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루 가필드가 주연인 오픈AI 영화, 배급사 찾기 어려운 이유

2026.06.29.조서형, Jack King

‘챌린저스’의 감독이 만든 오픈AI 영화가 거의 완성됐고 작품성도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아마존은 배급을 포기했고 다른 대형 스튜디오들까지 줄줄이 손을 뗐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지난해 제작 소식이 처음 알려진 이후,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차기작 ‘아티피셜’은 2026년 가장 기대를 모으는 영화 가운데 하나였다. 서류상으로만 보면 시상식 시즌을 휩쓸 조건을 모두 갖춘 작품이었다. 주연은 앤드루 가필드가 맡았고, 2023년 오픈AI 최고경영자 샘 올트먼의 해임과 극적인 복귀를 중심으로 한 전기영화라는 점에서 시의성도 뛰어났다. 여기에 섬세한 카메라 워크와 독보적인 영상미로 인정받는 루카 구아다니노가 연출을 맡았다. 초기 보도 가운데 하나는 이 작품을 “인공지능 시대의 ‘소셜 네트워크'”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주, 거의 예고도 없이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배급사인 아마존 MGM 스튜디오가 거의 완성 단계에 접어든 이 영화를 향후 개봉 라인업에서 제외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스튜디오 관계자는 퍽의 기자 맷 벨로니에게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영화감독 루카 구아다니노를 깊이 존경하고 있다”며 오랜 협력 관계를 강조했다. “우리는 ‘아티피셜’이 다른 스튜디오를 통해 개봉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며, 제작진과 긴밀히 협력해 새로운 배급사를 찾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마존은 왜 오스카 시즌 핵심 작품으로 기대를 모았던 ‘아티피셜’의 개봉을 포기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추가 설명도 하지 않았다. 대신 여러 해석이 뒤따랐다.

버라이어티는 아마존이 올해 초 오픈AI와 대규모 협력 관계를 체결한 직후 이런 결정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보도에 따르면 오픈AI는 약 5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68조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고, 그 과정에서 아마존과의 협력도 강화됐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영화는 샘 올트먼을 상당히 부정적으로 묘사한다. 소문에 따르면 그는 영화에서 “병적인 거짓말쟁이”로 그려지며, 일론 머스크 역시 비판의 대상이 된다.

물론 아마존이 이런 이유를 공식적으로 인정할 리는 없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정황은 꽤 분명하다. 추측일 뿐이지만, 새롭게 협력 관계를 맺은 오픈AI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이해충돌을 피하려고 영화를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샘 올트먼은 지난해 베네치아에서 열린 제프 베이조스의 화려한 결혼식에 참석할 정도로 베이조스와 가까운 사이라는 점도 온라인에서 자주 언급되고 있다.

더 흥미로운 사실도 있다.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이 영화는 시사회 테스트에서 관객들의 반응이 매우 좋았다. 테스트 시사회는 개봉 전 작품의 완성도를 평가하고 필요하다면 마지막 수정을 결정하기 위해 스튜디오가 활용하는 절차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아마존이 작품성이나 흥행 가능성 때문이 아니라 오픈AI를 의식해 영화를 포기한 것이라는 추측에 더욱 무게를 싣고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상황은 더 이상해졌다. 넷플릭스는 물론 독립영화의 강자로 꼽히는 A24와 포커스 피처스까지 모두 ‘아티피셜’의 판권 인수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비는 4,0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544억 원이 투입된 작품이다. 현재 가장 적극적인 인수 후보는 비교적 규모가 작은 예술영화 전문 스트리밍 플랫폼 무비이며, 미국 독립영화 스튜디오 네온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어쩌면 대형 스튜디오들도 영화를 직접 본 뒤 아마존과 비슷한 결론을 내렸는지도 모른다. 작품이 아무리 좋아도 새로운 인공지능 권력의 심기를 건드릴 위험까지 감수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다. 만약 정말 그렇다면 할리우드의 미래는 꽤 암울해질 수 있다. 거대 기술기업의 눈치를 보느라 예술이 위축되는 선례를 남기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아티피셜’이 대형 스튜디오들로부터 외면받은 이유는 훨씬 단순할 수도 있다. 루카 구아다니노는 2017년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이후 흥행 면에서 확실한 성공을 거둔 작품이 사실상 ‘챌린저스’ 하나뿐이다. 그 사이 내놓은 다른 영화들은 상대적으로 흥행에서 고전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개봉한 미투를 소재로 한 드라마 ‘애프터 더 헌트’다. 이 작품은 앤드루 가필드와 한때 오스카 후보로 거론됐던 줄리아 로버츠가 출연했음에도 불구하고, 제작비 7,000만~8,0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952억~1,088억 원에 비해 전 세계 흥행 수익은 1,000만 달러, 약 136억 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평단 반응 역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이후 그의 작품들 가운데 가장 엇갈린 평가를 받았다.

넷플릭스나 A24 같은 스튜디오들이 발을 뺀 이유 가운데 기술업계의 거물들을 자극하고 싶지 않다는 계산이 일부 작용했을 가능성은 있다. 특히 A24는 오픈AI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조시 쿠슈너의 투자회사 스라이브 캐피털의 자금을 지원받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엄청난 돈을 포기하는 상황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어쨌든 ‘아티피셜’은 결국 극장에서 관객을 만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남아 있는 후보 가운데 한 곳이 영화를 인수할 경우 오는 9월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영화제는 오스카 시즌 경쟁작들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하는 대표적인 무대다.

초기 입소문처럼 정말 뛰어난 작품이라면 ‘아티피셜’은 한동안 영화계의 화제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그렇게 될수록 할리우드를 향한 의문도 더욱 커질 것이다. 그 어느 질문도 할리우드에는 달갑지 않은 내용일 가능성이 높다.

조서형

조서형

디지털 에디터

조서형은 아웃도어와 건강, 기후 위기, 인물 등을 다루며 웹 콘텐츠를 만드는 'GQ KOREA' 디지털 에디터입니다. 경희대학교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일본의 데이터 분석 회사에서 근무했으며 'GO OUT KOREA', '볼드저널', '일점오도씨' 및 브랜드 매거진을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2년간 한겨레신문 토요판 커버스토리를 작성하며 사회 문제와 트렌드 등을 취재했고, 2024년에는 사계절 시리즈 에세이 '여름이 너무해'를 출간했습니다.

더보기