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안의 화제, 운탄고도 스카이레이스와 나이키 ACG 래디컬 에어플로우. 입고 20K 뛰어본 후기.

자진해서 먼저 말하자면, 나는 트레일 러너가 아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자진해서 뛰지 않으니 애초에 러너라고도 부를 수 없는 그런 존재다. 어제 대회 전까지 트레일 러닝 경험은 거의 없는 수준이었다. 그런 내가 운탄고도 스카이레이스 하프에 도전한 것은 이 코스가 정말 예쁘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대회 전에는 산에 가서 몇 번쯤 연습할 거라고 믿었다. 아, 나는 특별한 일 없이 뛰지 않는 종류의 사람이었다.
결국 대회 당일까지 트레일 러닝 베스트 사용법도 모른 채 스타트 라인에 섰다. 목표는 단 하나. 안 다치고 완주하기. 목표라 하기에 매우 방어적이지만, 욕심을 낼 상황은 아니었다. 이날 착용한 아이템은 나이키 ACG의 래디컬 에어플로우. 땀이 매우 많은 편인 내가 6월 초여름의 날씨에 긴팔을 입는 것이 괜찮을까.
래디컬 에어플로우 첫인상 이야기
2025년 나이키 ACG가 재출범했다. 그리고 래디컬 에어플로우 제품을 발표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에런 벨처는 ACG가 트레일 러닝에 진정한 기여를 한 기술이 바로 래디컬 에어플로우라고 설명한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100마일 트레일 러닝 대회이자 누적 상승 고도 5,500m를 자랑하는 ‘웨스턴 스테이츠 100’에서 케일럽 올슨이 이 옷을 입고 우승했다. 유난히 뜨거웠던 날 역대 두 번째로 빠른 14시간 11분 25초의 성과를 냈다. 댓글에는 ‘케일럽이 입은 저 셔츠 뭐야?’라는 질문이 도배되었다.
처음 봤을 땐, 거의 크로셰나 그물에 가까워 보였다. 또는 선수를 위한 특별한 의류처럼 느껴졌다. 그만큼 생소한 디자인이었다. 이런 구조라면 내구성을 위해 어느 정도 두께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실제로 손에 들어보니 의외로 가볍고 얇았다. 그저 통기성을 위해 낸 구멍이라면 비슷한 구조의 옷은 진작에 나왔을 것이다. 그것만으로 혁신이라 부를 수는 없다. 래디컬 에어플로우의 구멍은 재생 원단을 사용해 정교한 레이어 구조로 설계됐다. 움직이는 동안 실제로 공기를 몸 안쪽으로 끌어들인다. 실험실 테스트에서는 나이키 드라이핏보다 땀 흡수량 50%, 땀 증발 저항 25%가 감소한 결과를 보였다고 나이키가 발표했다.
러닝 매체 ‘빌리브 인 더 런’에서는 이를 동굴의 원리로 설명한다. 동굴은 대체로 입구가 넓고 안으로 갈수록 좁은 통로가 이어진다. 깔때기 같은 형태로 안쪽이 습기가 많고 공기는 한층 차가워진다. 래디컬 에어플로우의 구멍 하나 하나가 동굴의 역할을 해 달릴 때 공기를 피부 쪽으로 가속시킨다. 실제 입고 뛰면 어떨까?

나이키 ACGACG 래디컬 에어플로 N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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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탄고도 하프 코스를 달리며
10주년을 맞이한 이번 대회의 공식 협찬사는 나이키 ACG. 산뜻한 오렌지 컬러와 고라니, 멧돼지, 호랑이 등 우리나라 야생동물을 활용한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약수터에 걸린 로고도 귀여웠다. 초반에는 좁은 숲길을 오르느라 달릴 수 없어 그저 주변 풍경을 즐기며 천천히 걸었다. 초반 숲길은 생각보다 가팔랐다. 나무 사이로 햇빛이 쏟아지고 흙길에는 전날 비가 남긴 습기가 남아 있었다. 킬로미터당 11분 가까운 속도로 걷는데도 숨이 찼다. 그런데도 쾌적했다. 오히려 래디컬 에어플로우가 운탄고도의 바람을 몸에 머금고 있는 것처럼 시원했다.
난 더위를 많이 타지만 한여름에도 냉감 의류는 거의 입지 않는다. 입는 순간 차가운 감각은 잠깐일 뿐이고, 땀이 많이 나면 곧 피부에 달라붙어 오히려 더 불쾌하게 느껴질 때가 많기 때문이다. 입어 보니 래디컬 에어플로우의 가장 큰 장점은 피부에 전혀 달라붙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 덕에 통풍이 잘 되고 땀이 쉽게 말랐다.
후반부 능선에서는 드디어 달릴 수 있게 되었다. 속도를 높이자 바로 옆구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아침에 떡을 너무 많이 먹었나. 한번 아프니까 쉬었다가 다시 달려도 금세 다시 아팠다. 완주를 위해 차라리 빠른 걸음을 택했다. 그늘 한 점 없는 능선을 걷다보니 긴팔을 입고 있는 것이 체온 유지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반팔이었다면 선크림을 덧바르거나 나는 피부가 잘 타니까 밤에 따가웠을 텐데 자외선을 꽤 막을 수 있었다.
중간 지점인 세 번째 체크 포인트를 지나고 나니 이내 내리막이 이어져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빨리 가겠다는 마음을 비우고 걷다가 뛰길 반복하다 보니 더 이상 옆구리가 아프지 않았다. 내리막길을 기분 좋게 내달렸다. 땀이 마구 솟았고 이내 운탄고도의 산들바람이 몸을 타고 흘렀다. 숨이 차면 잠깐 쉬고, 서두르다가 넘어지지 않도록 속도를 조정했다.
이번 대회에서 의외로 도움이 된 것은 래디컬 에어플로우와 테이핑이었다. 테이핑은 사실 기능보다 러너가 된 기분을 내기 위해 붙였다. 그런데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는 동안 무릎과 발목의 부담을 덜어주는 느낌이 분명히 있었다.
래디컬 에어플로우 추천? 비추천?

래디컬 에어플로우를 모두에게 추천하는 바는 아니다. 예를 들면, 여름 도심의 러닝에는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과감한 로고와 눈에 띄는 그물 디자인이 부담스러울 수 있고 아무래도 긴팔이니까. 기록을 원하는 레이스 러너라면 더 가볍고 무난한 러닝 웨어도 있을 것이다. 또한 운동할 때 몸의 라인을 드러낼 수 있는 슬림 핏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옷이 크다고 느낄 수도 있다. 반면 무더운 환경을 좋은 성적으로 달리고자 하는 트레일 러너라면, 또는 옷의 방해를 덜 받으며 장거리를 뛰려는 울트라 하이커라면, 나이키 ACG의 래디컬 에어플로우는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입고 야외에서 오랜 시간 뛰었을 때, 구멍 사이로만 피부가 타서 점박이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올여름 자연 속을 실컷 달리고 약간의 도트 패턴이 피부에 생긴다면, 그만큼 뿌듯한 일은 없을 것 같다.
3시간 20분 만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개인적으로는 목표로 한 완주를 무사히 이뤘다. 경험이 부족한 내가 운탄고도 하프 코스를 걸었다 뛰었다 반복하며 완주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엄지발가락에는 물집이 잡혔고 옆구리는 여러 번 아팠다. 사이즈를 잘 맞추지 못해 내내 베스트를 잡고 뛰었지만, 신기하게도 옷이 거추장스러운 순간은 한 번도 떠오르지 않았다. 좋은 장비는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다. 뛰는 동안 잊고 있다가 집에 와서 세탁할 때 비로소 떠오른다. 운탄고도의 숲과 능선은 선명하게 기억나는데, 래디컬 에어플로우는 기억나지 않았다. 아마 그것이 가장 큰 칭찬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