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의 쨍하고 환한 햇살은 없다. “닫힌 커튼 사이로 눈부신 아침 햇살이 비비고 쏟아져” 눈을 뜨지만, <깊고 푸른 밤>의 두 남자는 거기서 희망찬 새 이야기로 나아가기보다 숙취에 시달리며 어젯밤의 진창을 되새긴다. 그리고 빈털터리인 채로 어느 길을 달리는지도 정확히 모른 채 또다시 넓은 캘리포니아의 도로를 질주한다. “온 거실에 술 냄새와 담배 냄새 그리고 밤새워 피운 마리후아나(책에선 이렇게 쓴다)의 독한 풀 냄새가 뒤범벅되어” 보낸 밤은 곧 사라지고, “하룻밤 머물렀던 저 집 안에서의 기억은 흔적도 남지 않게 될 것”이다. 준호는 무엇이건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 버릇처럼 파이프를 꺼낸다. 그리고 주인공인 ‘그’에게 마리후아나를 권한다. 그는 거절하지만, 준호를 이해한다. 그 또한 “거대한 사막, 선인장, 눈 덮인 요세메티 고원의 절경을 볼 때면 감상적인 비애를 느끼곤” 했으니까. 풍경이든 사람이든, 다시는 만나지 못할 것이란 생각에. 과연 연기가 그렇다. 잠시 머물다 날아가는 것. 좁은 방에 적삼목 인센스를 피우고 나면 방이 그 진한 냄새와 연기로 가득 찬다. 그러다 좀 몽롱해지기도 한다. 창문을 활짝 열기보단 그 밤의 자욱한 기분을 즐긴다.
- 에디터
- 유지성
- 포토그래퍼
- 정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