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하게 남아서 냉장고에 한 병, 두 병 쌓인다. 버리기엔 아깝고 먹자니 술맛이 별로다. 하지만 사용법만 잘 알면 소주는 의외로 만능 용액으로 변신한다. 사실 마시는 알코올이기 때문에 살균력과 기름 분해력이 꽤 괜찮다. 먹을 수 있는 음식이기 때문에 유해성도 없다. 아낌없이 주는 소주다.

❶ 주방 찌든 기름때 청소
주방에서 맨 먼저 소주의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곳은 기름때가 쌓이는 가스레인지 주변과 싱크대다. 분무기에 넣고 주변에 뿌리고 약 5분 뒤 닦아내면 소주의 에탄올 성분이 기름때와 물때를 동시에 분해해 깨끗해진다. 특히 프라이팬은 조리 직후 열기가 남아 있을 때 소주로 청소하면 기름때와 냄새가 한 번에 제거된다. 주방 후드의 찌든 기름때를 제거할 때 밀가루와 소주를 1:1 비율로 섞어 반죽처럼 바른 뒤 30분 후 닦으면 일반 세제보다 오히려 더 강력한 청소 용액이 된다.
❷ 전자레인지 청소
요즘 1인 가구에는 가스레인지나 인덕션은 없어도 전자레인지는 꼭 있다. 그만큼 냉동식품의 퀄리티도 좋아지고 다양한 전자레인지 맞춤 레시피도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자레인지는 밀폐 구조 탓에 냄새가 쌓이고 튀는 수분과 기름이 내벽에 달라붙어 청소가 까다롭다. 심지어 폐렴이나 요로 감염을 유발하는 박테리아도 발견될 만큼 주기적인 청소가 필요하다. 이럴 때는 소주를 이용해 보자. 작은 그릇에 소주를 넉넉하게 담아 전자레인지에 3분 정도 가동하면 된다. 가열된 소주가 수증기로 바뀌면서 내부 전체로 고르게 퍼져 내벽의 기름기와 음식 찌꺼기를 불려 준다. 전자레인지 안에 수분이 가득 찬 것을 확인하고, 키친타월이나 마른 천으로 가볍게 닦으면 된다. 자주 쓴다면 일주일에 한 번 적당하다.
❸ 냉장고 탈취
김치 냄새, 마늘 냄새, 생선 비린내 등 냉장고 정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다양한 냄새가 뒤섞여 식욕이 뚝 떨어진다. 냉장고의 청결 상태는 마음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정도로 생활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이럴 땐 소주를 꺼내자. 소주는 냉장고와 마음 모두를 청소하는 아주 훌륭한 액체다. 냉장고를 모두 비우고 마른행주에 소주를 충분히 적신 뒤 냉장고 구석구석을 닦아주면 알코올 성분이 증발하면서 냄새 분자를 함께 제거해 준다. 청소 후에는 뚜껑을 연 소주병을 냉장고 한쪽에 그대로 놓아두는 것만으로도 탈취제 역할을 한다. 이 기회에 묵은 식재료는 과감하게 버리자.
❹ 튀김 맛집의 비밀

집에서 만들면 왜 식당에서 먹는 맛이 안 날까? 고민이라면 반죽에 소주를 섞어보자. 조리 과학자 제이 킨지 로페즈에 따르면 알코올이 튀김의 치트키라고 말한다. 소주의 알코올 성분이 글루텐 형성을 억제해 반죽이 눅눅해지는 것을 막아 튀김옷이 얇고 가벼워진다. 알코올은 78도 전후에서 빠르게 증발하기 때문에 반죽이 기름에 들어간 순간 내부 수분이 급격히 날아가면서 얇고 바삭한 겉면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특히 탕수육이나 가라아게를 만들 때 물보다 소주 비율을 높이면 식당 맛을 재현할 수 있다.
❺ 가죽 소파 청소와 관리
가죽 소파에 먼지와 피지가 쌓여 있을 때도 소주가 유용하다. 분무기에 물과 소주를 2:1 비율로 넣어 용액을 만든 다음 가죽 소파에 가볍게 뿌린 뒤 마른 천으로 닦아내면, 소주에 들어간 알코올이 피지 오염을 분해하고 표면을 말끔하게 정리한다. 알코올은 빠르게 증발하기 때문에 가죽에 수분이 오래 머무르지 않아 가죽이 변형되거나 얼룩이 남을 위험도 상대적으로 적다. 다만 가죽의 종류에 따라 탈색이나 경화가 일어날 수 있으므로,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전에 잘 보이지 않는 가죽 안쪽 면에 소량을 먼저 테스트해 변색 여부를 확인한 뒤 사용하는 것이 좋다.
❻ 유리창과 거울 청소

유리창과 거울에 광택을 내려면 소주와 신문지의 조합이 최고다. 소주를 신문지에 묻힌 뒤 유리나 거울을 닦아주면 알코올 성분이 표면의 지문과 얼룩을 분해하고, 신문지의 섬유가 미세한 먼지를 흡착하면서 광택 효과까지 함께 얻을 수 있다. 소주의 알코올은 물과 달리 빠르게 증발하기 때문에 유리창에 얼룩이나 물 자국이 남지 않아 새것처럼 깨끗해진다. 단 청소 시 알코올 수증기를 많이 흡입하면 취한 듯 어지러울 수 있으므로 반드시 환기를 충분히 해야 한다.
❼ 섬유유연제 대신 빨래 헹굼
빨래방 사장님도, 세탁소 사장님도 비법으로 감춰둔 꿀팁이다. 섬유유연제를 아무리 넣어도 빨래에서 퀴퀴한 냄새가 난다면 헹구는 단계에서 소주를 한 잔 정도 넣어보자. 소주의 에탄올 성분이 살균, 탈취, 세정 효과를 동시에 내고 옷감이 부드러워지는 효과도 볼 수 있다. 다만, 짙은 색 옷은 색 빠짐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이염이 되지 않는 옷이나 흰옷 위주로 하면 좋다. 또한, 세탁조에서 퀴퀴한 냄새가 난다면 소주 한 컵과 과탄산소다를 세탁기 안에 붓고 표준 코스로 돌리자. 세탁조에 남아 있는 곰팡이, 세균, 냄새 분자를 에탄올이 분해해 줄 것이다. 배수 필터와 세제 통 쪽은 소주를 묻힌 천이나 칫솔로 따로 닦아주면 청소가 끝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