보다 권투에 더 빠져있었다. 종종 무술을 배우는 학생들에게 알리의 움직임을 모방하라고 가르치기도 했다. 아직 영화를 보진 못했지만 영화 현장에서 함께 일했던 모습을 떠올려보면 그는 으스대지 않았고 과시한 적이 없다. 당시 아시아인으로서 할리우드에 발을 딛는 게 무척 어려웠지만 그는 모든 아시아계 미국인과 액션 스타를 위한 길을 열었다.”

이소룡의 친구, 카림 압둘 자바의 입장
“영화 속 이소룡이 등장하는 장면에 실망했다.”

NBA에서 활약한 농구 선수이자, 이소룡의 유작인 영화 <사망유희>에서 그와 대결을 벌였던 카림 압둘 자바도 할리우드 리포터와 인터뷰를 통해 이소룡에 대해 입을 열었다. “내가 이소룡을 처음 만난 것은 UCLA 재학중이었다. 이소룡에게 마샬아츠와 자제력을 배우며 그와 선생과 제자에서 친구 사이로 발전했다. 덕분에 NBA에서 20년동안 큰 부상없이 선수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영화에 대해선 강하게 비판했다. “타란티노에겐 예술가로서 원하는 대로 이소룡을 묘사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그렇게 엉성하고 인종차별적인 방식으로 그를 묘사한 것은 예술가로서도 인간으로서도 실패한 것이다. 영화 속 이소룡이 등장하는 장면에 실망했다. 이소룡은 아시아인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헌신했는데, 영화에서 묘사하는 거만하고 건방진 중국인이 이소룡이 해체하려고 노력했던 바로 그 고정 관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