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의 BDSM 지배자부터 네오 소울 모드의 잭 할로우까지, 남성들은 테크니컬하면서도 관능적인 프레임을 찾고 있고, 시력 교정 안경을 향한 갈망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영화나 TV 시리즈에서 ‘너드 캐릭터가 안경을 벗으면 사실 엄청난 미모를 드러낸다’는 클리셰는 이미 수없이 반복된 장면이다. 하지만 그 반대도 충분히 효과적일 수 있다. 이미 매력적인 사람이 독서용 안경을 쓰면, 그 얼굴을 가리는 대신 오히려 더 집중해서 보게 만든다. 이른바 ‘야릇하게 섹시한 작은 독서용 안경’의 부상이다. 투명 렌즈에 얇은 프레임 혹은 더 관능적인 경우에는 무테로, 아무리 완벽한 얼굴이라도 미묘하게 복잡한 매력을 더한다.
이 용어는 콘텐츠 크리에이터 블레이클리 손튼이 대중화시켰다. 그는 릴스에서 배우 조너선 베일리가 “안경을 쓴 캐릭터는 덜 섹시하다는 영화의 레이니 보그스 법칙을 계속해서 반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레이첼 리 쿡이 안경을 쓴 채 등장했던 영화 쉬즈 올 댓의 캐릭터를 가리킨다. 실제로 ‘야릇하게 섹시한 작은 독서용 안경’, 줄여서 SLRG는 지금 팝컬처와 패션의 교차점에 자리 잡았다.
올해 초 파리 패션위크에서 이 똑똑해 보이는 안경은 가장 멋진 스트리트 스타일 아이템으로 떠올랐고, 드리스 반 노튼, 프라다,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최신 남성복 런웨이에서도 등장했다. 또한 화제가 된 SF 영화 프로젝트 헤일 메리에서는 라이언 고슬링이 연기한 교사 출신 우주비행사 라일랜드 그레이스가 턱 아래에 걸친 무테 육각형 안경을 쓰고 외계 생명체와 소통하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 마티 슈프림에서는 티모시 샬라메가 비슷한 안경을 착용한다. 그의 캐릭터 마우저에게 이 ‘너드스러운’ 렌즈는 묘하게 관능적인 자신감을 더한다. 은퇴한 영화배우를 매혹하고 혼란스러운 행동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을 설득해 탁구 사업에 투자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 안경은 잭 할로우의 네오 소울 앨범 프로모션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됐다.

최근 화제가 된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코너에서 배우 벤 마셜은 위켄드 업데이트 코너에 출연해 잭 할로우를 패러디했다. 그는 무테 선글라스와 약간 삐뚤어진 캉골 모자를 착용해 최근 몇 달간 잭 할로우의 스타일을 그대로 재현했다. 그의 패션과 태도, 특히 최근 앨범 모니카를 둘러싼 다양한 논의 중 가장 크게 떠오른 것은 그가 뉴욕 타임스 팟캐스트 팝캐스트에서 한 발언이다. “나는 더 흑인스러워졌다.” 백인인 그의 이 발언과 함께, 90년대와 2000년대 초 힙합 스타일의 상징이었던 까르띠에 독서용 안경을 착용한 최근 모습은 여러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투팍 샤커, 올 더티 바스타드, 마스터 P, 엘엘 쿨 제이 같은 인물들이 착용했을 당시, 이런 안경은 의심의 여지 없이 세련되고 도발적인 이미지였다. 하지만 그 스타일을 충분히 소화할 기반 없이 차용하면 어색하고 과장된 느낌이 날 수 있다. 지금의 스타일 아이콘들에게는 ‘너드스러운’ 안경과 화려한 패션의 대비가 유혹적이고 도발적인 긴장을 만들어낸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지젤 번천이 착용한 베요네타 스타일 안경이나, 장 폴 고티에의 타원형 프레임 55-3175를 즐겨 쓴 투팍을 떠올려보자. 혹은 바 건너편에서 당신을 바라보는 매력적인 사람이 로우라이즈 진과 함께 엘리자베스 레몬의 옷장에서 꺼낸 듯한 안경을 쓰고 있는 장면도 그렇다.
일반적으로 ‘못생겼다’고 여겨지던 아이템은 늘 스타일리시한 사람들에게 도전 과제였다. 예를 들어 청 반바지는 최근 예상치 못한 부활을 했고, 이제는 무릎 아래로 내려오는 실루엣이 오히려 도발적으로 느껴진다. 비브람 파이브핑거스 역시 냄새 나는 등산용 신발에서 섹시한 패션 아이템으로 변모했다. 같은 맥락에서, 실용적인 안경 역시 이제는 매혹적이고 세련된 아이템이 됐다.

레이밴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 중인 에이셉 라키는 최근 얇은 메탈 프레임 독서용 안경 컬렉션을 출시했다. 이는 그가 지난해 재판 당시 착용했던 스타일과도 동일하다. 캠페인에서는 래퍼 나스와 마주 앉아 같은 안경을 착용하고 등장한다. “아주 지적인 느낌, 아주 우아해요”라는 에이셉 라키의 말에 나스는 “공부 잘하는 이미지가 난다”고 덧붙였다. 멕시코 뮤지션 페소 플루마 역시 회계사 같은 무테 안경을 자주 착용하며, 아르헨티나 일렉트로닉 듀오 카트리엘 앤 파코 아모로소도 비슷한 스타일로 독특한 매력을 발산한다. 인디애나 페이서스의 포인트가드 앤드루 넴하드 역시 코트 밖에서는 이런 안경을 종종 착용하며, 그의 운동 능력에 약간의 ‘모범생’ 이미지를 더한다. 실제로 SLRG는 진짜 천재성을 강조하는 요소로도 작용한다. 예를 들어 영화 시너스의 감독 라이언 쿠글러는 이번 시상식 시즌 동안 거의 모든 수상 자리에서 자신만의 시그니처 안경을 착용했다. 그중 가장 관능적인 모델은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쓴 안경이었다. 참고로 테크 업계 종사자들은 더 두꺼운 프레임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영화 속 클리셰와 비슷하게, 연인이 안경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은 놀랍고, 어쩌면 달콤하며, 심지어 섹시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키 드라마 히티드 라이벌리에서 일리야 로자노프는 연인 셰인 홀랜더가 안경을 쓰고 휴대폰을 보는 모습을 보고 그런 감정을 느낀다. 셔츠를 벗으며 안경을 벗자, 그는 러시아 억양으로 이렇게 말한다. “다시 써. 안경 쓴 모습이 더 좋아.”
이 반응이 너무 강렬했기 때문에, 배우 허드슨 윌리엄스는 올해 더 투나잇 쇼에서도 같은 연출을 사용했다. 진행자 지미 팰런이 사진을 보여주자, 그는 안경을 쓰고 사진을 더 가까이 보는데, 관객의 환호는 더 커졌다. 심지어 이 스타일을 따라 한 ‘홀랜더’ 안경도 온라인에서 판매되고 있다. 참고로 비슷한 효과는 드라마 엘 워드의 셰인 맥커천이 먼저 보여준 바 있다.
이러한 연출은 시력 문제라는 요소가 완벽한 외형에 작은 균열을 만들어, 매력적인 취약성을 드러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영화 필리언에서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연기한 레이도 비슷한 사례다. 그는 BDSM 바이커 조직의 리더로, 콜린이라는 인물을 지배하는 역할이다. 일반적인 데이트는 피하고, 콜린을 바닥에서 자게 하며 목에는 자물쇠만 채우게 하는 등 차가운 태도를 유지한다. 하지만 책을 읽을 때마다 타이트한 메탈 프레임 안경을 쓰는데, 그 모습은 그의 위압적인 인상을 무너뜨리며 과거의 어색하고 시력이 좋지 않았던 소년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이처럼 깨진 치아, 머리의 한 줄 흰머리, 얼굴의 흉터처럼, 이 작은 독서용 안경의 힘은 ‘친밀함’을 만들어낸다는 데 있다. 특히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얼굴일수록, 그 작은 요소 하나가 모든 것을 바꿔놓는다. 영화 필리언의 의상 디자이너 그레이스 스넬은 인터뷰에서 “완벽한 남자에게 작은 결함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