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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1 해체 후, 각 소속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

2020.01.09GQ

“빠른 시일 내”라는 말을 공통적으로 남기며 밝힌 소속사들의 향후 계획.

2020년 1월 6일, 보이그룹 X1은 해체 소식을 알렸다. Mnet <프로듀스 X 101>의 마지막 방송일인 2019년 7월 19일 이후로 172일, 즉 만 5개월 18일째에 벌어진 일이면서, 지난 2019년 12월 30일에 CJ ENM의 허민회 대표가 “멤버들이 겪는 심적 고통와 부담감, 그리고 이들의 활동 재개를 지지하는 팬들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빠른 시일 내에 활동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협의하겠다”고 밝힌 지 일주일 만에 나온 정식 보도였다.

X1의 해체와 겹쳐지다시피 한 기자회견 시기에 관한 CJ ENM 측의 입장은 불가피하게 미뤄졌다는 쪽에 가깝다. CJ ENM 관계자는 “원래는 좀 더 빨리 열려고 했다”며 “수사 결과가 나오면 기자회견을 열려고 했으나, 수사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기자회견이 늦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활동 재개”를 언급한 기자회견 이후 X1의 미래를 협의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소속사들이 협의할 때 회의에 같이 참석하기는 했지만, 권유를 하기는 어려운 입장이었다”고 밝혔다. X1이든, 아이즈원이든 간에 “소속사들의 결정을 존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 피해를 입은 연습생들에게 보상을 약속하기까지 한 CJ ENM의 상황인 것이다.

‘활동 재개’라는 말에 기대를 걸었던 팬들에게는 당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팬들의 당혹감과 별개로, 11명의 소속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매우 분주해졌다. 남도현과 이한결이 소속된 MBK 엔터테인먼트는 해체 발표 이후에 가장 먼저 두 멤버의 영상 메시지를 자사 연습생들을 홍보하는 SNS에 게재했다. 이에 대해 유명 보이그룹 관계자 A씨는 “제일 먼저 빠르게 취한 조치라 영리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팬들 입장에서는 해체 발표와 거의 동시에 이런 콘텐츠를 찍어 올린 거라 오히려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어서 잘 생각했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8일에는 또다른 X1의 멤버였던 조승연이 자신의 SNS에 장문의 편지를 올리기도 했다. 팬들에 대한 멤버들의 마음을 전달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프로듀스> 시리즈에서 탈락자가 나온 이후와 워너원의 해체 이후에 그러했듯, X1 또한 해체와 동시에 각 소속사에서 11명의 멤버들을 활용해 새롭게 마케팅 전쟁을 시작한 것에 가깝다.

그러나 많은 아이돌 관계자들이 이들의 분주함에 대해 “갑작스럽게 시작된 일은 아니”라고 말한다. 보이그룹 관계자 B씨는 “이미 해체될 것을 염두에 두고 연습생들을 정비하고, 앨범 기획을 시작한 소속사들도 있었다”며 “아마 머지않아 솔로로든 그룹으로든 남성 아이돌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소속사가 실질적으로 해체 이후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뜻이다. 이중에는 “X1에 있던 멤버가 돌아오면서 여러 가지를 조정하게 됐다”며 자사의 새 그룹 론칭 일정을 다소 조정한 소속사도 있다. 중요한 것은 모두가 “매일 회의를 하면서 최대한 빨리 내보자는 분위기”를 따라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B씨는 “빠르게 X1 출신 멤버들을 새 팀 혹은 기존의 팀에 합류시켜서 내놓는 팀이 워너원 해체 직후처럼 많은 이득을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은 이미 X1의 활동에 제약이 걸렸을 때부터 예견돼 있던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CJ ENM의 기자회견, 그리고 해체 발표에 이르는 약 일주일간의 시간은 결과적으로 해체를 유예한 시간이 됐다. 동시에 이번 X1의 해체와 함께 팬들은 한 가지 진실을 직면했다. 팬덤은 결코 아이돌 멤버들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국민 프로듀서’가 될 수 없다. 투표 결과는 방송국에 의해 공정하지 않은 방식으로 조작됐고, 소속사들은 팬들이 보지 못하는 곳에서 모든 결정을 내린 뒤에 X1의 해체 사실을 알려왔다. 이제 팬들에게는 다시 기다릴 일만 남았고, 당연히 “빠른 시일 내에”라는 말 외에 구체적인 기약은 없다. 잠시나마 ‘국민 프로듀서’의 권력을 얻었다고 자부했던 이들이기에, 현실을 직시한 허탈함은 더 크다.

    에디터
    글 / 박희아(대중문화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