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하는 걷는다. 끝까지.

GQ 종영한 <태풍상사>와 공개 예정인 <꿀알바> 사이 휴식 시간 동안 SNS로나마 관찰한 요즘 김민하라는 인물의 집중 대상은 ‘내 공간 꾸미기’ 같았어요.
MH 맞아요. 제가 32년 만에 처음으로 독립을 했어요. 사실 저는 인테리어에 아예 관심이 없었거든요. “나는 그냥 매트리스만 있으면 살 수 있을 것 같아” 그랬는데 막상 나의 공간이 생기니까 조금씩 관심이 가더라고요.
GQ 침대가 제법 컬러풀했던 기억이 나요.
MH 공주. 코지. 요정집.(웃음) 그래서 같이 집 꾸며준 친언니랑 인테리어 도와주시는 언니랑 저, 이렇게 셋이 있는 단톡방 이름도 ‘요정집’이에요.
GQ 집을 짓거나 꾸밀 때 많은 질문이 오가죠. 이 사람은 무엇이 편한지, 어떤 라이프스타일인지 찾기 위해. 답하기에 오랜 시간이 필요한 질문이 있던가요?
MH 처음에 언니도 그걸 굉장히 많이 물어봤어요. “어떤 느낌을 원해?” 그것부터 막히는 거예요. 어떤 느낌이라고 말해야 하지? 그러면 방 사진들을 좀 찾아보라고 해서 그걸 조합해보니 저는 코지한 분위기를 좋아하더라고요. 세련되고 샤프한 느낌보다는 따뜻하고 간결한 걸 좋아해요. 그래서 지금 방은 색이 많긴 하지만 채도는 낮아서 피로도는 덜해요. 엄청 따뜻하고 푹신푹신하게 느껴지는 방이에요. 그런 느낌을 만들려고 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얘기하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왜냐하면 저는 대본을 읽거나 그럴 때는 좀 ‘텐스’가 되어 있는 사람이다 보니까, 긴장도가 높아서, 제가 그렇게 편안하고 아늑한 걸 좋아하는 타입인 줄 몰랐어요. 알고 보니 오히려 긴장도가 몸에 좀 많은 스타일이라 집은 그렇게 편안한 걸 좋아하는구나 싶었어요.
GQ 원하는 만큼 완성됐어요?
MH 아휴, 아직 멀었어요. 맨날 소포 뜯고 박스 버리고. 끝이 안 날 것 같아요. 그런데 재밌어요. 내게 필요한 걸 하나하나씩 찾고 채워가니까.
GQ 쉬는 동안 쌓아놓고 읽겠다던 책의 독서 현황은 어때요?
MH 아! 그래서 드디어 서재가 생겼어요. 제 꿈이었거든요. 서재를 갖는 게. 예전에는 읽고 놓을 데가 없으니까 그냥 막 내팽개쳐 둬서 읽던 책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정리가 안 된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내가 읽은 책들, 읽을 책들, 이렇게 딱 구분했어요. 책을 정리하면서 기억도 더듬더듬 정리하는 느낌이에요. 옛날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기도 하고 그랬어요.

GQ 일단 김민하 서재의 대분류법은 읽은 책과 읽을 책, 크게 두 가지군요.
MH 네, 맞아요. 구분해서 보니까 훨씬 정리되고 내 히스토리를 보는 느낌이에요.
GQ 그중에서 한 권씩 골라본다면요? 읽은 책 중 하나, 읽고 싶어서 산 책 중 하나.
MH 최근에 최진영 작가님 책 <내 주머니는 맑고 강풍>을 읽었어요. 너무 좋아하는 작가님인데 이 책은 작가님의 일기장 같은 느낌이에요. 그런데 저랑 너어무 성향이 비슷한 거예요. 왜냐하면, 정확히 어떤 말이었지, 잠시만요, 찾아볼게요.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을 거고 나도 보지 않을 글을 필사적으로 쓴다.” 저도 일기를 고해성사하는 느낌으로 맨날 쓰는 편이거든요. 뭐 대단하거나 내가 생각을 정리하는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뭔가 토해낸다는 마음으로 써요. 그래서 일기장이 비밀 1호고 절대 아무에게도 보여줄 수 없어요. 저도 웬만해서는 보지 않아요. 그런데 작가님은, 제가 느끼기에 작가님도 감정의 폭이 엄청 넓은데, “나는 지금 기쁘고, 나는 지금 힘들고 우울하다” 이런 이야기를 솔직하게 하시는 게 너무 멋있었어요. 저는 진짜, 진짜 못 할 행동이에요.
GQ 그래요?
MH 네. 저는 저의 일기장을 누군가에게 절대 못 보여줄 것 같거든요.
GQ 나의 감정의 끝과 끝을.
MH 네! 나의 이 땅바닥을. 흐흐흥흥. 그런데 진영 작가님 에세이 보고 비슷한 부분이 많은 듯 느껴져서 위로를 얻었고, 너무너무 재밌고 감명 깊게 읽었어요. 그리고 앞으로 읽을 책은 신경숙 작가님의 <기차는 7시에 떠나네>.
GQ 나온 지 꽤 된 책일 텐데요.
MH 1990년대에 나온 책이에요. 저는 그때 신경숙 작가님의 작품들을 진짜 좋아하는데 이건 아직 안 읽기도 했고, 그리고 제목이 너무 궁금하잖아요.
GQ 7시에 떠나는 기차를 탔을까, 안 탔을까?
MH 그러니까요. 왜 7시일까? 어느 계절일까?
GQ 바깥에서 보기에 김민하라는 사람은 솔직하다 싶을 때가 꽤 있었는데 스스로 느끼기에는 그렇지 않은가 봐요.
MH 어···, 마음에 없는 말을 하거나 그러지는 못하지만, 솔직한 편이고 투명한 편이지만, 제가 아는 저의 진짜 깊은 곳에 있는 내면들, 내가 너무 싫어하는 나의 모습은 그래도 감추려 하고 숨기려 하고 고치려고도 해요. 그래서 그런 모습들을 보여주는 분들이 너무 멋있어요. 사실 저는 있는 그대로의 저의 모습을 사랑하게 된 지 얼마 안 된 것 같아요. 아직도 그것에 대해 조금 더 배워가고 있고. 어떻게 하면 나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내가 스스로 받아들일 수 있고 사랑할 수 있는지 더 공부하고 있고, 저 스스로를 알아가고 있는 중이에요.


GQ 얼마 안 됐다는 것의 시점을 짚어보자면요? 계기랄까.
MH 음···, 계기는 딱히 없었던 것 같고, 어떻게 하다 보니 스스로. 그러니까 제 자신을 너무 미워하고 증오하는 시간도 있었고 바꾸려고 하는 시기도 있었어요. 이런 시기들을 막 겪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그냥 터득한 것 같아요. ‘그러지 말아야지’. 어쩌면 포기한 거죠.(웃음) 어떻게 해도 고쳐지지 않으니까. ‘나는 이렇게 태어난 사람이고 난 태생적으로 이런 사람인데’ 하고. 아, 생각해보면 제가 명상을 시작한 후로 좀 많이 캄해진 것 같아요.
GQ 그렇지 않아도 그거 정말 궁금했어요. 민하 씨가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즐기는 시간 중 하나가 조금 차가운 바닥에 누워서 명상하는 5분, 10분이라고 알아서요. 명상은 어떻게 하는 건지 초심자에게 좀 알려주세요.
MH 사실 저도 잘 몰라요. 그냥 저한테 맞는 방법을 찾은 것 같아요. 5분, 10분 제 몸에만 집중하는 거예요. 다른 어떠한 생각도 하지 않고, 그냥 내 몸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나는 지금 숨을 어떻게 쉬고 있는지에만 집중하는 거예요. 이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데 하다 보면 뭐랄까요, 먼지가 샥 가라앉듯이 내 몸이 땅에 붙는 느낌이 있어요. 이 느낌을 계속 기억하려고 하거든요. 평상시 생활할 때나, 특히 내가 어떤 것 때문에 복잡할 때나 격앙되어 있을 때, 내가 어딘가에 이렇게 좀 붙어 있는 느낌을 계속 기억하려고 해요.
GQ 이 순간에 집중하는 거구나. 배에서 무슨 소리가 나나, 손끝은 어떤 느낌인가.
MH 네, 감각을 일깨우는 그런 느낌이에요. 그래서 매번 할 때마다 내 몸 컨디션도 다르다는 게 느껴지고, 내 상태를 확인하는 시간 같아요. 생각이 너무 많거나 복잡할 때는 집중이 안 돼요. 전선을 확 끄고 여기에만 집중하고 싶은데 그게 안 될 때가 있어요. 그럼 조금 더 오래 걸리는 것 같기도 하고.
GQ 명상은 언제 시작하게 된 민하 씨의 시간이에요?
MH 5, 6년 전에. 대학 졸업 후 모든 게 불안정하고 어떻게 해야 될지 진짜 모르겠고 그랬을 때. 여기저기 지나가다 요가도 해보고 절에 가서 체험도 해보고 그러다 그냥 저한테 맞는 방식을 찾은 것 같아요. 어디서 배운 건 아니에요.


GQ 저는 민하 씨 덕분에 영화 <국보>를 봤어요.
MH 오, 그래요?
GQ 최근 어느 인터뷰에서 <국보>를 너무 재미있게 봤다고 하는데 마침 한두 시간 후에 상영하는 데가 있는 거예요. 바로 가서 봤어요.
MH 와! 어떠셨어요?
GQ 제 감상에 앞서 민하 씨는 그 영화의 무엇이 그리 좋았어요?
MH 일단 저는 첫 번째, (이)상일 감독님. 상일 감독님이 <파친코 2>를 하셨어요.
GQ 시즌 2의 6, 7, 8화를 연출하셨죠.
MH 맞아요. 저는 그때도 상일 감독님을 너무 존경했고 좋아했고 언젠가 꼭 한 번 다시 감독님과 작업을 하고 싶다는 제 하나의 꿈이 생겼어요. 영화를 다 보고 문자 보냈어요, 상일 감독님한테. 그냥 ‘재밌는 영화 봤어’가 아니라, 보고 나서 생각이 너무 많아져서 1시간을 산책했거든요. 가장 큰 중점은 뭐였냐면, 어쨌든 저도 예술을 하는 사람으로서 한 치 앞도 모르잖아요. 물론 모든 사람의 인생이 그렇지만, 언제 한번 나의 헤이데이라고 해서 이게 영원하지도 않고, 언제 한번 내가 바닥을 친다고 해서 이것도 영원이 아니고, 정말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예술하는 사람들의 숙명이고, 그래서 너무 불안정하기도 한 것이고. 누구보다 아름다운 걸 표현해내는 사람들이지만 내면은 아무도 모른다는 것. 정말 아름답고 퓨어한 것들을 사람들 앞에 내보이지만 이기적인 부분이 많기도 해서 누군가를 질투하고 시기하고 결국에는 외로운 존재일 수밖에 없다는 것. 이게 너무 공감이 됐어요. 모든 인생이, 예술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의 인생이, 참 화려한 것 같아요. 누구는 심심하게 산다고도 하고 재미없다고도 하지만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인생이잖아요. 그게 참···. 인간으로 태어나면 태어난 것 자체가 큰 숙제니까 이걸 어떻게 푸느냐에 따라서 가지각색의 이야기가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런 다양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일 수도 있겠다 싶어요. 그리고 저는 그걸 표현하는 사람으로서 더 많이 각성했던 것 같아요. 영화를 보면서 나의 이야기를 생각하게 되고 사람들과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게 정말 큰 행복이었어요.
GQ 영화 보고 이상일 감독님의 인터뷰를 찾아봤어요. 좋아서 메모한 말이 있는데 민하 씨 말 들으니까 생각나요. 읽어볼게요. “영화는 배우를 통해 관객이 인간을 보는 일이라 생각해요. 사람은 아름다운 것을 보고 싶어 하는 본능이 있어요. 그리고 예술가는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위해 진흙탕에 스스로 뛰어드는 존재고요. 이 영화에는 인간의 아름다움을 느껴 얻는 감동이 있어요.”
MH 맞아요. 맞아요.

GQ 잠깐 곁가지로 묻자면, <파친코 2>에서 만난 이상일 감독은 정말 집요한, 조용하지만 집요한 사람이던가요?
MH 저는 상일 감독님의 모든 말을 신뢰했어요. 그의 침묵도, 정적도, 생각도, 퍼즈도. 모든 것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그래서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었어요. 감독님이 그렇게 많은 디렉션을 주진 않으셨는데, 서로 막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계속 찾아갔어요. 뭐가 맞는 것일까. 기억나는 것 중 하나는, 제가 정말 어려워한 두 장면이 있었는데, 하나는 대학 안 간다는 노아 설득하는 장면이랑 노아가 사라지고 한수한테 이거 우리 잘못이라고 하는 장면이었어요. 둘 다 모르겠는 거예요. 뭔가 ‘이거다!’ 하고 하지를 못했어요. 그래서 꽤 오랫동안 그 장면을 촬영했어요. 그런데 그냥 서로 믿어주고 “한 번 더 가볼까요?”, “한 번 더 가볼까요?”, “왜냐면 뭐가 더 있을 것 같아서요”. 그 말이 제게는 전부였어요.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그러다 제가 뭔가를 확 알아냈을 때의 ‘유레카!’ 이런 느낌 있잖아요. 이게 정말 귀한 경험이었어요. 이런 작업이 저하고 너무 잘 맞았고, 그래서 마지막 촬영에서는 진짜 많이 울컥했어요. 저도 그런 스타일이 아닌데 참···, 감독님을 현장에서 보면 항상 뛰어가서 안겼어요. 그만큼 너무 좋았고, 꼭 다시 감독님과 작업을 하고 싶어요.


GQ 배우란 결국 물리적인 한계를 뛰어넘어야 하지만, 민하 씨가 산 인생의 두 배는 더 되는 삶을 연기해야 하는 데서 오는 막막함이 거대했을 것도 같아요.
MH 그래서 상일 감독님한테도 여쭤봤어요. 만약 따님이 이러면 어떨 것 같냐고. 모르겠대요.(웃음) 근데 그 “모르겠다”가 맞는 거예요. 왜냐하면 아빠도 아빠가 처음,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잖아요. 얘가 이러는 것도 처음이고. 그래서 제가 거의 마지막쯤에서는 ‘아, 이 미치겠는 마음’이 조금 나왔던 것 같아요. 표현이 됐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네모난 수세미 위에 볼링공 하나가 내려앉는 느낌인 건데, 그런데 이 충격을 표현하려면 여러 번에 걸쳐서 내 안의 감정을 정화시키는 시간이 충분히 필요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감독님도 계속 한번 더 해보자고, 뭔가 더 있을 것 같다고. 그런데 저도 그랬거든요. 하, 이 느낌이 아닌 것 같은데. 그런데 그건 제가 경험하지 못했으니 모르는 것이지만 그래도, ‘내가 연기를 잘했어, 못했어’가 아니라, 그리고 저는 한 번도 현장에서 ‘나 연기 잘했어’ 이런 적은 없지만, 나한테 감정적으로서 퓨즈가 딱 맞을 때가 있어요. 어쩌면 굉장히 인문학적인 영역 같아요. 단순히 표현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를 알아야 하고, 인류란 무엇인지 알아야 하고, 그리고 나에 대해서 너무 잘 알아야 하고. 연기는 그런 학문 같아요.

GQ 제가 민하 씨의 인터뷰를 보고 <국보>를 보기 위해 말 그대로 달려간 이유는 하나예요. 이 말이 너무 좋았어요. “이렇게 인간의 바닥까지 볼 수 있는 처절한 역을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MH 아아, 맞아요. 정말 그래요.
GQ “나만 아는 내 안의 어둠, 땅끝까지 간 모습에 대한 호기심이 컸다.” 어떻게 하면 이런 생각이 들게 하는 영화일까. 이 사람은 왜 이런 생각을 할까.
MH 이런 역할을 정말 한 10년 넘게 해보고 싶었던 계기가 <블랙스완>을 보고 나서였어요. 그러니까 뭐랄까, 나만 아는 내가 만들어낸 욕심, 야망을 이루기 위해 내가 들어갈 수 있는 저 땅끝까지 가는. 그 끝은 나만 아는 거잖아요. 그런데 아까도 말했듯이 저는 내 이야기를 책으로 내지 못하는 사람이에요.
GQ 드러내지는 못한다.
MH 네. 드러내지는 못하지만 그걸 표현하고 싶기는, 너무 해보고 싶기는 해요. 왜냐하면···, 너무 잘 분출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에요. 나 스스로를 해방시킬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에요. 저는 이런 땅끝까지 가는 진짜 못난 모습, 못된 모습, 어두운 모습을 너무 많이 경험했고, 어쩌면 지금도 계속 매일매일 겪고 있어요. 이걸 분출해냈을 때 비로소 저는 이에 대한 해방, 그리고 뭐랄까요···, 누군가에게도 그런 손을 내밀어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 영화를 보면서 저는 너무 큰 위로를 얻었거든요. 나 혼자만 그런 게 아니구나. 모든 동물에게는 양면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상일 감독님 말씀처럼 아름다움이 있기 위해서는 어두운 면도 있어야 하고, 밝은 면이 있기 때문에 축축한 모습도 있는 거고, 이런 것이 공존하는 세상이 건강하다고 생각해요. 이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또 하나의 숙제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땅끝까지 가는, 그런 처절함을 이야기할 수 있는 때가 오면 한 사람으로서 분출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GQ 그러니까 그게, 본인의 것을 드러내는 것과는 다른 거예요?
MH 그것 자체가 궁극적으로는 저의 것을 드러내는 것이겠죠.
GQ 그렇죠? 그런 것이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MH 그래서 그런 작업을 제가 계속 동경하나 봐요. 저의 것을 표출하는 거죠, 사실. 제 안에 있는 큰 응어리를 어떻게 해서든지 좀 계속 표현하고 싶어 해요.

GQ 뭐가 그렇게 있어요?
MH 제 안에 있는 화, 분노, 막···. 저만 알고 있는 꼬여 있는 것. 질투. 어두운 부분. 나의 꿈. 악몽. 많아요. 되게 많아요.
GQ 그렇네요. 누군가에게는 글로벌 오디션을 꿰뚫고 <파친코> 선자로 비상하게 등장한 인물이지만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겠죠.
MH 그래서 제가 지금 희망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그리고 포용력을 가질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의 소중함을 깨달았기 때문에. 예전에는 각박하고 어둡고, 물론 태생적이진 않았지만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던 시기가 꽤 길었거든요. 그런데 저는 그때 정말 많은 걸 경험했어요. 생각의 단계도 훨씬 더 많아졌고, 나에 대해서 알아가는 시간도 많아졌어요. 저는 제 일을 너무 사랑해서, 데뷔로 치면 광고를 통해 열아홉에 했는데, 그때 이후로 쉬어본 적이 없어요. 그 세월이 저도 모르게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갔는데, 물론 몇 년이 됐고 이건 우선순위는 아니지만, 그 시간 동안 그래도
깊건 얕건 감정을 많이 겪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걸 피해보기도 하고 맞닥뜨리기도 하고 누군가한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상처를 받기도 하면서 격동의 20대를 보냈어요. 저는 그게 너무 다행이에요. 만약 그때 겪지 않았더라면 저는 지금의 내가 갯벌 같은 내가 될 수 없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내 주변 사람은 물론이고 제 스스로를 사랑하거나 생각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지금은 내가 너무 소중하고 내가 나 스스로를 지켜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못했던 시절도 있었기에 사람들한테 더 위로가 되고 싶기도 해요. 음···, 막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이건 절대 아니거든요. 왜냐하면 좋은 사람의 기준이 무엇인지 모르겠어요. 좋은 사람이라기보다는 그냥 어느 순간 내가 표현하는 표현 방식에, 아니면 내가 건넨 손에 누군가가 딱 들어맞으면, 누군가는 나에게서 용기를 얻어갈 수 있겠구나 하는 소망인 거죠. 그 소망들을 가질 수 있는 여유가 좀 생긴 것 같아요. 그래도 조금 땅에 발을 붙일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GQ 갈지자를 그리는 시간 속에서 등대가 되어준 것이 있어요?
MH 저는 그게 사랑인 것 같아요. 주변 사람. 친구. 가족. 낭떠러지에 있는 것만 같을 때도 내가 포기하지 못했던 이유들을 가만히 생각해보면 사랑이었어요. 내가 내 자신을 붙잡든, 강아지든, 엄마 아빠 언니들이든, 친구들이든. 그런데 이건 정말 옛날부터 느꼈던 건데, 제가 예술을 하는 이유도 그렇지만,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고 미술을 보고 하는 것도 그중 하나인 것 같아요. 크나큰 위로를 주는 그것도 사랑 같아요. 제가 인터뷰에서 종종 말했는데, 사랑은 돌고 돈다고 생각해요. 사랑은 모든 방식으로 떠다니고 있는 것 같아요.
GQ 민하 씨가 즐겨 언급하는 대상에는 명상도 있고, 사랑도 있고, 그리고 무엇보다 ‘나다움’이 있다고 느껴요.
MH 응, 네. 맞아요.
GQ 김민하가 생각하는 김민하다움, 나다움과 가장 멀리 있는 단어는 뭐예요?
MH 멀리 있는···, 멀리 있는···. 저는 뛰는 것과 좀 안 맞는 것 같아요.
GQ 하하하하.
MH 뛰는 게 좀 안 맞아요. 여러 가지로. 조깅도 잘 못하고, 요즘 런닝 많이 하잖아요, 해봤거든요? 잘 안 맞아요. 전력질주, 숨 쉬지도 않고 막 뛰어가는 걸 잘 못하는 것 같아요. 저는 오래 걸리더라도 천천히 가다가 꽃도 보고 아이스크림도 먹고 넘어져도 보고 넘어져서 상처를 치료하기도 하고 상처를 말려가면서 약도 바르고 그러다가 전화를 하면서 걷기도 하고. 그게 맞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