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서핑 초보자 가이드 9

2017.08.02이재현

바다를 집어 삼킬 듯 당장 뛰어들고 싶은 마음으로 물어보았다. 서핑의 고수 6인이 해준 시시콜콜한 이야기들.

서핑은 생각보다 매우 격한 레저라고 들었다. 온몸의 근육을 사용하는 전신 운동이다. 보드에 누워 파도가 이는 지점까지 나아가는 패들링부터 보드 위에 서는 테이크 오프 등 동작 하나하나 체력 소모가 엄청나다. 게다가 땅이 아니라 물 위에서 즐기는 레저가 아닌가. 보드 하나에 의지해 중심을 잡아야 해서 금방 녹초가 된다. 배우려고 도전했다가 너무 힘이 들어서 포기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그 단계를 넘어서면 자나 깨나 파도 생각만 날 거다.

보드 종류가 다양하던데, 초보자는 어떤 걸 선택하면 되나? 보통 길이에 따라 7피트 미만의 쇼트보드, 7~8피트의 펀보드, 8~10피트의 롱보드로 구분한다. 초보자에게는 일반적으로 롱보드를 권한다. 체격이 큰 남자라면 더욱. 수면에 닿는 면적이 넓은 만큼 부력이 커서 쇼트보드보다 타기 쉽다. 숙련자가 되어 작은 보드를 타면, 더 경쾌하게 파도를 즐길 수 있다. 그렇다고 입문하기도 전에 보드를 사려는 건 운전면허도 없으면서 차 먼저 사려는 것과 같다. 처음에는 렌탈숍에서 빌려 타다가 중고를 구입해 실력을 키우는 것이 좋다. 보드 가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자기에게 잘 맞는 형태를 찾는 과정이 중요하다. 급할 필요 없다. 그래야 엉뚱한 보드를 비싼 가격에 사는 사태를 피할 수 있다.

보드 바닥에 달린 지느러미는 뭔가? 핀 fin이라고 부른다. 말 그대로 물고기 지느러미처럼 생기지 않았나? 파도 위에서 방향을 바꾸거나 속도를 조절하려면 보드의 진로를 방해하는 저항이 필요하다. 그 역할을 하는 게 핀이다. 개수에 따라 싱글핀, 트윈핀, 트러스터, 쿼드로 나뉜다. 모양과 재질이 제각각이고, 당연히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초보 때는 그 차이를 느끼기 어려우니까 저렴한 가격대의 싱글핀이나 트러스터를 택하면 좋다. 하지만 숙련자가 되면 핀을 활용해 섬세한 라이딩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핀이 보드와 맞닿는 길이를 베이스라고 한다. 베이스가 길면 핀의 면적이 넓어 방향 전환 시 물의 저항을 크게 받는다. 역동적인 턴을 할 수 있다. 반대로 베이스가 짧으면 저항이 작아 빠르게 방향을 틀 수 있다. 이 밖에도 핀이 앞뒤로 얼마나 기울어져 있는지, 얼마나 유연한지도 중요한 요소다. 핀마다 어떤 특성이 있는지 하나둘 배워나가는 것도 서핑의 묘미 아닐까?

바다만 있다면 아무 데서나 타도 되나? 상관은 없다. 그런데 유명 서핑 스폿이란 게 왜 있을까? 파도의 질이 좋고 그 횟수도 잦아야 한다. 이처럼 까다로운 조건을 갖춘 해안을 찾으면 서핑 스폿이 된다. 새롭게 발견된 스폿도 여럿이지만, 대표적인 곳이 몇몇 있다. 수심이 낮아 초보자에게 적합한 강원도 양양의 기사문 해수욕장, 서핑 인프라가 풍부한 부산 송정 해수욕장, 파도가 잦고 그 크기가 각기 달라 초보자와 숙련자 모두 즐기기 좋은 제주도 중문 해수욕장 등이 유명하다. 사람마다 체감하는 차이는 있어도 봄과 여름에는 남해가, 가을과 겨울에는 동해가 서핑 하기 좋은 편이다.

겨울에도 서핑을 하나? 서핑에는 계절이 없다. 추위를 탓하기엔 격렬한 파도가 너무 아깝지 않나? 오히려 7월과 8월이 파도가 약한 편이라 ‘비수기’다. 체온을 유지하도록 슈트를 입으면 추운 날에도 큰 무리가 없다. 수온이 매우 낮은 날은 물의 유입을 차단하는 드라이슈트를, 그렇지 않은 날은 웨트슈트를 입는다. 소재를 통과한 물을 체온으로 덥이는 원리다. 수온에 따라 알맞은 두께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웨트슈트 기준으로 봄과 가을에는 3밀리미터, 겨울에는 5밀리미터 슈트를 입으면 무리 없이 서핑을 즐길 수 있다. 팔처럼 활동성 좋아야 하는 부위는 1밀리미터 정도 얇게 만들기도 한다.

언제 파도가 좋은지 어떻게 알 수 있나? 로컬 서퍼가 아니라면 원정 서핑을 가야 하기 때문에 파도가 좋은 날을 골라 길을 떠난다. 서퍼들은 어느 바다에 파도가 어떻게 얼마나 치는지 어플로 확인한다. 윈드파인더 Windfinder라는 어플이 가장 대표적이다. 풍향을 살피기도 한다. 바다에서 육지로 바람이 향하면 온쇼어 Onshore, 육지에서 바다로 향하면 오프쇼어 Offshore라고 한다. 오프쇼어일 때가 서핑하기 유리하다. 바다 쪽으로 바람이 불면 파도가 무너지기 시작하는 지점인 피크 Peak가 오랫동안 버티기 때문이다. 서핑은 해안 쪽으로 직진하는 것이 아니라 수평선과 평행한 좌우 방향으로 주로 움직이기 때문에 파도가 오랫동안 부서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덧붙여 기상 특보가 내려졌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풍랑, 호우, 대설 주의보 때는 해양 경찰에 신고 한 후 입수해야 하고, 경보가 내려지면 신고 후 허가까지 받아야 한다.

서퍼들에게 ‘로컬’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서핑은 ‘로컬리즘’이 강한 레저다. 서핑 스폿이 있는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을 ‘로컬 서퍼’, 줄여서 ‘로컬’이라고 한다. 해당 스폿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을 존중하는 ‘로컬 리스펙트’가 서핑의 중요한 정신 중 하나다. 파도의 컨디션, 조류 때문에 서핑을 피해야 할 시간 등, 꼭 알아둬야 할 점을 정중하게 묻는다면 아낌없이 조언해줄 것이다. 이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통하는 규칙이다.

보드 말고 필요한 준비물이 더 있나? 기본적으로 선블록을 꼭 준비해야 한다. 파도 타느라 정신없이 시간 보내다 보면 자외선에 피부가 심각하게 손상될 수 있다. 시중에 서핑을 비롯한 워터 스포츠 전용 선블록이 몇몇 있다. 물에 잘 지워지지 않고, 자외선 차단 능력이 뛰어나다. 서핑하느라 남보다 빨리 피부 노화를 맞이하기 싫다면, 특히 지금 같은 여름에는 자외선에 노출되는 부위에 선블록을 바르는 게 좋다. 보드와 서퍼의 다리를 연결하는 줄인 리시 Leash도 있어야 한다. 보드에서 떨어지는 일이 부지기수인데 매번 보드를 잡기 위해 헤엄칠 수도 없지 않나. 또한 위급한 상황이 닥치면 보드가 구명조끼 역할도 할 수 있기 때문에 리시로 서핑보드를 붙들어야 한다. 보드 왁스도 필수품이다. 서핑보드 윗면에 왁스를 칠하면 덜 미끄러워 일어서거나 다리 위치를 옮길 때 중심을 잡기 편하다. 바다물에 녹을 수 있기 때문에 수온에 따라 사용하는 왁스가 각각 다르다. 섹스왁스라는 제품이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온도별로 6단계의 왁스가 있다. 서핑을 자주 즐길 생각이라면 이어플러그도 권장한다. 오랫동안 서핑을 해온 서퍼들에게 서퍼스 이어 Surfer’s Ear라는 질환이 생기곤 한다. 차가운 물이 귀에 계속 들어가 외이도를 자극하면 연골이 자라는 현상이다. 방치하면 뼈가 고막을 막을 수 있다. 서프이어 2.0이라는 제품이 소리는 귀로 전하면서 물의 유입을 차단해 유용하다.

준비 운동 말고, 안전을 위해 유의해야 할 점은? 흔한 일은 아니지만 종종 사고가 나기도 한다. 서퍼끼리 충돌하는 경우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한 파도는 한 명만 타야 한다. 피크와 가장 가까이 있는 서퍼가 파도를 타는 게 규칙이다. 누군가 이미 타고 있는 파도에 오르는 걸 ‘드롭’이라고 한다. 매너를 떠나서 충돌 위험이 있으므로 절대 해서는 안 된다.

핑의 필수 아이템

선크림 WKND (위크엔드)의 서핑 전용 선스틱. 물에 잘 씻겨 내려가지 않고, 자외선 차단 능력(SPF 50+/PA++++)이 뛰어나 서퍼들이 많이 사용한다. 화이트, 브라운 두 가지 색이 있다. 가격 2만6천원.

 

왁스 미국 섹스왁스사에서 만든 제품. 이름이 도발적이지만, 용도는 서핑보드에 바르는 왁스가 분명하다. 14도 이하 차가운 바다에서 쓰는 1X부터 26도 이상 열대 바다에서 쓰는 6X까지 여섯 종류. 가격 3천5백원.

 

이어플러그 충돌 위험 시 다른 서퍼가 소리쳐도 듣지 못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소리가 들리는 이어플러그가 필요하다. 서프이어 2.0은 소리가 고스란히 들려 서퍼스이어 증상과 충돌 모두 막을 수 있다. 가격 6만4천원.

    에디터
    이재현
    포토그래퍼
    박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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